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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과 한국의 찰스 에반스

장태민 기자

chang@

기사입력 : 2019-04-30 11:29

자료=연준 홈페이지의 찰스 에반스 소개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의 1분기 GDP가 연율 3.2%로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지만 물가 상승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보다 커질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경기부진과 물가상승 압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예상보다 오르지 못하는 물가상승률 덕에 저금리 기조를 지속하거나 현재 수준에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찰스 에반스, 그리고 PCE 물가의 우려

미국의 1분기 GDP 서프라이즈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개인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낮았던 점, 재고가 계속 쌓인 점 등에 주목했다.

그런 뒤 헤드라인 서프라이즈 만큼 미국 경제가 양호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의 필요성을 주목하는 사람들은 낮은 물가에 입에 올린다.

최근 이런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친 연준 관계자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다.

찰스 에반스 총재는 15일 인플레이션이 2%를 밑도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정책금리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직설적인 언급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근원 인플레가 몇 달 동안 1.5%를 밑돈다면 불안하다고 봐야 한다. 보험을 드는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무부는 29일 3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대비 0.9%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인 0.7%를 웃도는 것이었다.

하지만 물가지수는 이에 어울리지 않게 낮았다. 3월 PCE 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2%, 전년대비 1.5% 각각 상승했다. 2월에는 전월대비 0.1%, 전년대비 1.3% 각각 상승한 바 있다.

근원 물가는 에반스가 말한 기준점 1%대 중반에 가깝다. 3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대비 보합을 나타냈고 전년대비 1.6% 올랐다. 2월에는 전월대비 0.1%, 전년대비 1.7% 각각 올랐다.

이러다 보니 이번 FOMC에선 1분기 GDP에서 확인한 경기 호조와 저물가 상황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시장은 5월 FOMC에서도 연준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경기가 양호한 상황에서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PCE 물가는 장기간 연준 목표치(2%)를 밑돌고 있어 이에 대한 연준의 설명도 필요해 보인다.

시장 일각에선 연준이 더 도비시하게 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UBS는 "이번 물가부진은 연준 인사들이 성장률 개선과 실업률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을 얼마나 과대평가해왔는지 보여준다"면서 "지난달 1.6%에 그친 근원 PCE 가격지수가 8월까지 1.5~1.6%로 좀 더 떨어진 후 연말쯤 1.6~1.7%로 소폭 되오를 듯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이 정도로 약하면 전 세계 어느 중앙은행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FOMC에 큰 부담을 줄 듯하다"고 내다봤다.

UBS는 그러나 FOMC가 저물가에 조속히 굴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달에는 정책금리 점도표 발표가 없기 때문에 정책의 추는 여전히 긴축에 맞춰져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낮은 실업률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은 만큼 FOMC가 금리인하 여부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을 듯하다"고 예상했다.

지난주 1분기 GDP의 헤드라인 양호하게 나왔지만, 물가 상승률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미국채 금리가 하락한 바 있다. 저물가에 대한 우려 때문에 GDP 헤드라인 서프라이즈와 금리 하락이라는 일견 부적절해 보이는 조합이 나타난 것이다.

■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의 찰스 에반스

한국의 통화당국 내에서도 물가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금통위 내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저물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엔 "근원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1%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현상은 2018년 이후의 새로운 사건이며, 이 현상이 올해 중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사실은 2% 물가상승률 목표제 아래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정책 담당자로서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올해의 물가환경은 누적된 관리물가 상승압력을 어느 정도 해소해 전체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에 좀 더 가깝게 상향시키는 것이 거시경제의 안정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언급도 보였다.

비둘기파들이 향후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내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표현들이다. 이에 따라 5월말 금통위에선 이들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비둘기파들은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에 반대했으며, 연준의 찰스 에반스처럼 물가를 이유로 조만간 인하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통위 내 신인석 위원은 지난해부터 '한은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물가를 중시할 것을 주장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1분기에 사람들을 놀라게 한 0%대의 소비자물가, 그리고 다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GDP 성장률 등을 감안할 때 금통위 내 비둘기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은이 여전히 금융안정에 대한 고삐를 늦추기 어려운 시점이며, 일각에선 향후 서울 아파트 재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하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금리 인하의 득실을 따져야 한다"면서 "국내 1분기 성장률 등 지금 경기 부진은 수출, 투자 등 우리 통제 범위 밖의 외부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요인은 정부지출, 소비 등인데 이는 금리가 높아서 부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화정책으로 대응이 쉽지 않은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진다면 GDP갭 마이너스도 감소하게 된다"고 밝혔다.

■ 저물가 속 사그라들지 않는 MMT에 대한 관심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정치권 한켠에선 MMT, 이른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 논란도 계속됐다.

특히 미국 물가가 예상을 밑도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MMT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MMT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가 무한하게 부채를 늘려 지출을 확대해도 발권력이 있기 때문에 디폴트 위험이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물가 상승률이 낮다 보니 정부가 재정수지 적자에 얽매이지 말고 통화를 발행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관점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MMT 옹호자들은 일본의 사례도 들고 있다.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는 미국의 3배를 넘지만, 인플레이션율과 국채금리의 급격한 상승, 채무불이행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30년간 골방신세를 지던 이 이론을 들고 나와 주목을 끌었다.

현재 미국에선 트럼프라는 카리스마가 강한 대통령이 출연한 뒤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돈으로 경기를 더 띄워보자는 모험 욕구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이러한 주장이 대두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기축통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나라가 발권력을 무제한으로 행사했다가는 환율 폭등으로 외환위기를 맞기 좋다.

아무튼 물가가 예상보다 오르지 않자 MMT 논란이 계속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다만 MMT 모험을 하기 위해선 경기 침체와 매우 낮은 실효 금리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물가가 낮다보니 MMT 이론이 거론되지만, 기축통화국이라고 하더라도 통화가치의 안정은 중요하다"면서 "미국이 부채관리를 포기하더라도 달러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게 유지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 얘기가 일본에서도 나오는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호사가들이 이 이론에 꽤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기축통화국이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말고 필요한 만큼 돈을 찍어내 완전고용에 나설 수 있다는 이 이론이 현재 크게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파월 연준의장은 MMT 류의 주장에 대해 "재정적자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이달 14일 트럼프 대통령에 자신의 트윗에 통해 흥미로운 언급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연준이 제 일을 했으면 주식시장이 5천에서 1만포인트 더 올랐을 것이며, GDP성장률은 인플레이션도 없이 3% 대신 4%를 넘었을 것"이라며 "양적 긴축은 킬러였다. 연준은 정반대로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선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이 취했던 양적완화를 MMT의 사촌지간 정도로 보면서 물가는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는 언급을 내놓기도 한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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