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취업자수는 5천명 증가하는 데 그쳐 2010년 1월 1만명 감소 이후 최악의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작년 7월의 31.4만명 증가와 큰 대비를 이루고 있다. 부진을 이어갔던 지난 6월의 10만 6천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패망으로 1년 반 가량 고용이 극도로 위축된 때를 제외하면 가장 나쁜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용지표의 내용 또한 좋지 않다.
■ 취업자 증가폭, 8년 6개월만에 최저
7월 취업자수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겨우 5000명 증가했다. 증가폭은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1월 취업자수는 33만4000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큰 폭 하락했다. 지난 5월 취업자수는 7.2만명 증가, 10만명대를 밑돌면서 고용 우려가 심화됐다.
6월에는 10.6만명으로 10만명대 턱걸이 수준을 기록하며 고용쇼크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7월 15~64세 고용률(OECD비교기준)은 67.0%로 전년동월대비 0.2%p 하락했다. 30대는 동일하게 나타났으나 40대, 20대, 50대 등에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6%로 전년동월대비 0.2%p 상승했다.
실업률은 3.7%로 전년동월대비 0.3%p 올랐다. 60세이상 실업률이 하락한 가운데 30대, 40대, 50대 실업률이 오르면서 전체 실업률 상승을 이끌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3%로 전년동월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실업자 또한 60세 이상에서 줄고 30~50대에서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만1000명증가했다. 올해 2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7월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전체적으로 30~50대, 한국경제 허리의 고용부진이 심화된 것이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4만 9000명, 7.7%), 정보통신업(6만 8000명, 8.8%), 금융 및보험업(6만 7000명, 8.6%),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6만 6000명, 6.1%) 등에서 증가했다.
제조업(-12만 7000명, -2.7%)과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10만 1000명, -7.2%), 교육서비스업(-7만 8000명, -4.0%) 등은 감소했다.
사회복지나 공공행정 등 정부와 관련된 일자리수는 늘었으나 제조업 고용이 부진을 보이고 있어서 경기 활력이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재학·수강 등(-9만 4000명, -2.4%), 육아(-8만 8000명, -7.0%), 심신장애 (-2만 3000명, -5.3%)에서 감소했으나 '쉬었음'(23만 2000명, 14.0%), 가사 (9만 2000명, 1.6%) 등에서 증가해 전년동월대비 15만 5000명 증가했다. 7월 구직단념자도 54만 6000명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6만3000명 증가했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률 하락, 제조업 부진, 서비스업 부진 등이 나타났다"면서 "고용이 후행지표라고는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 둔화가 확대되고 있어서 향후 점점 더 어려워질 소지가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 내용도 안 좋은 고용지표
임금근로자 증가폭이 크게 쪼그라든 가운데 비임금근로자는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7월엔 감소폭이 더욱 확대됐다.
올해 4월 임금근로자는 14만명 증가하고 비임금근로자는 1.6만명 감소했다. 이후 5월엔 임금근로자가 8.2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비임금근로자는 1만명 감소했다.
6월엔 임금근로자가 11.8만명 늘었으나 비임금근로자는 1.2만명 줄어들었다. 이번 7월엔 임금근로자가 4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비임금근로자는 3.5만명이라는 큰 폭의 감소를 나타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 증가폭이 줄고 있는 가운데 임시직이나 일용직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상용근로자는 지난해 7월 39.9만명 늘었으나 올해 7월엔 27.2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7월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반면 임시직과 일용직 등 하위계층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임시직이 10.8만명, 일용직이 12.4만명 감소해 3개월 연속 '임시직, 일용직' 각각 10만명 이상 감소를 나타냈다.
비임금근로자도 감소폭을 3.5만명으로 확대한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7.2만명 늘었으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0.2만명 감소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0.5만명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상용직 근로자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형편이 열악한 임시직, 일용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하지만 딱히 좋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취업시간대별 취업자의 전년동월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36시간이상 취업자는 2,202만 2천명으로 55만 1천명(-2.4%) 감소했다.
36시간미만 취업자는 466만 1천명으로 51만명(12.3%) 증가했다. 한국 사회의 노동구조상 적은 시간 일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많지 않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근간으로 평가하는 제조업 취업자수가 계속 줄어들어 주목을 끈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전년비 12만7천명(2.7%) 감소했다. 지난 6월에도 12만6천명 감소한 바 있다.
정부는 고용부진에 대해 인구요인이나 구조적 요인 등도 거론하면서 모든 정책을 동원해서 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다만 연초에 꺾였던 고용지표가 하반기 첫 달 더 악화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 답 없는 고용 중시하면 금리인상은 없다
금융시장에선 고용지표 부진 때문에 금리인상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고용을 중시하는 현 정부 들어서 대외 불확실성 속에 대내 지표마저 좋지 않으니 금리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많은 것이다.
연내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8월보다 4분기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던 가운데 고용부진으로 연내 금리인상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고용지표 때문에 그동안 낮게 평가됐던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수의 사람이 거론하던 연내 금리동결에 힘이 실릴지 봐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고용지표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남동해안 쪽의 조선업·중공업 위기나 GM자동차 사태 등 구조조정 요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저임금 노동자의 취업 악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온라인 쇼핑몰이나 무인점포 확대 등 사회구조의 변화 등이 많이 거론됐다. 7월엔 무더위가 경제 활동량을 떨어뜨렸을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다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20~30만명대 증가세를 기록하던 취업자 증가자수가 올해 갑자기 대폭 줄어든 것을 놓고 여전히 의문이라는 관측도 많다. 아무튼 대폭 줄어든 수치를 두고 이 정도로 고용이 나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은행의 한 딜러는 "고용이 안 좋게 나올 것이라는 점은 다들 예견을 했다"면서 "하지만 이 정도로 악화된 수치를 보여줄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8월은 당연히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연내 금리인상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어차피 미국이다
고용을 둘러싼 환경이 구조적으로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고용지표를 중시하면 금리인상이 어려워진다는 점에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고용문제를 거론하면서 금리인상이 없다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금리 결정에선 여러가지 요인들을 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 여러 경제지표 중 가장 나쁘게 나오고 있는 고용에만 무게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 이전까지 고용지표는 금리 결정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고용지표에 큰 무게를 둘 수 없다는 쪽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란 논리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한은이 금리 정상화를 원한다는 스탠스를 내비친 점도 감안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의 딜러는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됐지만, 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 내외 금리차 문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1~2번은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시장이 고용지표를 단발성 호재 이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흥국 위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고 거시건전성이 좋지 않은 나라를 중심으로 금리를 오히려 올리기도 했다. 한국 역시 경제지표와 별개로 최소한의 금리정상화는 해 놓아야 한다는 관점도 보인다.
다른 딜러는 "금통위원 가운데 향후 여력 확보차원에서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지금 금리 수준이 여전히 경기부양적이라면, 굳이 더 기다릴 필요 없이 8월에 금리를 올리는 게 나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심화된 고용 쇼크를 경험하고 있지만, 통화당국이 보여줬던 스탠스도 감안하고 있다.
김두언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나온 고용지표는 충격적"이라며 "우려스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를 올리려고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