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년 만에 늘어난 대기업 대출
대기업 대출은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 한 해 동안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맞물려 대기업 여신을 꾸준히 줄여온 은행권이었지만 최근 줄어든 가계 대출로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자 다시 기업 대출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79조 8525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 1655억원이 늘어났다. 월말 기준 대기업 대출이 전월보다 증가한 건 2016년 1월 이후 1년 만이다.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여파로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2월부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중이었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1월 말 92조 9871억원에서 작년 말 77조 6870억원으로 13조7304억원 줄었다. 지난해 은행 대출 가운데 감소한 건 대기업 대출이 유일하다. 5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사이에 모두 늘었으며 우리은행이 9000억이 늘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은행 기업여신 관계자는 “최근 미국 보호무역주의나 중국의 무역정책을 볼 때 대기업 대출 전망 자체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경기를 관망하면서 우량기업이나 중견기업 위주로 영업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작년 한 해내내 기업 대출이 줄었기 때문에 은행들은 다시 기업 여신을 늘릴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연체율 부담에 중기 대출 소극적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원리금 한 달 이상 연체)은 0.74%로 한달 전 0.63%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71%로 전월 0.77%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2월 기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5.5%(559조6394억원→590조1868억원)에 그쳤다. 대기업 대출연체율은 작년 6월부터 10월까지 STX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영향으로 2%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연체채권을 상각(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실 처리하는 것)해 0%대로 다시 떨어졌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 전망치는 -13으로 나왔다. 은행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면 금리나 만기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은행이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은행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 기업대출 금리도 현재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3.55%로 0.01%p 오르면서 넉 달째 상승했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3.20%로 0.04%p 올랐고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3.79%로 0.02%p 올랐다. 은행의 전체 대출 금리는 3.51%로 0.07%p 높아졌다.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예대금리차)는 2.00%p로 0.12%p 증가했다. 예대금리차는 2013년 1월(2.00%p) 이후 4년 만에 최대다. 은행들이 대출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들어갔다는 지표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