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내외 경기 불황에도 신라면, 불닭볶음면으로 대표하는 라면업계가 미국에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수출용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사진=농심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1조4925억원)보다 13.8% 늘어난 1조6979억원, 영업익이 204.5% 오른 1175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도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4574억원) 대비 16.0% 늘은 5309억원, 영업익이 31.1% 증가한 679억원으로 공시했다. 양 사 모두 미국에서의 호실적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구체적으로 농심은 미국에서의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2526억원)보다 25.2% 증가한 3162억원, 영업익이 536% 증가한 337억원을 벌어들였다. 농심은 앞서 지난해 4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2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에 미국에서만 연간 3억5000만개에서 8억5000만개의 라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농심은 미국에서의 생산라인을 확대한 것과 동시에 판매망도 확보했다. 월마트 등 미국 유통채널에 신라면과 같은 주력제품을 최우선 공급하고, 신제품도 가장 빠르게 입점시킨 것이다. 그 결과, 농심 미국법인은 코스트코에서 47%, 샘스클럽에서 95%의 높은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삼양식품도 상반기 해외 매출이 3478억원을 기록하면서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 66%를 차지하게 됐다. 불닭볶음면 인기가 날이 갈수록 더해지면서 명실상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준공한 밀양공장이 이 같은 실적을 이끌었다. 밀양공장은 삼양식품의 수출공장으로, 주력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위주로 만든다. 삼양식품은 밀양공장에서만 연 6억72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한다. 전체 생산량도 14억4000만개에서 20억개로 대폭 늘렸다. 특히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미국 매출이 4980만달러(약 660억원)을 기록하면서 작년 미국 연매출(4870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대내외 경기 불황에도 신라면, 불닭볶음면으로 대표하는 라면업계가 미국에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수출용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사진=삼양식품
농심 신동원닫기

삼양식품도 수출 전초기지인 밀양공장에 1590억원을 들여 제2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물밀 듯 들어오는 불닭볶음면의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 전체 해외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불닭 브랜드 누적 판매량은 50억개를 돌파했고, 누적 매출도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닭볶음면은 2011년 초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이 명동의 한 식당을 찾다가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을 주목해 탄생한 제품이다. 이후 2012년 4월 국내 처음 시판됐으며, 현재 그 종류만 18종에 달한다. 떡볶이나 당면 등 간편식으로 확대하면 전체 가짓수는 31종에 이른다. 삼양식품은 최근 매운 국물라면 ‘맵탱’을 론칭, 불닭볶음면의 아성을 잇겠다는 전략이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미국을 넘어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매운 맛의 고장인 멕시코가 있다. 멕시코는 인구 1억3000만명으로, 연간 라면시장 규모만 4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부담이 덜하다. 농심은 지난해 멕시코 전담 영업조직을 신설했으며, 향후 치폴레와 라임, 칠리소스 등 멕시코 현지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양식품도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한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관련 교육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까르보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등 2017년부터 멕시코 시장으로도 진출한 상태다. 또한 할라피뇨치즈불닭볶음면, 불닭치폴레마요,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등 히스패닉 소비층을 위한 멕시칸 스타일의 제품들도 선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