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달리 업무 특성상 회의가 잦거나 내외부 고객과 접촉이 많은 부서나 일선 영업점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의 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일단 근무시간은 강제적으로 줄였지만 업무량이 줄지 않기 때문에 근무지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일을 밖으로 갖고 가서 처리해야 하는 등 근무환경이 악화됐다는 비판은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때문에 새로운 인력 창출을 통해 과중한 업무 부담을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 기업은행, 직원들 70%가 정시퇴근 만족
그나마 기업은행이 지난 2007년 ‘근무시간 정상화를 위한 노사공동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오후 6시쯤이 되면 개인 컴퓨터 화면에 퇴근시간이 임박했다는 알람이 울리면서 연장근무를 할 것인지를 묻는 메시지 창을 띄우는 ‘행복알리미’라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정시퇴근을 유도하는데 앞장 서 오고 있다.
여기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여 가능한 업무 시간 내에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끔 독려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야근을 해야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정시퇴근을 유도한 결과 만족하는 직원이 7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 일부선 불만 폭주 무용지물 전락 우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업무 시간은 짧아졌지만 업무량은 그대로다 보니 시간 내에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면서 “이렇다 보니 시간 내에 처리하지 못한 업무 중 통계나 서류정리 등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업무들을 집으로 가져가 일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터놓았다.
실제 한 대형시중은행 관계자도 잦은 회의, 손님 방문 등으로 업무시간 내에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집에서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다른 부서에 비해 업무량이 많거나 업무 특성상 야근이 불가피한 부서 직원들은 정시퇴근은 꿈도 못 꾸는데다가 심지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서 자연스레 야근으로 이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중 한 관계자는 “부서의 특성에 따라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하지만 예산 등 돈과 연계된 업무들은 집에 가져가기 부담스러운데다가 대부분의 업무가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집에 가져가서 할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로운 인력에 대한 고용이 확대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적절히 분담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업무 중 집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제한적이다”며 “만약 대출서류 등 서류를 잃어버리게 되면 큰일 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집에 일감을 들고 가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