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이 정도 자본력으로는 국제화지수를 단박에 급진전 시킬 자격을 갖추는 곳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어서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게다가 개선추세 속에서도 자본력이 여전히 안정권에 진입하지 못한 은행들이 일부 있다.
◇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Tier1 선두 각축 치열
예사롭지 않은 지각변동 사실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벌이고 있는 국내 대형은행 내 Tier1 선두 다툼이다.
신한은행은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Tier1 비율 면에서 2008년 말까지만 해도 9.30%로 9.92%를 달리던 국민은행에 뒤지는 처지였다. 하지만 2009년 1분기 박차를 가한 덕에 2분기 11.64%로 국민은행(10.35%)을 앞질렀다. 비율 면에서 대형은행 가운데 선두에 오른 뒤 신한은행은 국민은행의 추격을 내내 뿌리쳤다.
그리고 이젠 Tier1 자본규모면에서도 국민은행을 따돌렸다. 3분기 말 현재 신한은행 잠정치는 17조 360억원.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16조 2985억원에서 3분기 잠정치 16조 9289억원으로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 신한은행은 16조 3255억원에서 다시 달아나면서 간발의 차이나마 선두를 유지했다. 둘 사이 자본규모 격차는 미세해진 상태지만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은행은 이제 우리은행에게 Tier1 비율이 뒤 처지는 입장에 처했다. 국민은행은 2009년 2분기 우리은행에게도 비율 면에서 추월을 허용했고 뒤집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은행 Tier1 규모가 15조원대여서 신한, 국민 두 은행에 못 미치기 때문에 1대1 매치로 벌이는 선두싸움에 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 건전성 지표 방어 격차 감안 땐 경쟁우위 뚜렷
게다가 건전성 지표 움직임을 함께 살피면 경쟁판도 변화 추세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은행은 부실채권 규모 면에서 2010년과 지난 3분기 3조원 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다른 경쟁 대형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조차 2010년 부실채권이 5조 6000억원이었지만 지난 3분기 말엔 3조 5000억원으로 국민은행보다 적다. 신한은행은 3분기 말 2조 4000억원으로 부실 증가폭이 농협보다 크긴 하지만 절대 규모 면에서 짠물 리스크관리 역량이 돋보이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은 Tier1 비율 면에서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기준이던 시절인 2011년 신한은행을 뛰어 넘은 적이 있지만 농협금융지주 주력 자회사로 새출발 하는 과정에서 낮아졌다. 그럼에도 상반기 대규모 증자에 힘입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이고 부실채권 규모가 2011년과 지난해말에 비하자면 가장 적게 증가한 축에 속한다. 자본력과 건전성 움직임에서 대형은행 가운데 가장 우려를 낳는 곳은 산업은행. 2010년 말 한 때 국내 모든 은행 가운데 최고의 전체 BIS자기자본비율과 Tier1비율을 자랑했지만 뒷걸음질을 거듭했다.
또한 기업금융비중이 압도적인 특성상 부실채권 규모는 올 들어 급증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본비율은 지극히 평범한 은행 사이에 놓일 전망이다. 반대로 하나은행은 건전성 지표 면에선 은행권 선두 자리를 겨룰 자격이 있는 형편이지만 자본력 확충이 숙제로 다가왔다.
금융감독원 조영제 부원장은 13일 “저성장경제 싸이클에 들어선 가운데 국내 시장이 포화돼 있어 국제경쟁력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장기간에 걸친 현지화 노력과 인력 육성 등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 밝은 한 금융투자사 전문가는 “국내 은행 평균적으로 해외 M&A를 크게 일으킬 은행은 당분간 나타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자본력을 더 끌어올려야 가능한데 건전성 지표가 좋아서 투자여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 나서줘야 한다는 시각을 바탕에 둔 것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