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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the MOMENTU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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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1-11 14:20

사진출처: 워싱턴내셔널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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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시간 10월 31일.

워싱턴 내셔널스는 월드시리즈 최종전(7차전)에서 승리하면서 1969년 창단(당시 몬트리올 엑스포스)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50년만의 우승이었다.

워싱턴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최다승(107승)을 거둔 최강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꺾고 우승컵을 손아귀에 넣었다. 특히 지면 탈락하는 5번의 포스트시즌 '일리미네이션'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그 만큼 워싱턴의 우승은 극적이었다.

워싱턴은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언더독' 팀이었다.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은 7번에 불과했으며, 홈경기에서 모두 지고 원정에서 모두 이긴 첫 번째 팀이 됐다. 7전 4선승제인 월드시리즈에서 홈에서 3게임을 내줬으나, 적지에서 4번을 모두 이기는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특히 워싱턴은 시즌 내내 '모멘텀', 즉 기세(氣勢)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기 일쑤였으나 난관을 극복하고 최정점에 섰다.

■ 페넌트레이스 50게임 치른 뒤 4할도 안 되던 팀의 변신

2019년 페넌트레이스 첫 50경기 동안 워싱턴의 성적은 19승 31패, 즉 승률 0.380에 불과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4할을 밑도는 성적은 꼴찌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1년 162경기를 치르는 레이스의 1/3 가까이가 지난 상태에서 승률 4할도 되지 않던 팀이 워싱턴이었다. 당시 워싱턴은 지구(각 지구엔 5개팀이 속해 있다) 선두팀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0게임이나 뒤지고 있었다.

즉 필라델피아가 10게임을 연속으로 지고 워싱턴이 10게임을 연속으로 이겨야 동률이 되는 큰 격차였다.

포스트시즌에 나가기 위해선 각 지구(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모두 3개의 지구가 있다)에서 우승하거나 와일드카드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워싱턴은 선두권과 큰 격차로 뒤지면서 올해는 가망이 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감독 경질설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도 흉흉했다.

특히 워싱턴의 간판타자였던 브라이스 하퍼는 같은 지구의 경쟁팀으로 팔려나간 상태였다. 하퍼는 시즌 초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던 필라델피아에서 친정팀을 향해 '방망이'를 겨눴다.

필라델피아는 브라이스 하퍼와 13년 3억3천만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으면서 우승을 꿈꿨다. 하퍼가 맺은 계약은 총액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팀의 주축 타자가 거액을 받고 같은 지구의 경쟁팀으로 옮긴 뒤 초반 죽을 쑤던 워싱턴은 갑자기 다른 팀으로 변모해갔다.

초반 50경기까지 3할대의 부진한 승률을 기록하던 팀은 갑자기 7할대의 높은 승률을 올리면서 상반기 승률 5할을 넘어섰다.

워싱턴은 전반기 89게임 가운데 47게임을 이기면서 승률 0.528로 반등했다. 상반기가 끝날 때 '경쟁해 볼 수 있는' 수준까지 팀을 끌어올린 것이다.

■ 사실상 졌던 게임 뒤집어 버린 와일드 카드 '단판승부'

워싱턴의 초반 '50게임 저주'는 약이 됐다. 워싱턴은 하반기에도 무난한 승리 행진을 이어가면서 50경기 이후의 112경기에서 74승 38패, 즉 0.661의 승률을 기록한다.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구 우승은 아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몫이었다. 류현진(5월 투수상)과 사이영상 경쟁을 벌이던 맥스 슈어즈(6월 투수상)의 투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7월 투수상)의 반등 등이 팀의 상승 기세를 이끌었으나 시즌 초반의 부진을 온전히 만회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워싱턴의 정규리그 최종 성적은 93승 69패로 승률 0.574였다.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은 3위에 달했으나, 지구 우승은 워싱턴에 4게임 앞선 아틀란타(97승 65패)의 차지였다.

중부지구 선두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91승 71패, 0.562)보다 승률이 높았지만, 지구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단판 승부'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했다.

디비전 시리즈 진출권이 걸린 밀워키와의 단판 승부.

8회초까지 워싱턴은 3:1로 끌려가고 있었다. 사실상 2019년 워싱턴의 야구는 끝나는 듯한 분위기였다. 더구나 8회말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불펜투수로 손꼽히는 조쉬 헤이더가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20살의 후안 소토가 8회 2아웃 상황에서 헤이더를 상대로 적시타를 치면서 주자 3명을 모두 불러 들이는 기적을 연출했다.

