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지주 입장에서는 2016은 위기로 시작해 하반기에 반등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 특히 올해 전반적으로 은행권이 저금리 기조 속에서 지속적인 호실적을 내는 가운데 유독 농협지주만 적자에 시달려 상대적으로 위기설이 부각된 한 해였기 때문이다.
◇ 적자는 줄었지만 경쟁사 대비 열세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순이익 대부분을 은행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는 반대이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적자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상반기 누적 적자는 3290억이다. 지난해 4분기 2174억 원 적자까지 생각해보면 천문학적이다. 조선·해운업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간 해법이 어려운 점도 긴 적자 기간의 원인이다. 다행히 올해 3분기부터 흑자로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 위안요소다. 그러나 흑자 규모가 경쟁사 대비 작고 호실적의 원인이 자체 혁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은행권 전체가 예대 마진 증가 등의 동반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농협은행은 618억 원 적자, NH투자증권 1990억 순이익, 농협생명보험 1155억 순이익, 농협손해보험 216억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빅배스 전략에 따라 상반기까지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실적 반등에 주목해 달라는 입장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상반기에 1조 3000억 원대의 충당금을 쌓아 빅배스를 단행했다. 최종적으로 올해 마지막에 3000억 원대 규모의 흑자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말한다. 하지만 이 흑자 규모는 중앙회에 지급하는 명칭사용료 반영 전이다. 중앙회에 지급하는 명칭사용료는 매년 3000억원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중순부터 한 달여에 걸쳐 농협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난 9월 농협은행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2012년 종합검사 때 농협은행에 ‘2등급(우수)’ 평가를 내렸으나 이번 평가에서는 ‘3등급(보통)+’로 하향 조정했다. 여러모로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이런 농협금융지주에 혁신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 농협법 개정으로 탄력, 세부 전략 필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농협금융지주에게 호재다. 부담은 줄이고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명칭사용료’ 용어를 ‘농업지원사업비’로 변경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 영업에 집중할 수 있게됐다. 또 개정 농협법은 농협지주를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161조에 신설해 금융사로의 정체성을 확립시켰는데 규제 적용은 제한적으로 받는다. 대표적으로 방카슈랑스 판매 예외적용이 5년 연장된 사항이 있다. 보험업법에 규정된 방카슈랑스룰은 은행 등이 보험을 판매할 때 1개 보험사 상품 모집액이 전체 판매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 계열사 상품만 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 농협생명과 농협손보 상품(보험 및 퇴직연금)을 파는 전국 농·축협 단위조합은 농협법 보험특례규정(10522호 부칙 15조)에 따라 방카룰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례 적용기한이 2017년3월말이었지만 5년 더 연장됐다. 농협생손보는 전체 보험의 90%를 농협은행 등 관계사를 통해 팔고 있다. 법 개정으로 비은행 순익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지만 세부 전략이 더 필요하다. 농협금융이 오친 경영 안정성을 확보를 위한 은행과 비은행의 손익 비중을 50대50으로 맞추기에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글로벌사업, 디지털금융, 은퇴금융 등 신성장 동력이 될 3대 먹거리 사업을 선정하고 이에 맞춰 조직체계를 개편했다.
기존의 3본부 1분사 9부 1단에서 3부문 9부 1단으로 조직을 줄였다. 지주 디지털금융단, 은행 디지털뱅킹본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터전략단 등 핀테크와 빅데이터 활성을 위한 조직도 마련한다. 고객은퇴자산 관리를 위해 은행 WM연금부도 만들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2012년 신-경분리 이후 첫 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자본 확충 측면에서 지주에게는 플러스 요소다. 다만 내년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중앙회 증자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어 농협금융지주가 노리는 2017년 재도약은 쉽지 않은 길이 될 전망이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