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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고질적 저평가로 '제자리걸음'…주주환원 뒷짐·상속세 발목 [코리아 디스카운트 CUT (상)]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1-29 11:31

한국 PBR 1배 미만…대만 대비 절반 수준
상속세 과도 VS 부자감세 “사회적 대타협 必”
지배주주-일반주주 이해상충 해소가 관건

한국증시 고질적 저평가로 '제자리걸음'…주주환원 뒷짐·상속세 발목 [코리아 디스카운트 CUT (상)]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선거의 해 정치권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이슈를 쏘아 올렸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주가 상승을 막는 상속·증여세제 정비 필요성 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증시의 복합적인 저평가 배경을 진단하고, 기업거버넌스 개선 등 벤치마킹 할 수 있는 해외사례 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한국 증시와 대만 증시가 똑같이 저평가 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PBR(주가순자산비율, Price to Book-value Ratio) 지표를 살펴보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결산 재무제표를 반영한 한국 코스피200 PBR은 0.9배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국가지수 기준으로 대만(2.2배)과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지표 상, 똑같은 체력을 지닌 상장 기업이라도 한국에서는 대만보다 가치를 절반 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대표 주가지수 PBR 값이 1배 미만이라는 점은 더욱 암울하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낮아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저(低) PBR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심각하다는 근거 지표로 자주 거론된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상황은 명확하지만, 그 원인을 쫓아가면 얽히고 설켜 있다.

특히, 인색한 주주환원으로 인해 '한국 주식은 사는 게 아니다', '믿을 수 있는 미장(美場)으로 간다'는 자조적 표현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상장 기업인데도 법적으로 이사회가 '주인'인 소액주주의 이익보다, 경영진 대주주 이익을 위해 뛸 만한 유인이 크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거론된다.

징벌적 상속세가 부담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주주 입장에서 보면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니 주가 부양에 의지가 생기겠냐는 것이다. 물론 세제 개편 이슈는 찬반이 나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증시 투자자는 장기투자보다 단타에 집중하는 경향만 짙어지고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법/제도, 기업, 투자자 모두가 변화 의지를 보일 때 비로소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증시 저평가 왜?…"주주환원 미흡, 가장 큰 문제"

29일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선임연구위원·강소현 연구위원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2023년)' 리포트에 따르면, 45개국 주요국 상장 기업 자료를 토대로 실증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간 한국 상장기업의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에 불과했다. 한국은 분석대상 45개국 중 41위였다.

김 선임연구위원·강 연구위원은 회귀분석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장 유력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도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봤다. 반면, 해당 실증분석을 통해 단기투자 성향, 지정학적 위험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묵은 저평가를 해소하고 한국 주식시장이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종합적 관점에서 '실효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두 연구위원은 리포트에서 "주주환원 수준과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주요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컸다"며 "법/제도적 개선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식과 관행의 개선, 그리고 투자자의 적극적 역할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소액주주 홀대, 이제 그만…주주행동주의도 역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걸음은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LG화학, 카카오 등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이슈가 부각되면서 제도를 정비했다.

알짜 사업을 분리하는 '쪼개기 상장' 문제에 따라,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할 때 공시를 강화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자회사 상장 심사도 강화했다.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의무화도 일반주주 이익 보호를 한층 강화한 장치로 꼽힌다.

낙후된 주주환원율(순이익 중 자사주매입 및 배당금 비중) 제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최대 화두다.

KCGI자산운용이 2023년 9월 개최한 지배구조 세미나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팩트셋(FactSet), 블룸버그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 코스피 주주환원율(2022년 말 기준)은 26.7%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이는 조사 대상이 된 일본 닛케이225(108.5%), 미국 S&P500(84.3%), 대만 가권지수(49.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행동주의펀드 등 자산운용사의 적극적 주주행동이 일정 부분 주주 보호를 환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디스카운트 VS 경영권 프리미엄…"종합적 접근으로 해법 찾아야"

상속세제 관련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법상 한국의 명목 상속세율은 최고 50%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한국은 대주주 할증세율이 더해지면서 상속세율이 최대 60%에 달하는 실정이다.

세상을 떠나는 창업주, 오너(owner)들이 늘면서 여러 파생 이슈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상속세 관련 삼성 일가의 삼성전자 등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소식에 증시는 하방 압력을 받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월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부담 완화를 화두로 던졌다. 높은 상속·증여세, 배당소득의 종합과세 등은 대주주들이 주가를 낮게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순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상속세 개편 관련 반대하는 측에서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상속세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면 특혜 논란 및 이해 상충이 없도록 일반 주주 보호 제도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2년 9월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 주최 및 금융위원회 후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증시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으나 M&A(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오히려 고평가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배주주, 경영권이 탑재되면 프리미엄이 붙고, 일반투자자 주식은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며 "증시 디스카운트 중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기업지배구조 문제, 낮은 배당성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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