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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10년 책임질 먹거리’ 디지털서 찾는다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9-03-04 00:00

IFRS17 위기 속 돌파구 ‘핀테크 혁신’ 한 목소리

‘마이데이터 산업’ 주목하는 보험사, MOU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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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보험업계는 보수적이고 변화가 적은 금융업계 가운데서도 가장 보수적인 업권으로 꼽힌다. 다른 상품에 비해 20년 이상의 장기상품이 많고, 고객이 ‘찾아서’ 가입하는 것이 아닌 보험사가 ‘찾아가서’ 가입시키는 상품 특성상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대면채널인 설계사의 비중이 컸고, 그 결과 보험에는 다른 금융에 비해 ‘기술보다는 감성’으로 접근하는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혔다.

그러나 최근 보험업계는 급격한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한 시장포화와 성장정체는 물론, 오는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에 대비한 체질개선 과정에서 눈에 띄는 실적 저하를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보험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7조2742억 원으로, 보험영업 손실이 확대되어 전년 대비 5,800억 원(△7.4%) 감소했다.

특히 최근 30년 만에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이 기존 60세에 65세로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대법 판결이 나오면서 보험업계는 뜻밖의 악재까지 만나 ‘절체절명의 한 해’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각 유관기관장과 CEO들은 보험업계의 오랜 불황을 깨고, 향후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로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활용해 기존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기술과 보험의 융합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의 변화는 금융서비스 자체의 질적 변화는 물론, 서비스의 수급구조나 소비패턴이 수시로 달라지는 서비스 플랫폼 기반으로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신용길 협회장은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른 데이터 분야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도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손해보험협회 김용덕 협회장 역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업계 CEO들 이구동성 ‘디지털 혁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

2019년 새해가 밝기가 무섭게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를 앞다투어 도입하며 소비자 편의와 영업력 강화를 위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의 수장을 맡고 있는 현성철 사장은 “2019년 강자는 재도약의 기회가 오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생명은 올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투자를 위한 전략펀드(CVC)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대환 삼성생명 부사장(CFO)은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 콜을 통해 “유망한 신기술 또는 신사업을 보유한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인슈어테크 역량을 확보하고 보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계열사인 삼성화재 역시 유망 인슈어테크 업체 육성에 4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자하는 등 올 한 해 인슈어테크 혁신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삼성화재는 계열사 삼성벤처투자가 결성한 ‘SVIC 44호 금융 R&D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총 396억원(99%)을 출자하기로 한 상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역시 “고객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면서 “가입-유지-지급에 이르는 보험의 전 과정에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평생튼튼라이프’는 건강검진 정보를 토대로 당뇨, 심혈관질환의 3년 내 발병률을 알려주고 해당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의 질환예측 알고리즘으로 질환 발병률을 예측해 고객의 장기적인 건강관리를 돕고, 보장분석시스템과 연동해 본인의 건강상태에 맞는 보험상품을 안내해 주는 서비스다.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차 등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을 준비 중인 ‘인핏손해보험’도 디지털 혁신의 사례로 꼽힌다. 일명 ‘우버마일’로 불리는 이 상품은 자동차의 실제 주행거리에 비례해 매달 보험료를 정산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상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를 ‘인슈어테크 혁신의 원년’으로 선언한 DB손해보험 김정남 사장이나, 모 기업으로 금융지주를 두고 있어 디지털 혁신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신한생명·KB손해보험 등의 행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대형사들뿐만 아니라 하나생명·흥국생명·SGI서울보증 등 사실상 국내의 모든 보험사들은 보험업계를 덮친 미증유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인슈어테크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 통신사부터 스타트업까지, ‘마이데이터 산업’ 선점 위한 보험사 MOU 러시

최근 보험사들의 인슈어테크 혁신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스타트업은 물론 대형 통신사와의 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MOU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수많은 핀테크 업체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들이 보험사들의 문을 수차례 두들겼지만, 보수적인 성향으로 안정을 추구했던 보험사들은 쉽사리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던 한 스타트업이 최종 단계에서 보험사 측의 거절로 계약이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보험사들이 먼저 나서 스타트업에 손을 내미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계약을 따내려 해도 미심쩍어하는 반응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아예 전담 부서가 마련되면서 먼저 시스템 도입을 문의해오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며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적으로 KB손해보험은 지난달 11일 고객들의 간편한 실손보험금 청구 서비스 개발을 위해 KT 및 엔에스스마트와 3자간 업무제휴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체결된 주요 협약으로는 실손보험금 간편청구시스템 등 보험관련 디지털 서비스 개발, 의료기관과 보험사를 연동하는 중개 플랫폼 구축 및 활용, 실손보험 간편청구 사업 확산을 위한 홍보 및 마케팅 등이다.

KB손보는 협약을 통해 병원 내 무인기계(키오스크)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서비스를 3월 중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KT의 중개망 및 엔에스스마트가 병원에 제공하는 무인기계를 이용해 환자들이 별도의 서류 발급 및 보험사 접수 등의 절차 없이 진료비 수납 즉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진다.

KB손보가 도입 예정인 병원 무인기계 기반의 청구 방식은 고객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병원 내 무인기계를 통해 진료비를 수납하고 보험금 청구버튼을 누르면 필요한 모든 병원데이터를 전자문서(EDI) 형태로 보험사에 자동 전송하게 된다. 이처럼 병원데이터를 전자문서(EDI)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하는 시스템은 업계 최초로 도입된 방식이다.

기존 팩스 등의 이미지 서류 청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해 보험금 청구부터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 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DB손해보험 역시 최근 인슈어테크 서비스 활성화 및 디지털 혁신 강화를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제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급변하는 보험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인슈어테크 분야의 우수한 기업들을 발굴, 육성하고 이를 실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함과 동시에 향후 KISA가 설립할 인슈어테크 아카데미와 관련해 커리큘럼 공동 기획, 강사 지원 및 오픈 API 플랫폼 지원 등에 대해서도 협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한화손해보험은 개인금융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 운영사인 레이니스트와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개발,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손보는 이번 협약을 통해 뱅크샐러드 고객 서비스에 보험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개발한다.

이를 기반으로 양사는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슈어테크 기업 디레몬의 명기준 대표는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를 기존의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현 비즈니스 구조 내에선 획기적인 도전이 나타나기 어렵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발생하는 보험 수요에 적합한 절차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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