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에 이번 논의 결과를 전달 받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제출했던 법안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보호처 독립성 강화장치를 보완하는 등 일부 내용을 반영해 국회에 제출했다가는 오히려 입법과정에서 겪을 산고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소비자보호기구 정착방안에 집중 의원 입법안과 정면충돌 불가피
TF가 논의 끝에 제시한 내용을 금융위원회가 대폭 반영하는 경우 지난해 7월 국회에 올렸던 금융위원회 등의 설치에 관한 법률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법률 등을 일부 손질해 다시 상정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아예 소비자보호기구를 따로 독립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의원 공동발의 법안이 함께 계류 중이기 때문에 순탄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표 참조> 법안심사소위 구성을 비롯해 여당 비중이 크지만 금융 공공성과 소비자보호 확대라는 대의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 방안 논의과정에서 야권 및 시민사회단체가 촉구해 온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핵심 이슈를 피했던 것처럼 감독기구 TF는 국내금융정책과 국제금융정책 통합 여부는 물론 금융감독정책과 산업정책 분리 여부 등이 정부조직 개편과 연계되어 검토해야 할 사안인데 이미 법안 통과가 끝나 있다는 이유로 다루지 않았다.
결국 소비자보호기구를 금감원에서 떼어 내느냐 마느냐를 전제로 소비자보호 강화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집중함으로써 광의의 감독체계개편 논의 없이 소비자보호기구 정착방안 논의에 집중한 셈이다.
◇ 대통령 임명 부원장급 소비자보호처가 TF에겐 ‘최적’ 결론
감독체계TF는 논의 끝에 금융감독원 안에 독립성을 대폭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두고 업무효과 극대화에 나서는 것이 가장 선진적인 방안이라는 결론에 만장일치 동의했다고 밝혔다. TF는 준독립적 기구로 공식화할 수 있도록 △인사·예결산 독립 △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금융위원회 당연 위원으로 참여 △부원장급 처장에 소비자보호업무 최종책임을 부여 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감원과 동등하게 검사 계획 수립부터 참여하고 검사정보 공유 등 협력 △금융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 및 조사권, 금감원에 대한 자료제공요청권 및 사실확인요청권, 금융위·금감원에 대한 조치건의권 등을 부여하자고 권고했다.
TF에 참여했던 윤창현닫기

TF를 총괄했던 성균관대 김인철 교수는 “금감원과 따로 독립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방안도 검토했으나 금감원 내 준독립적 소비자보호처를 두는 편이 감독기구 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이 적고 나중에 추가 개편을 할 경우 2원화에서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1원화 상태에서 분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2원화했던 호주의 경우 보험사가 부실해지자 그 책임을 놓고 사태수습은 뒷전에 둔 채 건전성 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가 책임공방을 펼친 전례가 있어 책임소재의 확립과 유기적 금융감독 구현에는 한 감독원 안에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에 결론 내린 방안대로 금감원 안에 준독립 보호처를 3년 정도 운영한 뒤 평가와 검토를 거쳐 제도를 손질하거나 분리 설치 등 개편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 소비자기구 공존 대신 제재심의 등 감독원에겐 불편한 내용도
독립성 보장 장치가 한 층 강화되긴 했지만 일단 소비자보호 전담기구가 감독원 안에 남는 방향에는 금감원 내부에서 원하던 방향과 일치한다. 그렇다고 감독원 직원들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겨운 내용이 없는 것 또한 아니어서 금융위원회의 소비자보호기구 관련 법안 손질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TF는 금감원장 자문기구로서 지금까지 감독원이 주도했던 제재심의위원회 의결 과정에 아예 금융위 공무원 등 금융위쪽 인사를 참여시키거나 의결기구로서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위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재소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제재소위를 신설하는 이유와 관련 윤창현 원장은 “지금까지는 제재심의위원회가 혐의 없음 또는 경징계를 결정한 경우는 그대로 확정되고 중징계 사안 만 금융위원회 본회의에 부의됐던 게 관례지만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려면 법원의 3심제와 같이 금감원 심의 뒤 금융위원회에서 한 차례 더 제재 대상을 면밀히 살핌으로써 감독업무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재소위 신설을 하지 않더라도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제재심위원회 참여를 위해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 사무처에 가칭 제재심의관 직을 신설함으로써 일상적으로 제재 안건 검토에 참여하는 안을 냈다.
비록 현행 법률 상 제재심의권은 금융위원회의 권한인데 금감원이 위임받아 행사하고 있는 권한이긴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선 상급 판결 기구나 다름 없는 제재소위원회가 신설되는 방안에 거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또 다시 금감원의 위상이 격하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정서가 엄존해 있어서다.
금감원쪽에서 거부 정서를 품을 내용은 또 있다. TF는 건전성감독과 사전적 소비자보호 기능을 수행할 감독원에 소비자보호처가 병행활동 함에 따라 금융회사 자료제출 등 피검사 업무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미국의 OFR(Office of Financial Research)와 같이 금융사 및 금융시장 관련 각종 정보와 계수 등을 통합하는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별도 부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행 금융감독원이 가장 방대하고 실시간 확보해온 금융회사 관련 계수와 통계 등의 경영정보가 금융위원회 사무처 소속이 될지 모르는 독립적 DB로 전환되는 것 역시 저항에 직면할 단초가 될 수 있다. 일선 금융계와 밀착 교삼하면서 확보한 정보를 곧바로 공동 DB로 오픈하는 수준의 공유방식에 금감원은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법안 발의 현황 〉
*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
** 소비자보호기구 설치와 연계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정부안 말고도
의원 공동발의 법안 4건이 발의된 상태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