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6일 상편과 26일 중편에서 자산 성장 책략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바탕에 깔고 각각 건전성과 자본력을 분석해 본 결과 대한민국에서 내로라는 대형은행간 격차와 우열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다 이익창출력까지 살핀다면 △건전성 △자본력 △수익성 등 3박자 경쟁력을 가늠해 볼 만하다. 이익창출력 지각변동 움직임까지 살펴본 결과 2~3년 전 만 하더라도 확고한 구도라고 생각했던 4강 또는 빅4 구도는 완전히 무너졌다.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지금과 같은 판도변화 개연성 또는 가능성을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취합한 덕분에 한국금융신문의 예측은 방향면에선 적중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 거대선단에서 경제-신용 분리를 거쳐 농협금융지주가 출범 하면 그 즉시 판도가 요동을 칠 수밖에 없고, 외형성장의 절대적 의미가 퇴색하는 대신에 건전성과 수익성을 겸비하는 은행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뀔 것으로 살핀 바 있다.
저금리-저성장 경제로 실물경제 질서 자체가 바뀌면서 지각변동은 광폭으로 가파르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일부 은행들이 이따금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관련 계수 공개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은 경쟁우위와 관련한 시중 전문가들의 인식 시기를 늦추려는 미봉책으로 풀이된다.
임원들과 실무자들이 이같은 미봉책이라도 쓰기로 결정하는 까닭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동의 소용돌이에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 스포츠라면 공격력 해당하는 이익창출력 등락 희비
거의 모든 전문가가 이제는 단호하게 말한다. 총자산이나 총여신 등의 절대적 규모가 경쟁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개인고객금융 절대 잣대로 인식돼 오던 개인 고객층 마저 두께 만 보던 시대가 지나, 습도와 탄력 등 질적수준을 더 많이 중시하는 시대로 넘어 왔다.
총여신 체적은 국민, 우리, 신한 전통 강호들이 증감을 오가며 리딩 뱅크 저력을 여전히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역동성 때문에 이들 3강 시대가 불변하리라는 믿음은 길다란 균열을 만들고 있다.
기은은 2011년 상반기 약 136조원이던 총여신이 올 상반기 약 15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중소기업 여신 시장 점유율 증가세를 이었고 볼륨을 늘린 개인고객 여신도 순풍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고객층에게 대출금리를 낮춰 주는 역발상 행보 속에서 최근 3년간 상반기 기준 총여신 이자이익률이 1.70%와 1.56%에서 1.29%로 밀렸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이익창출력 지표의 기린아는 농협은행. 새 출발한 지난해 상반기 이자이익 추산규모에 총여신을 비교하면 그리 돋보일 수 없지만 올해 1.32%의 이익률로 복병으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총여신 빅3가 엇비슷한 규모로 총여신을 유지하면서 1.65%에서 1.30%로 떨어진 국민, 1.55%에서 1.26%로 가라 앉은 신한, 1.6%대에서 1.24%로 떠밀린 우리 등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통합까지 길이 아직 멀고 이익창출력 면에서 객관적 열위를 벗어나기 어려워 비교를 생략한다.
◇ 건전성-자본력 아직 총화력 면에서 빅3 썩어도 준치
여기다 건전성 지표 관리역량을 보면 우리은행은 한 두 단계 아래 자리를 박차기 역부족인 모습이다. 순이익 규모를 일정수준 유지해야 하는 처지에서 부실여신을 대규모 정리하기 어려운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국민, 신한이라고 해서 절대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지난해까지 높은 충당금적립률에 부실채권비율까지 선두권임을 자랑했던 신한은 올 상반기 감독당국의 까다로운 경영지도에 두 가지 지표 모두 체면을 구겼다. 국민은행은 신한보다 형편이 조금 더 나빴다.
반면에 기업은행은 대형은행 중에서 최고의 충당금적립률을 일궈 냈고 부실채권비율도 은행권 평균보다 월등히 낮다. 중소기업고객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동시에 리스크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섰던 효과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이익창출력 면에서 기은과 함께 파란을 일으켰던 농협은 충당금적립 수준은 평균치 가깝게 체면치레 했지만 부실채권비율이 평균을 웃도는 옥의 티를 보였다.
나아가 자본적정성과 위험가중자산 움직임까지 시야를 넓히면 자본력 면에서까지 우위를 확보한 절대강자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비록 기은이 위험가중자산을 적극 늘리는 가운데서도 기본자본 수준을 상승시키고 있긴 하지만 증자 여력이 크게 떨어진 대주주 사정을 생각하면 당분간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이익 유보를 최대한 남겨서 추격의 고삐를 당기는 게 불가피 해 보인다. 자본력의 충실함 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한은행은 건전성과 이익창출력에서 구가해 왔던 강점회복이 기대되고 국민은행은 전반적 경쟁력 퇴조세를 반전 시킬 계기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