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형 밀어내기 탈피, 이젠 ‘양질’ 다툼
고객기반·자산 전략가치 따라 차별화 예상
“점포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절감하기 시작했고 실질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익명을 청한 민간 연구기관 한 전문가가 11일 밝힌 견해다. 그는 앞으로 은행 경영실적에서 점포 효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전략적 비용절감 △복합 서비스 경쟁 등과 맞물리면서 혁신의 속도와 폭이 은행들마다 판이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A대형은행 한 고위관계자 역시 “현대전이 보병 병력 수의 많고 적음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처럼 점포 숫자의 많고 적음이 크게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이 ‘레드오션’화 한다는 자성의 말을 뱉으면서도 정작 은행 경영자들은 2005년 무렵을 기점으로 점포 확장세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지금도 전략과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마당에 내년 역시 전체 숫자가 줄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만 B대형은행 수도권 한 영업본부장은 양질의 자산, 양질의 고객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우는 흐름임엔 틀림 없다고 봤다. 그는 “고객기반의 급격한 침식 없이 부실을 잘 제어하는 점포장 만이 살아 남는 ‘서바이벌’이 이어지다 보면 수익성과 건전성에 대해, 이를 테면 쌍방향 성과를 중시하다 보면 통폐합과 신규진출이 병행하는 일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 점포 생산성 움직임이 책략 재구성을 재촉
6대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도 총량으로는 영업점포를 늘렸다. 2009년말 4598개 였던 국내 점포는 지난 9월 말 4746개로 148개나 늘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중간 쯤 되는 지방은행을 하나 만들어 낸 셈이다.
여신과 수신만 살폈을 때는 점포를 늘린 보람이 새록새록 돋는 것처럼 보인다. 순이자마진(NIM)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개인 고객기반의 두터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점포를 소폭 줄인 곳은 수신고가 부쩍 늘고 과감하게 늘린 곳조차 수신 규모가 늘었다.
그러나 점포를 선택적으로 줄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원화예수금 흐름은 책략이 살아 있는 점포 정책의 즉효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국민은행은 2009년 1198개였던 점포를 30개 줄인 2010년 점포당 예수금이 1155억원에서 1392억원으로 껑충 뛴다. 다시 8개 줄인 지난해 1561억으로 늘었는데 올 들어 25개 점포를 늘리니 점포당 예수금은 곧바로 둔화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71개까지 늘렸다고 올해 22개 줄였다.
원화예수금이 점포당 1164억원에서 지난해 말엔 1381억원으로 완만하게 늘던 것이 올 해 9월 말 154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점포 신설 후 시차를 두고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 곳이 늘어나는 참에 솎아내기를 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점포망에 큰 변화가 없었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역시 점포당 예수금 증가세가 역동적이었다. 반면에 점포 신설에 가장 앞장 섰던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점포당 예수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모습을 보였다.
◇ 법칙 발견 어려웠던 수익 향방 점포책략과 들인 공에 주목
이와 조금 달리 점포당 수익성은 점포 증감과 엇갈리는 듯한 모습도 혼재돼 있다. 물론 A면 반드시 B로 간단는 등식이 없다 뿐이지 점포 운영을 둘러싼 책략 결정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닌 바 저력을 과시했던 지난해 점포당 신용손실반영전 충당금적립전 이익이 약 36억원으로 솟았지만 올해 3분기까지는 22억원으로 4분기를 마저 보태더라도 200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 개연성이 짙어졌다. 점포 수가 3년 9개월 동안 ±6의 변화에 그친 하나은행과 올해 점포 수를 줄인 신한은행은 점포당 충전이익이 우상향 곡선을 힘차게 그렸다.
하나은행은 2009년 이후 해마다 50억, 57억, 48억원 수준이던 것을 올 들어 73억원으로 끌어 올리는 개가를 거뒀다.
신한은행은 42-51-43억원 구간에서 72억원으로 비상했다. 비록 외환은행이 점포망 변동 없이 올해 이익규모가 2009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1회성 이익이 크게 작용한 2010년과 지난해를 단순 비교하긴 어려워 보인다.
우리은행은 점포당 충전이익 면에서 2009년엔 국민은행보다 미세하게 앞섰지만 2010년과 지난해 26억원과 32억원으로 완만하다가 올 들어 4분기 큰 성과를 내더라도 2009년 수준과 비슷한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점포 팽창 책략의 대표주자 기업은행이 점포당 20억원 안팎의 충전이익이던 것에서 올해 약 38억원으로 올라선 것을 보면 최적화 책략만으로도 이 은행의 수익기반이 개선된 수준을 뿜어낼 수 있음을 엿보게 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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