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27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권 행장은 IBK기업은행 본점 건물에 대형 인천상륙작전 걸개를 내걸고 이례적으로 시사회를 갖는 등 홍보에 전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평가가 기대한 만큼 우호적이지는 않아 결과가 어떻게 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권선주 행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투자의 일환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역대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30억원을 지원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영화의 내용이 정부의 입맛에 부응하고 권선주 행장의 관심도 크기 때문에 흥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문화투자 그 중에서 영화계의 큰 손이었다. 기업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사업에 대출과 투자한 금액은 2000억원이 넘어간다.
이는 정부의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정책에 권선주 은행장이 호응한 결과로 지난 2013년 7월에 국내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문화콘텐츠는 평가하기 어려운 특성상 투자를 하더라도 확실한 회수가 어려워 그동안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않았던 영역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 민간이 할 수 없는 모험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2014년부터 매년 2500억원씩 3년간 총 75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지금까지 집행한 자금 규모만 봐도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2014년에 3312억원을 문화콘텐츠 사업에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4003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올해 상반기에 2269억원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2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9584억원이라는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지원했을 정도로 문화투자에 공을 들였다. 그동안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의 성과는 놀랍다.
역대 최고 수익률은 영화 ‘베테랑’인데 지난해 1000만 관객을 기록해 기업은행에게는 244%의 수익률을 가져다 줬다.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 금융권에서 꼽힌다. 그 외에도 영화 '수상한그녀'도 230%의 수익률, '관상'과 '명량'의 수익률은 각각 140%와 118%을 기록했다. '국제시장'과 '연평해전'도 9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 상위 5편의 영화 성과를 평균내면 165%가 넘는 수익률을 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부산행’에도 어김없이 기업은행이 투자했는데 현재까지 흥행 속도를 보면 올해 첫 1000만영화로 점쳐지고 있어 연속적인 투자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이자가 1% 시대에서 문화콘텐츠 투자에서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라며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자신감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이 대박작전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160억~18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영화의 규모와 걸맞지 않는 완성도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유명영화 전문 잡지에서 평가한 ‘인천상륙작전’의 별점은 평균 1.5개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시사회 평가가 안 좋아 내심 신경 쓰는 분위기이다. 다만 과거 비슷한 유형의 영화였던 영화 ‘연평해전’이 큰 흥행을 기록한 점을 들며 그 때와 비슷한 흥행돌풍이 불길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일단 ‘연평해전’때와 달리 흥행 대진운도 나쁘다. 국내 영화에서는 ‘부산행’이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외화 ‘제이슨 본’도 대기 중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에 대해서도 영화계 자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영화 ‘덕혜옹주’를 배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측은 이 영화 때문에 8월3일로 예정된 덕혜옹주의 개봉일을 일주일 연기했으나, 인천상륙작전의 시사회 이후 영화 완성도가 별로라는 평이 나오자 다시 원상태로 개봉일을 되돌렸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손익분기점인 관객 500만명 돌파할 때까지 권 행장의 마음은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