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한지 위 호랑이가 건네는 ‘삶의 생명력’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30 08:41

한국화가 김명신 신작 15점 초대 전시
10월 1일 'PIATE 2026 국제 아트페어’

한지 위 호랑이가 건네는 ‘삶의 생명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미술 작품 속 동물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은 묘하다. 특히 깊은 먹향이 밴 한지 위 호랑이와 시선이 마주치면 더욱 그렇다. 서늘하면서도 강렬하고, 긴장감이 화면을 감싼다.

미술에서 호랑이는 대개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동물의 세계를 호령하는 존재이자 위엄과 권력의 상징이다.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가 대표적이다. 현대의 호랑이 그림에서도 날카로운 눈빛과 이빨, 거친 몸짓이 화면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맹수라면 응당 위엄과 긴장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10월 1~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꽃전시관에서 열리는 ‘PIATE 2026 국제아트페어’에 초대 작가로 참여하는 한국화가 김명신의 호랑이는 다르다.

그의 화면에는 산중왕 호랑이의 거친 포효가 없다. 맹수 특유의 사나움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다정하고 평온한 삶의 온기가 스며 있다.

김명신 작가는 한지 위에 먹을 칠하고 번지게 하는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여기에 현대 회화의 다채로운 안료를 더하는 시도를 한다. 수묵의 단아함과 현대적인 색채가 한 화면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김명신 작가가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명신 작가가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동물의 외형만이 아니다. 동물에게서 느껴지는 ‘생명력의 잔상’이다. 자유로운 붓질이 지나간 자리에는 털 한 올 한 올의 질감이 살아난다. 은은하게 번진 먹의 농담 사이로 동물의 깊은 눈동자가 드러난다. 그 눈동자가 관람객의 감각을 조용히 깨운다.

김 작가는 인간과 동물을 뚜렷하게 나누지도 않는다. 동물의 움직임과 시선을 통해 인간이 잊고 지내던 본능과 감정을 다시 끌어낸다.

그동안 김 작가는 고양이와 호랑이 등 동물을 한국화의 수묵 기법으로 꾸준히 그려왔다. 그에게 동물은 단순한 그림의 소재가 아니다. 거창한 의인화나 전통적인 상징의 대상도 아니다. 감각과 힘이 교차하는 에너지이자, 살아 있는 생명 그 자체다.

포효 대신 일상의 온기를 담은 호랑이

10월 1일 개막하는 PIATE 2026은 고양 가을꽃축제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 7개국 마스터피스 특별전이다. 아시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가치를 보여주는 국제적인 무대다.

김명신 작가는 이곳에서 최근 작업한 신작 15점을 선보인다. 그동안 고양이 연작을 통해 보여준 자신의 미학적 세계를 이번에는 호랑이라는 대형 맹수로 확장했다.

한지 위 호랑이가 건네는 ‘삶의 생명력’이미지 확대보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올해 완성한 〈호형호제〉(76×53cm, 한지에 먹과 채색)다.

화면에는 두 마리 호랑이가 나란히 누워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맹수의 위압감은 없다.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형제처럼 서로에게 익숙하다. 상대의 습관과 허물까지 알고 있는 친구처럼 편안하다.

두 호랑이는 나른한 자세로 누워 무심하게 화면 밖을 바라본다. 날카로운 긴장감 대신 일상의 친밀함이 화면을 채운다.

둥근 눈매와 오묘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인간의 삶이 겹쳐 보인다. 가까운 가족이나 오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작가는 이처럼 소박한 관계의 풍경을 통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맹수의 힘을 강조하기보다 그 안에 깃든 친밀함과 생명의 온기를 보여준다.

호랑이가 관람객을 바라보는 순간

〈응시Ⅰ〉, 〈응시Ⅱ〉, 〈응시Ⅲ〉 연작도 주목할 만하다. 각 41×50cm 크기의 2026년 작품으로 한지에 먹과 채색으로 완성했다.

이 작품에서는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가 뒤집힌다.
한지 위 호랑이가 건네는 ‘삶의 생명력’이미지 확대보기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관람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작품은 관람객의 시선을 받는 대상이다. 하지만 김명신의 〈응시〉 앞에서는 이 익숙한 관계가 흔들린다.

어두운 숲과 강렬한 먹의 붓질 사이로 호랑이의 노란 눈동자가 번뜩인다. 그리고 그 시선은 화면 밖 관람객을 정면으로 향한다.

그림을 보러 온 사람이 오히려 호랑이에게 관찰 당하는 듯한 순간이다.