경기는 그대로 4:3으로 끝났으며, 홈팬들은 일제히 광란의 도가니로 빠졌다. 워싱턴의 믿을 수 없는 포스트시즌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시합, 다저스와의 5차전

밀워키가 다 잡은 게임을 놓치면서 내셔널리그 최다승팀 LA다저스(106승)의 상대는 워싱턴으로 결정됐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일제히 다저스의 우세를 점쳤다. 더구나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탓에 워싱턴은 시리즈마다 홈 디스어드밴티지를 각오해야 했다. 밀워키를 잡은 워싱턴의 기세는 대단해 보였으나 상대는 내셔널리그 최강으로 평가 받는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올해 가장 믿음직한 투구를 선보였던 류현진을 3선발로 내세우는 '변칙적인' 로테이션으로 맞섰다.

후반기 기세가 대단했던 워커 뷸러를 1선발로 내세우고 다저스의 상징 클레이튼 커쇼를 2선발, 그리고 후반기 고전하다가 시즌 말미에 되살아난 류현진을 3선발로 내세웠다. 논란이 있었던 로테이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전 3승선제에서 다저스는 무난히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류현진은 3차전 원정 게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다저스는 4차전을 내줬으며, 운명의 5차전을 맞이해야 했다.

5차전은 다저스가 큰 무리없이 승리하는 듯했다. 차세대 LA다저스의 에이스 워커 뷸러는 98마일에 이르는 강속구로 워싱턴의 타선을 제압했다. 뷸러는 6.2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다저스를 챔피언십시리즈로 이끄는 듯했다. 다저스는 경기 초반 홈런 2방을 앞세워 3-1로 앞서고 있었던 것이다.

7회초 뷸러가 몸에 맞는 공과 안타로 2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다저스는 '과거의' 에이스인 커쇼를 올렸다. 커쇼는 보란듯이 3구 삼진으로 좌타자 애덤 이튼을 돌려세우면서 불을 껐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6개를 남겨놓고 워싱턴의 '드라마틱한' 반격이 시작된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과도한 믿음으로' 커쇼에게 8회까지 맡긴 뒤 워싱턴은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 이상으로 짜릿한 반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내셔널리그 MVP 후보 앤서니 랜던이 커쇼의 2번째 직구를 통타해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여전히 다저스가 3:2로 1점을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워싱턴엔 디비전시리즈 진출전의 영웅 후안 소토가 있었다. 소토는 커쇼의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백투백 홈런을 만들었다. 경기는 순식간에 3:3 원점으로 돌아갔다.

커쇼는 끝내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지우지 못한 채 마운드에 주저 앉았으며 다저스타디움엔 을씨년스런 적막이 흘렀다. 자신의 정규리그 커리어에서 백투백 홈런을 맞은 적도 없었던 커쇼에겐 악몽같은 날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으며, 경기는 새로 시작되고 있었다. 무너진 커쇼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마에다 겐타는 3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9회엔 양팀이 점수를 내지 못했다. 다저스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엑스맨 역할을 했던 조 켈리에게 2이닝을 맡기는 이상한 선택을 했다.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이 '의외로' 10회까지 켈리를 마운드에 둔 것은 워싱턴에게 기회였다.

켈리는 10회에 제구가 흔들리면서 만루 찬스를 내줬다. 다음 타자는 다저스에서 이적한 베테랑 하위 켄드릭이 있었다.

켄드릭은 켈리의 2구째 속구를 걷어올려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워싱턴은 켄드릭의 그랜드 슬램으로 다저스를 침몰시켰다. 다저스는 뒤늦게 마무리 켄리 잰슨을 올렸으나 경기는 사실상 끝난 상황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다저스 팬들은 감독의 무능한 투수 기용에 대해 한마디씩 해야 했으나 워싱턴의 야구팬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 워싱턴의 상승 모멘텀..전혀 무섭지 않았던 가을좀비

7전4승선제로 치러지는 챔피언십 시리즈.

