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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과학이 경제가 되기까지 ①] 붉은 깃발 규제 혁신, 급할수록 돌아가야 할 것들

이근영 기자

geunyunglee@

기사입력 : 2019-05-02 15:19

생명 안전 규제, 국제 기준 반영할 때 해외 산업진흥책 효과

[한국금융신문 이근영 기자]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해 붉은 깃발 규제 철폐를 천명하고 규제와 전쟁 중이다. 붉은 깃발 규제란 1826년 영국에서 증기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자 마차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중량과 속도를 제한한 적기법을 말한다. 영국이 자동차를 최초로 산업화하고도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과 독일 프랑스로 뺏기게 되는 원인이 된 법이다.

그래픽:한국금융신문 DB


정부는 공무원의 규제입증책임제도를 도입했다. 공무원이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규제를 없애는 제도이다. 현행법상 불법이 아닌 모든 것을 합법화 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방향을 전환하고 기업이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테스트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면제해 주는 규제샌드박스를 담은「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일정 지역에서 특례를 제공하는 유예 정책도 쏟아 내고 있다.

영국의 역사적 사실을 반면교사 삼아 산업의 주도권을 선도하려는 정부의 규제 혁신 기조와 현실을 부정한 잘못된 규제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대해 산업계는 반길 만하다. 산업계는 이 같은 정부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경우 시장진입의 소요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제5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를 열고 “규제입증책임 전환은 기존 규제의 존치 필요성을 공무원이 입증하도록 함으로써 규제혁신의 접근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기재부 제공]



미래기술은 머물 시간이 없는 속도와의 단판이다. 어제의 신기술이 자고 나면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니 속전속결의 빠른 기술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기술 이동경로를 단축하기 위한 과감한 제도혁신은 급하다.

그러나 미래로 가는 규제혁신의 지름 길 위에 징검다리를 놓을 때 신중히 두드려 봐야 할 것들이 있다. 인간 생명 안전과 직결된 의료/재해 산업규제 분야이다. 빠른 혁신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잘 된 혁신보다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최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개정되었다. 화학물질 사고 예방과 화학사고 시 신속히 대응하고자 유해화학물질 취급 및 설치, 운영기준의 구체화와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장외영향평가서 제도 및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제도 신설하고 예방관리체계까지 고려했다. 산업계는 "탁상 규제 강화일 뿐 화학 산업 진흥책을 고민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쏟아 냈다. 이해관계의 조정과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절차에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절차의 합리성이 부족했더라도 생명 안전을 위한 규제강화의 곧은 명분은 양보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그래픽:한국금융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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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MDSAP (Medical Device Single Audit Program) 가입을 목표로 올해 규제 동향 파악과 가입 전략을 수립했다. MDSAP란 국제의료기기 단일 심사프로그램이다.

MDSAP 규제 당국자포럼(IMDRF)은 의료기기 안전과 품질관리하기 위한 인증제도다. MDSAP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 제조사는 당국자인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일본 다섯 개 국가에 개별 국가 인허가 필요 없는 수출 길을 확보한다.

대한민국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거나 수입하려는 제조사 및 공급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승인기관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국제인증을 담는 큰 그림의 전략을 세운 것이다.

플라즈맵 임유봉 대표이사



10배 이상의 속도와 1/10의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춘 의료용 저온 플라즈마 멸균기 제조사가 있다. 카이스트 박사 창업 스타트업인 플라즈맵 (대표 임유봉)이다. 플라즈맵은 우수한 기술력과 해외시장 진출 성과로 지속적인 자본(2015년 설립 이후 240억원) 유치에도 성공하여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과학기술기반 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플라즈맵은 의료기기 품질관리 시스템으로 독일 TUV 라인란드에서 MDSAP와 ISO 13485 인증을 획득하였고, 멸균기(STERLINK)와 멸균제(STERPACK, STERLOD) 제품에 대해 이탈리아 MTIC에서 CE (MDD)인증을 획득했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임유봉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보증하는 국제인증은 특허 등 IP와 상응하는 가치가 있다며 국내 멸균기 회사 최초로 MDSAP 인증을 획득하면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면서 “지난해 멸균기를 생산한 이래 50개국에 수출했고, 이번 인증 획득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MDSAP 국제인증 가치를 설명했다.

임대표는 “최고의 과학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성패는 기술보다 해외 시장진출 여부에 달려 있다” 면서 “생소하고 어려운 국제 인증을 받는 과정은 기업 생존의 문제이니 시간과 재원을 투자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고 과정을 소회했다.

“규제 개혁은 중요하지만 위험물 취급이나 의료기기 인증은 사용자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규제 완화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용 플라즈마 멸균기의 멸균제가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멸균제를 멸균기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다”고 임대표는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멸균제의 주원료인 과산화수소는 화관법에 따라 취급시설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멸균제의 유효성은 사용에 있어 멸균 신뢰성으로 이어지고, 생산 환경 측면에서 화학물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취급시설 관리의 규제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며 국제흐름을 반영한 안전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화를 가로막는 규제 혁신을 추진하되 국제 기준에 맞는 심사•승인 기준과 절차를 반영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소홀해서는 안 된다. 머물 시간 없는 규제의 정비와 통폐합은 유연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과 국제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 규제혁신에는 신중하되 멀리 보아야 한다.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프로세스를 담은 합리적인 규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다운 규제의 세련된 면모일 것이다. 산업규제가 국내기업의 생존을 가로막는 규제가 아닌 해외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규제가 될 수 있을 때 규제는 곧 산업진흥책이 될 것이다.

이근영 기자 geunyung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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