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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을 넘어선 지음(知音)의 영적인 만남[새로 나온 책]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2 17:28 최종수정 : 2026-09-22 19:21

에드윈 킴·이서원 《요즘 어때》 레벤북스서 출간
피아노와 상담으로 서로 건네준 ‘관계의 재발견’

레벤북스의 새 책 '요즘 어때'를 같이 쓴 에드윈 킴 피아니스트와 이서원 심리상담가(사진 왼쪽부터)가 숲길을 같이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레벤북스의 새 책 '요즘 어때'를 같이 쓴 에드윈 킴 피아니스트와 이서원 심리상담가(사진 왼쪽부터)가 숲길을 같이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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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디지털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된 시대다. 그런데 현대인은 오히려 ‘고립’과 ‘대화의 단절’을 겪고 있다. 연결의 수단은 넘쳐나지만 정작 마음을 나누는 대화는 점점 줄어든다.

AI 기술이 일상 깊숙이 들어올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솔한 소통은 더 드물고 귀한 일이 되고 있다. 이런 때 레벤북스가 펴낸 신간 《요즘 어때》가 눈길을 끈다. 흔한 안부 인사 한마디도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피아니스트 에드윈 킴과 심리상담가 이서원. 두 저자는 거창한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서로에게 건네는 소박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흔한 자전적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다르다. 혈연이 아닌 마음의 교감으로 새로운 부자(父子) 관계를 맺은 두 사람이 예술과 상담의 현장에서 걸어온 삶을 편지 형식으로 풀어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34편의 편지에는 서로를 향한 질문과 대답,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 차곡차곡 담겼다.
레벤북스의 새 책 '요즘 어때' 표지

레벤북스의 새 책 '요즘 어때'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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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와 ‘어른’의 만남

이야기는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시작된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에드윈 킴은 세련되고 한결같이 친절한 태도로 다가온 심리상담가 이서원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오히려 묘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조건 없는 호의 앞에서 경계심을 느끼기도 한다. 에드윈 킴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현용 프란치스코 신부는 추천의 말로 “뻔하지 않은 사람들의, 어쩌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우리를 끝내 뻔하지 않은 삶으로 이끌어 주지 않을까”라며 평범해 보이지만 서로를 특별한 삶으로 이끈 두 사람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예상치 못한 힘든 시기를 겪으며 마음이 크게 흔들리던 어느 순간, 에드윈 킴은 이서원 작가를 찾아간다. 이서원 작가는 새벽 4시까지 기꺼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누굽니까. 누가 우리 에드윈을 이따위로 만들어 놨어!”

그 말은 상담가로서 계산된 위로가 아니었다. 상처 입은 한 청년에게 건넨 ‘아버지’의 손길에 가까웠다. 에드윈 킴은 그 순간을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달라진 계기로 기억한다.
“제가… 감히 교수님의 아버지가 되어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 작가의 뜻밖의 제안 앞에서 에드윈 킴은 그동안 마음속에 눌러두었던 ‘어른아이’의 눈물을 터뜨린다. 타인에게 기댈 곳을 찾지 못했던 한 예술가가 비로소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치유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이미숙 아가다 수녀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아들이 이렇게 소통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함께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민호 작가 역시 두 사람의 솔직함에 처음에는 안심했고, 그 진정성 앞에서는 부럽고 부끄럽다가 끝내는 뭉클해졌다며 “가족이라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기에 가족이 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에 대한 평가가 짚어내는 것은 같다. 혈연이 아니어도 진심이 오가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 혈연이라는 우연한 조건으로 맺어지는 기존의 가족 개념을 넘어 두 사람은 사랑과 소통을 통해 스스로 가족을 만들어가는 관계를 보여준다. 다양해진 오늘날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34개의 단어로 다시 읽는 삶

책은 모두 34편의 편지로 구성됐다. 각 편지는 ‘열심히’, ‘멈춤’, ‘노림수’, ‘열등감’, ‘자존심과 자존감’, ‘통제권과 선택권’, ‘적절한 거리’처럼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를 화두로 삼는다.

유크랩마케팅 대표 선우의성 작가는 이 책의 미덕을 바로 이 지점에서 찾는다. 사전 속에 머물던 평범한 단어를 삶의 언어로 되살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사전 속에 머물던 단어들이 두 사람의 경험을 통과하며 전혀 다른 깊이를 얻는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지음(知音·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이 가장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노 선율을 만드는 사람과 타인의 내면 고백을 들어주는 사람. 두 사람의 만남은 거문고 소리를 알아듣던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지음’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나이와 학력, 사회적 지위 같은 겉모습을 내려놓고 서로를 마주한다.

‘열심히’라는 단어를 놓고 아버지는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들은 십여 년간 딴생각을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연주 연습을 해온 자신의 형식적인 성실함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효율과 속도에 쫓기며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임명현 MBC 디지털뉴스제작팀장은 두 사람의 소통에서 ‘살아지는’ 삶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려는 공통된 의지를 느꼈다고 했다.

이처럼 책 속의 단어들은 두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닿을 듯하다.
레벤북스의 새 책 '요즘 어때'를 같이 쓴 이서원 심리상담가와 에드윈 킴 피아니스트(사진 왼쪽부터)가 글을 쓰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레벤북스의 새 책 '요즘 어때'를 같이 쓴 이서원 심리상담가와 에드윈 킴 피아니스트(사진 왼쪽부터)가 글을 쓰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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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하지 않으면서 깊이 연결되는 ‘적절한 거리’

책 표지에는 두 사람이 실로 연결된 원 안에서 서로를 향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연결된 ‘적절한 거리’와 소통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미지다.

표지 하나에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관계의 방식이 압축돼 있다.

《요즘 어때》는 독자에게 즉각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단어 하나를 마음에 담고 자신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게 한다.

황효원 항공안전기술원장은 “한 사람의 삶이 다른 한 사람의 삶을 만나 어떻게 회복되고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추천의 글을 썼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 독자는 타인을 향해, 그리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향해 따뜻하고 정중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요즘,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큰 선물일지 모르겠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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