내셔널리그 최강자 LA다저스를 잡은 워싱턴에겐 그칠 게 없어 보였다. 워싱턴은 자신이 속한 동부지구 1위팀 아틀란타를 꺽고 올라온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섰다. 세인트루이스는 정규시즌에 고전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던 근성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다저스를 기적적으로 꺾고 올라온 워싱턴에게 가을좀비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워싱턴은 4전 전승으로 가을좀비를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특히 4차전에선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세인트루이스를 폭격했다. 1회 원아웃 상황까지 동안 무려 7득점을 올렸다.

팀의 선발 패트릭 코빈이 5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으나, 미리 벌어놓은 점수 탓에 승리하는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트레이 터너와 앤서니 랜던이 초반 세인트루이스 마운드를 흠씬 두들긴 덕분에 워싱턴은 7:4로 4차전을 잡았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단 4경기만에 내셔널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것이다.

4차전이 열렸던 워싱턴 홈 구장 내셔널스파크는 팀의 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로 그야말로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 원정 4게임 전승의 위력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한 워싱턴이 맞서야 하는 팀은 아메리칸리그, 아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전력이 강하다고 평가 받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휴스턴은 뉴욕 양키스를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격파하고 올라온 최강의 팀이었다.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팀이었던 데다 투수와 타자 모두 막강했다.

투수 쪽에선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와 2위, 그리고 평균자책점 1위와 2위가 모두 휴스턴 소속이었다.

저스틴 벌랜더(21승 6패, 2.58)는 다승 1위와 평균자책 2위, 게릿 콜(20승 5패, 2.50)은 평균자책 1위와 다승 2위를 차지했다. 두 투수는 아메리칸리그의 '평가대상이 되는' 선발 중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유이한' 선수들이었다. 사이영상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시즌 중 아리조나 다이나몬드백스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가 3선발로 합류한 상태였다.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뛰다가 아메리칸리그로 넘어온 잭 그레인키는 18승 5패, 평균자책 2.93을 기록했다. 그레인키까지 포함하면 아메리칸리그 2점대 선발투수 3명이 모두 한 팀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타자들도 막강했다. 알렉스 브레그먼은 타율 0.296, 홈런 41개로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과 함께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꼽히는 선수였다. 브레그먼 외에 조지 스프링어(타율 0.292, 홈런 39개), 호세 알투베(타율 0.298, 홈런 31개) 등 강타자들이 즐비했다.

여기에 가장 막강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인 22살의 무서운 신예 요르단 알바레스도 있었다. 알바레스는 정규시즌 절반을 약간 넘는 87 경기에만 출전에 타율 0.313, 홈런 27개를 기록한 쿠바산 강타자였다. 휴스턴은 사실상 아메리칸리그의 MVP, 사이영, 신인왕을 모두 예약해 놓은 팀이라고 할 만했다.

특히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는 양키스와 아메리칸시리즈 6차전 9회말 2아웃, 4:4로 맞선 상황에서 양키스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대로 극적인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이런 휴스턴이다 보니 2017년에 이은 '징검다리 우승'도 눈 앞에 있는 듯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월드시리즈'와 마찬가지란 평가를 들었던 양키스전을 이긴 휴스턴이 무난히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최강팀이란 평가를 받은 휴스턴도 워싱턴의 '기세' 앞에 당황해야 했다. '가을의 전설'을 완성해 가는 워싱턴의 모멘텀은 누구도 쉽게 꺽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워싱턴은 적지에서 열린 1차전에 맥스 슈어저를 내세워 게릿 콜의 휴스턴을 5:4로 격파했다. 슈어저가 5이닝 2실점으로 그럭저럭 버텨준 반면 게릿 콜은 7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워싱턴은 2차전에 스트라스버그를 내세워 원정에서 미리 2승을 챙겼다. 이 경기에서 스트라스버그가 6이닝 2실점, 벌랜더가 6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결과는 12대 3으로 워싱턴의 대승이었다.

정규시즌 맥스 슈어져는 11승 7패, 평균자책 2.92,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18승 6패, 3.32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게릿 콜과 저스틴 벌랜더의 성적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첫 두 판은 보란듯이 워싱턴의 차지였다. 워싱턴은 포스트시즌 8연승이라는 역대 최다연승 타이 기록을 작성하면서 기적을 완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홈으로 돌아온 뒤 워싱턴은 3게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휴스턴은 역시나 막강한 팀이었다. 그럼에도 워싱턴의 모멘텀은 아직 꺾이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로 옮겨서 치른 6차전에서 워싱턴은 7:2로 승리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이 경기에선 스트라스버그가 8.1이닝, 즉 9회 1아웃까지 단 2점만 내주면서 시리즈를 최종전으로 끌고 갔다. 이 경기에서 벌랜더는 5이닝 3실점의 부진을 보이면서 월드시리즈에선 이기지 못하는 선수라는 징크스를 깨는 데 실패했다.

