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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매도 재개’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는 금융당국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1-25 00:00

▲사진: 홍승빈 기자

▲사진: 홍승빈 기자

[한국금융신문 홍승빈 기자]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인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두고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철저한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할 금융정책이 정치권의 목소리에 휘둘리는 모습에 개인투자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써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는 거품이 낀 일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걸 막는 순기능이 있다.

주가 폭등을 막아 거품을 방지하고 하락장에서는 유동성을 공급하며 합리적 가격을 결정짓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전유물로 여겨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인 투자자와 비교해 정보 접근성과 자본 동원력이 월등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 훨등히 유리하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오는 3월 15일까지 적용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지만,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오는 3월 15일 종료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은성수닫기은성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직접 나서 공매도의 순기능과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공매도 금지 기한을 오는 3월 15일까지 연기했는데, 이때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해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박용진, 양향자, 송영길, 우상호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금융당국의 오는 3월 한시적 공매도 금지 종료 방침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공매도 금지 연장론’은 다시 힘을 얻었다.

이렇게 되자 3월 공매도 재개를 고수하던 금융위도 당초 입장을 바꾸었다.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19일 “단정적으로 발언할 수 없는 점 이해해주길 바란다”라며 “최종결정이 나오는 2월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가을 주식시장 내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대주주 요건 3억원 하향 철회’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시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의 일관성’을 이유로 해당 정책의 철회를 거부했지만, 개인투자자를 등에 업은 정치권의 반발에 밀려 결국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 공매도 이슈도 작년 대주주 요건 하향 이슈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오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개인투자자들 눈치보기로 인해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재개는 과거 여야 의원들이 이견 없이 합의한 내용이다.

앞서 국회가 공개한 정무위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여야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올해 3월 공매도 재개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말 회의에서 홍성국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려면 공매도는 있어야 하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또 공매도 제도개선을 위한 법안 개정도 세부적으로 결정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불만인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확실히 바로 잡은 뒤 공매도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까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신설해 5억원 이하 또는 부당이득의 1.5배 이하 금액을 부과하는 등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개인 대상 주식대여물량 확보, 차입창구 제공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또 고유동성 종목을 시장조성 대상에서 제외하고, 미니코스피 200선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시장조성자 제도를 개선한다.

금융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 기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서 형성되는 시장 구조의 순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받았던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거두어지길 바란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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