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에는 출입구에 턱이나 계단이 있어서 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왔었는데 이제는 휠체어를 탄 사람도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로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여기다 365 코너 안으로 들어가자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ATM부스 공간도 넓어졌을 뿐 아니라 ATM 높이도 예전과는 달리 낮아져서 ATM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아울러 ATM 키패드 부분도 돌출되어 있어 더욱 사용이 간편해졌다. 하 모씨는 이전보다 이동이 편리하고 또한 별 어려움이 없이 혼자 현금 인출 등을 할 수 있어 기뻤다.
내년 4월부터 휠체어 사용자들이 은행 영업점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상상해 본 이야기다. 국내 은행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키패드와 음성지원시스템 서비스로 편의를 돕는데 이어 휠체어를 타는 이용자들을 위해 휠체어 접근성을 높인 CD/ATM을 마련해 각 영업점별로 1대씩 마련할 계획이다.
고객조작부의 높이 기준, 휠체어 접근방법 및 휠체어 규격 등을 고려해 고객조작부 위치와 하부 공간을 대폭 손질해 CD/ATM 높이를 낮추는데다가 부스 내에서 휠체어의 이동이 수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외환은행은 현재 38곳 영업점에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공간이 넓은 CD/ATM을 타은행보다 일찌감치 마련해 편의 제고에 앞선 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현재 장애인들을 위한 CD/ATM이 3000개가 넘지만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의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CD/ATM 설치 표준 규격과 맞지 않아 교체 작업을 거친 후 오는 11월 중순 쯤에 전격 교체할 계획이다.
다른 은행들은 제조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오는 11월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ATM를 일부 영업점에 설치하고 내년 4월엔 전국 영업점으로 전면 확대·시행한다.
◇ CD/ATM 설치 표준 제정 전면·측면 모두 접근 가능
지난 2010년 11월 한국은행은 휠체어 사용자들이 금융자동화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를 만들었다. 이후 표준안 개발을 위해 은행, 장애인협회, 대학, CD/ATM제조사, 금융결제원 등 12개 금융표준 전담기관과 함께 워킹그룹을 구성한 후 지난해 10월 훨체어 사용자들이 CD/ATM에 불편 없이 접근해 이용할 수 있는 CD/ATM 설치 표준을 제정했다.
이 표준안은 금융기관이 CD/ATM을 통해 휠체어 사용들에게 금융자동화기기 서비스를 제공할 때 참조할 수 있도록 CD/ATM 부스의 설치 기준, 부스 이용공간의 크기 및 이용자조작부의 높이 등을 담은 CD/ATM의 규격, 설치 대수 등이 명시돼 있다.
특히 변화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CD/ATM 전면접근과 측면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먼저 전면접근을 살펴보면, 기존 CD/ATM 고객조작부는 바닥면으로부터 1.17m이하, 가장 안쪽으로부터 0.635m 이하에 위치해 있다.
이를 무릎 및 휠체어의 발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바닥면으로부터 0.65m 이상, 전면 돌출부로부터 0.45m 이상의 공간이 마련되도록 했다.
또한 CD/ATM 조작부를 바닥면으로부터 1.27m 이하, 가장 안쪽으로부터 0.61m 이하에 위치하도록 해 측면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시각장애인과 함께 그동안 CD/ATM 이용에 있어서 어려움이 뒤따랐던 휠체어 이용자들도 보다 편리하게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기존 CD/ATM 부스·접근·구조 등 불편 투성
기존에 CD/ATM은 휠체어의 회전 공간이 없는 등 부스내의 활동 공간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출입구에 턱이나 계단이 있어서 접근조차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다 카드, 명세표 및 통장 입출구 등이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게 설치되어 있는데다가 현금 찾는 곳 또한 너무 깊숙이 있었다. 또한 화면이 수평이어서 화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가 터치하기조차 어려웠는데 이같은 표준안이 마련됨에 따라 제조업체와 은행들이 기기제작과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장애인 편의 제공 위해 농협·우리 등 시중은행들 도입 준비 본격화
또한 은행들은 오는 10월부터 신설되는 영업점에는 휠체어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CD/ATM을 설치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오는 10월에 표준화된 CD/ATM을 2000대 구매할 예정이며, 11월부터 본격 설치할 예정인걸로 알려졌다.
국민·우리·신한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해당 제조업체에서 관련 기기를 양산하는 대로 구매해 오는 11월께는 일부 영업점에 ATM을 투입, 내년 4월에 전 영업점으로 확대·시행할 방침이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