화면 속 호랑이는 박제된 이미지가 아니다. 관람객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살아 있는 존재처럼 다가온다. 시선과 시선이 맞부딪히면서 관람객은 한지라는 평면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과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 작품은 단순히 ‘보는 그림’에서 ‘대화하는 그림’으로 바뀐다.

호랑이의 힘과 고양이의 온기

〈시선Ⅰ〉, 〈시선Ⅱ〉, 〈시선Ⅲ〉 연작 역시 놓치기 아깝다. 김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고양이의 섬세한 세계가 담겨 있다.
한지 위 호랑이가 건네는 ‘삶의 생명력’이미지 확대보기
고양이 특유의 예민하면서도 다정한 눈빛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정교하고 유연한 필선으로 표현한 털의 질감과 오묘한 눈동자의 빛은 보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건드린다.

호랑이 연작이 묵직한 생명력을 전한다면 고양이 연작은 섬세한 온기를 건넨다. 서로 다른 두 감각이 한 전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김명신 작가는 묵묵히 자신만의 한국화 세계를 넓혀왔다. 2020년 서울 어반플루토 기획전 《오합지졸》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서울 이랜드 스페이스에서 개인전 《고양이의 세계》를 열었다. 이어 서울 홍익대 미술관(HoMA) 단체전 《지나온 점, 다가올 점》에도 참여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다.
한지 위 호랑이가 건네는 ‘삶의 생명력’이미지 확대보기
이번 PIATE 2026 전시는 그의 작업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만하다. 전통적인 수묵채색화의 기법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국제박람회재단과 PIATE 2026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태국 치앙마이 아트뮤지엄이 PIATE 2026 조직위와 공동주관하는 이번 전시에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미술 관계자와 컬렉터들이 참여한다. 아시아 7개국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국제 아트페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가을이 깊어 가는 10월 초, 고양 꽃전시관을 찾는다면 김명신 작가의 전시 부스에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는 것도 좋겠다.

먹향이 번진 한지 위에서 호랑이와 고양이의 눈을 마주해 보면 어떨까. 맹수의 날카로운 포효 대신 그곳에서 만나는 것은 뜻밖에도 삶의 온기와 생명력일 수 있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리는 시간도 될 것이다.
한지 위 호랑이가 건네는 ‘삶의 생명력’이미지 확대보기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경제·시사 다른 기사

1 송파구, 직원 참여형 청렴시책 성과 점검…조직문화·청렴 인식 진단 실시 서울 송파구가 직원 참여형 청렴 시책을 운영하고 조직문화 진단을 실시하는 등 청렴 행정 강화에 나섰다.송파구는 최근 ‘청렴문화 혁신밴드 성과보고회’를 열고 올해 추진한 청렴 정책의 성과와 개선 과제를 점검했다고 밝혔다.구는 올해 청렴 비전을 ‘다 함께 뛰는 청렴송파 RACE’로 정하고 100대 청렴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렴을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대표적인 사업은 ‘21일의 청렴습관, 함께 청렴’이다. 매달 실천 주제를 정한 뒤 팀원들이 21일 동안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청렴 관련 행동을 생활화하는 방식이다.이와 함께 청렴포인트 333, 2 마포구, 구민 체육대회 참가자 모집…5개 화합종목·2개 번외종목 진행 마포구가 오는 11월 열리는 제2회 마포구민 체육대회 참가 주민을 모집한다.마포구는 10월 16일까지 각 동을 통해 체육대회 선수단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29일 밝혔다. 행사는 11월 7일 오전 10시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린다.마포구체육회가 주최·주관하고 마포구가 후원하는 이번 체육대회는 주민들의 체육활동 참여와 동별 화합을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보다 가족과 친구, 이웃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을 확대했다.경기는 화합종목 5개와 번외종목 2개로 구성된다. 화합종목은 대형 바톤 계주 달리기, 애드벌룬 굴리기, 줄다리기, 색판뒤집기, 대형 지네발이다.대형 바톤 계주 달리기는 동별 남자 50대·40대·20대 각 1명과 여자 40 3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신임 원장에 우정민 전 KT 부사장 선임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우정민 전 KT 부사장을 신임 원장으로 맞았다.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28일 우정민 전 KT 부사장이 신임 원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다.우 신임 원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KT에서는 차세대시스템개발단장과 KOS서비스단장 등을 거쳤다. 이후 KT DS 대표이사 사장과 KT 부사장을 역임했다.주요 IT 시스템 개발과 운영부터 차세대 시스템 구축, IT서비스 경영까지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우 원장의 민간 ICT 분야 경험과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시스템 운영과 지역 디지털 혁신 분야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순대’가 경제용어라고? 순(純)대외자산, 한국의 진짜 해외자산은 얼마일까?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