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커버드본드 발행 설명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승종 국민은행 자금부장의 이 한마디에 국내 최초 법제화 커버드본드 발행까지의 노고가 다 담겨있는 듯 했다.
◇안정적 조달수단, 위기 시 빛 발해
국민은행은 지난달 21일 국내 금융기관 중 처음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5년 만기 5억 미국 달러 규모로 발행금리는 미드스왑(MS)+90bp(3개월 Libor +79.9bp) 수준이다. 당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발행한 5년 만기 채권금리가 MS+100bp였으니 이보다 낮은 것이다.
국민은행은 국내 채권시장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하는 이번 커버드본드 발행 경험을 나누고자 설명회를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200석이 넘는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이날 참석한 김용호 김앤장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의 핵심은 도산절연과 이중상환청구권이다. 발행사는 커버드본드 발행 시 자산의 일부를 도산위험으로부터 분리해 투자자에게 담보권이나 지급보증을 제공한다. 따라서 발행사 도산 시 분리된 담보자산을 통해 원리금을 우선적으로 상환 받을 수 있다. 담보자산만으로 회수가 부족하다면 일반자산에 대해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이중상환청구가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도산절연은 가능하지만 이중상환청구권은 없는 유동화채권과 이중상환청구권은 있지만 도산절차에 구속받는 담보부채권의 장점만을 모은 것이 커버드본드”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은행들은 무담보은행채와 커버드본드 발행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며 “특히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선 커버드본드가 은행채나 주택저당증권(RMBS)보다 스프레드가 낮아서 안정적인 조달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구조개선 효과
커버드본드는 발행기관에 자금조달비용 절감, 자금조달수단 다변화 등의 장점이 있지만 특히 은행은 커버드본드를 통한 조달자금을 원화로 운용할 경우 원화예수금으로 인정돼 예대율 산정에서 유리하다.
또한 대규모 장기 고정금리 발행이 일반적인 커버드본드의 특성상 장기·고정 주택담보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에 가장 적합하다.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목적으로 커버드본드법을 마련한 이유다.
이승종 부장은 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를 추진한 이유로 △조달수단 다변화 △위기 시 조달수단 확보 △조달비용 절감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꼽았다.
올해 초 원화사용 목적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려 했으나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비용 절감이 불가능해지자 외화조달로 방향을 틀었다. 커버드본드법 제정 목적 중 하나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인만큼 외화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커버드본드가 지속적으로 발행된다면 기초자산 확대로 고정금리대출이 확산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가능해졌다.
◇한국 커버드본드 위상 제고해야
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커버드본드법 시행 이후 같은 해 11월 TF를 꾸려 발행 준비를 시작했다. 올해 6월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80억 달러의 커버드본드 프로그램을 상장해 발행을 추진했으나 투자자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발행을 연기했다.
당시 그리스 및 중국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프로그램 신용등급도 Aa1, AA+였기 때문에 AAA 등급만 투자 가능한 주요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이후 프로그램 등급 상향을 추진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AAA 등급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발행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부장은 “프로그램 등급을 트리플A로 상향하면 트리거 조건도 강화되고 비용도 증가하지만 등급 상향으로 투자자 확보를 확대해 조달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커버드본드는 아시아 투자자 중심인 국내기관의 외화채권과 달리 미국이 51%, 유럽이 34%를 차지하고 중앙은행, 연기금 등 핵심 투자자를 유치하며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었다. 기존 네 가지 발행목표에 투자자 다변화라는 성과까지 얻게 된 것이다.
관련 업무 전문가 조기투입과 단순 명쾌한 프로그램 구조, 커버드본드법 시행 이전인 2009년에도 커버드본드 발행했기 때문에 관련 경험과 인프라를 보유한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부장은 “향후 커버드본드 주기적 발행을 통해 투자자에게 지속적인 유동성을 공급하고 다양한 형태 및 통화로 발행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며 “국내 타 금융기관들도 발행에 나서 한국 커버드본드에 대한 위상 제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