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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롯데맨’ 김상현, 둔해진 유통 거인을 달리게 만들다

홍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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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1-21 00:00 최종수정 : 2022-11-21 03:44

‘쇼핑 1번지 부활’ 선언…그로서리 승부수
마트·수퍼 통합…온라인선 英오카도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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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롯데맨’ 김상현, 둔해진 유통 거인을 달리게 만들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로서리’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로서리 1번지’로서 입지를 세워 급성장하는 이커머스에 대항해 오프라인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온라인 그로서리 분야에서도 리더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신규 선임됐다.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첫 번째 외부 출신 최고 경영자(CEO)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롯데그룹 주력 부문인 유통군 총괄로 선임된 김 부회장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986년 미국P&G에 입사해 한국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 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롯데그룹은 김 대표 선임과 동시에 헤드쿼터(HQ) 체제를 도입해 각 HQ 대표에게 더 많은 권한을 쥐어줬다. 이전 BU 체제와 비교하면 재무와 인사 기능을 보강해 실질적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올 3분기까지 롯데쇼핑 누적 영업이익은 2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2% 급증했다. 매출은 0.9% 하락했지만 주요 사업부문에서 흑자전환하며 성장 흐름을 증명했다.

김 부회장은 이 기세를 몰아 ‘유통 1번지’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사내 게시판에 ‘샘톡(Sam Talk)’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영상이 그것이다. 이 영상에서 그는 “롯데가 ‘유통 1번지’가 되어야 한다“며 ‘고객들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롯데 유통군 새로운 비전을 알렸다.

김 대표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큰 주제로 ‘그로서리’와 ‘라이프스타일’을 설정했다.

특히 그로서리는 ‘그로서리 1번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롯데마트·롯데슈퍼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계획했다. 올 3분기 기준 롯데쇼핑에서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7.2%로 절반에 육박한다.

롯데쇼핑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핵심 주제로 그로서리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롯데쇼핑에서 그로서리를 담당하는 사업부문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다. 즉 단순하게 생각하면 롯데쇼핑이 판매하는 상품 중에서 그로서리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그러므로 롯데쇼핑에게 그로서리 사업 성장은 필수 요건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사업 흐름을 보면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1998년 출범 후 꾸준히 성장해 2016년 대형마트 업계에서 점유율이 23.8%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해엔 19.5%로 떨어지며 20% 벽마저 무너졌다.

롯데슈퍼도 2017년 업계 점유율이 45.8%로 압도적 1위 자리를 자랑했으나 지난해 점유율은 36.7%로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매출 추이도 부정적이다. 롯데마트 매출은 2016년 8조2007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8조원 이상을 나타냈으나 2017년 6조 5774억원으로 7조원대 벽이 깨지더니 지난해 매출은 5조 7159억원까지 하락했다. 5년만에 매출 30%가 축소된 것이다.

롯데쇼핑도 2017년 매출 2조 714억원으로 연매출 2조 이상을 기록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매출은 1조 4523억원에 머물렀다. 역시 5년 사이 매출 30%가 날아갔다.

여기에 유통산업에서 이커머스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며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2017년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35%에서 지난해 48.3%까지 급성장했다. 반면 대형마트와 SSM 합산 비중은 2017년 28.5%에서 2021년 18.8%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그로서리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2021년 기준 국내 그로서리 시장은 약 135조원 규모다.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다른 상품군에 비하면 낮다.

이커머스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직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신선식품을 포함한 그로서리 상품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섭취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길 원한다”며 “또한 이커머스에서 구매한 상품에 대해 실망하는 경험이 한번이라도 생기면 신뢰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엔 그로서리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려는 행동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커머스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농·축·수산물 온라인 거래액은 6조563억원으로 전체 거래액 161조1234억원의 3.8%에 불과하다.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육박한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그로서리의 경우 그 비중이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이 장보기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되는 집객효과도 있기 때문에 그로서리 경쟁력은 더욱 중요하다. 김 부회장은 이를 파악하고 ‘그로서리 1번지’를 핵심 주제로 설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그로서리 1번지’를 위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통합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먼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기존에 개별적으로 운영 및 진행해오던 상품 소싱 업무를 통합할 계획이다. 소싱을 통합하게 되면 중복 업무로 인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소싱 통합과 함께 마트와 슈퍼의 상품코드 통합 작업도 진행한다. 기존에는 마트와 슈퍼가 같은 상품을 취급하면서도 별도의 상품코드를 사용해 양사의 데이터를 종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상품코드를 통합하게 되면 제품 수요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 업무가 가능해져 더 나은 그로서리 상품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기존의 정형화된 포맷을 벗어나 그로서리 전문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그로서리에 특화된 크기 별 매장을 운영할 계획으로, ‘대형 그로서리’ 전문매장과 생활 밀착형 상품에 최적화된 ‘중·소형 그로서리’ 매장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 관련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쇼핑은 이번 계약을 통해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OSP는 혁신적인 자동화 물류센터(CFC)등을 활용해 유통업체들이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을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크로거(Kroger), 캐나다 소베이(Sobeys), 호주 콜스(Coles) 등 대형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솔루션을 도입했다.

롯데쇼핑은 오카도 OSP 도입 및 운영을 위해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2025년 첫번째 CFC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2년에는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김 부회장은 “롯데 유통군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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