두 팀은 7차전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치러야 했다. 몸이 아파 5차전에 나오지 못했던 슈어저가 마지막 경기의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중 코뼈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출장을 강행한 적이 있는 슈어저는 승모근 부상에도 불구하고 코티존 주사를 맞고 출장을 감행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35살 노장의 투혼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슈어저는 5이닝 2실점하면서 우승 가능성을 살려 놓는 데 혼신을 다했다. 슈어저는 더 던지길 원했으나 감독은 '이미 무리한' 에이스를 뺐다. 그리고 그 투혼은 동료 선수들에게 파급됐다. 위싱턴은 0-2호 뒤진 7회부터 믿을 수 없는 반격을 펼쳤다.

3번 타자로 나선 앤서디 랜던이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잭 그레인키에서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대반전을 알렸다. 그레인키가 흔들리면서 4번타자 후안 소토에게 볼넷을 내주자 감독은 투수를 교체했다. 마치 다저스전처럼 이 투수교체가 휴스턴엔 독이 됐고, 워싱턴에겐 기회가 됐다.

다저스를 무너뜨렸던 캔드릭은 바뀐 투수 윌 해리스를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뽑아내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워싱턴은 이후 8회 1점, 9회 2점을 보태면서 완벽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슈어저의 바통을 넘겨받아 6회부터 마운드에 선 패트릭 코빈이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 모멘텀

올해 특정 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메이저리그를 꾸준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워싱턴의 우승에 상당한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워싱턴의 변신 과정은 마치 학급의 꼴찌 학생이 학급 1위로, 이후 전교 1위로 도약하는 과정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시즌 워싱턴의 전력을 과소평가했다. 여기엔 통계 '기간 설정'의 오류도 작용했다. 워싱턴이 바닥을 친 이후의 기세, 즉 모멘텀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워싱턴이 50게임을 치른 5월 24일, 워싱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은 1%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남은 112경기에서 74승을 쓸어담았다. 이는 휴스턴, LA다저스가 같은 기간 거둔 승수와 같았다.

초반 워낙 부진했던 탓에 와일드 카드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올라갔지만,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워싱턴의 '모멘텀'은 더 강해졌다. 워싱턴은 이미 포스트시즌에선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팀이 됐던 것이다.

워싱턴의 우승엔 운도 많이 작용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여준 다저스의 이해하기 어려운 투수 기용, 휴스턴의 그레인키의 조기(?) 교체 등도 결과론적으로 운이라면 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우승에 운도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30개의 팀이 큰 격차 없이 겨루는 리그라는 점을 감안하면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건 모멘텀이 살아 있을 때 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9년 메이저리그는 워싱턴이란 팀을 통해 모멘텀, 즉 기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줬다.

모멘텀은 물체나 상황이 한 방향으로의 움직임을 지속하려는 성질을 뜻하는 말이다.

모멘텀이 살아 있어야 추세가 이어진다. 그리고 모멘텀은 추세에 가속 페달을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모멘텀의 중요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모멘텀을 형성할 수 없는 무리한 투입이나 투자는 비용 확대에 따른 패착으로 귀결된다.

증권시장에선 모멘텀 투자가 흔히 가치투자의 반대말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치투자자가 투자한 증권의 가치가 언제 제 값을 받을지 알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가치투자자라는 사람들 중에서도 모멘텀의 생성 여부를 점검하는 경우가 많다.

모멘텀은 과거보다는 현재에 비중을 둔다. 이동평균을 계산할 때 현재에 가까운 결과에 더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것 역시 모멘텀의 중요성 때문이다. 과거 상황이 아무리 좋았더라도 현재 기세가 꺾여 있다면 모멘텀이 죽은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모멘텀을 살리고, 강화해 나가는 일은 중요하다. 또 모멘텀이 살아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 역시 상황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가 완성한 가을의 전설은 '모멘텀의 전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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