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구불 예금 역대 최고치 경신
저금리 상황이지만 오히려 은행에는 돈이 쌓이고 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일단 은행에 넣어두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돈맥경화 우려는 본격화되었다. 작년 7월 말 111조원대이던 은행 보통예금 잔액은 3개월 만에 4.5% 이상 늘어 116조원대(10월 말 기준)가 됐다. 같은 기간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2.2% 증가에 그쳤다. 당시 정기예금 금리가 1.31%(연평균)에서 1.49%까지 오르는 나름의 상승기였지만 금융소비자의 선택은 예금이 아닌 일반 보통(요구불)예금이었다.
그 결과 한국은행 통화량 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상호금융권 등 예금 취급 기관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으로 201조 7687억 원(중앙정부 보유 예금 제외)으로 9월 말보다 6조6700억 원(3.4%) 증가했다.
통화량 통계에서 요구불예금이 200조 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 가계 기업 모두 지갑 닫아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자금이지만 200조원이란 금액에 무색하게 예금 회전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예금회전율은 시중에서 돈이 얼마나 활발하게 돌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기업이나 개인이 은행에 맡겨둔 현금을 얼마나 자주 인출해서 사용하는지에 대한 빈도수를 계산한 것이다.
2010년 34.8회였던 회전율은 2011년 34.2회, 2012년 32.7회, 2013년 28.9회, 2014년 26.7회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15년엔 회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33.0회) 회전율의 3분의2 수준인 24.3회에 그쳤다.
회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가계와 기업 모두 돈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가계의 소비성향(소득 중 소비에 쓴 돈의 비중)은 71.9%로 2003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업의 설비투자는 그 전년도보다 0.8%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예금도 아닌 요구불예금에 자금이 증가하면 유동성이 금융기관에만 묶이며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 경기 침체도 가중시킨다.
◇ 지표 암울, 앞으로 더 어렵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대외적으로는 트럼프닫기

이미 지표로는 위험신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데 IMF 외환위기 직전 5년간 경제성장률은 6.2∼9.6%였다. 2011∼2015년 성장률은 2.3%∼3.7%로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2%대 성장이 유력하다. 작년 11월부터 상승 기조를 보인 금리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금리 역시 상승세를 타게 된다. 이 경우 작년 내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가계부채를 자극하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한계가구(빚 상환에 월 소득의 40%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는 약 8만8000가구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각종 신호는 2017년이 어렵다고 나타나는 가운데 마땅히 타개할 수단이 없어 정유년 돈맥경화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