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고 보니 은행을 찾은 다른 손님들 중 직접 손으로 뭔가를 써서 창구에 들이 미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마트기기나 자동화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이 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거래를 마치는 정도. 게다가 창구 직원들의 움직임도 달라져 있는 게 아닌가. 뭔가 발급 신청하면 승인을 받으러 오가는 등 책임자 자리까지 오가는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은행 점포가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게 신기했다.
그리 머지 않은 날 혁명적으로 바뀌게 될 은행 점포 거래 풍경을 미리 가상해 본 이야기다. 은행 영업점에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가 대폭 사라지는 이른바 ‘페이퍼-리스’, ‘친생태 뱅킹’시대가 바짝 다가왔다. 은행 창구에서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로 업무 처리를 하는 ‘페이퍼-리스’ 환경 구현에는 농협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시범 테스트를 시작했고 오는 9월에는 일부 거점 점포에 확대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을 필두로 일부 대형 은행들 또한 하반기 중으로 시범 점포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중엔 페이퍼-리스 업무 시스템으로 업무를 보고 거래하는 점포들이 부쩍 늘어나게 된다. 이미 많은 은행들이 태블릿PC를 비롯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업무와 거래 기반을 바꿔 놓은 스마트점포가 늘어나던 터여서 페이퍼-리스 시대로 완전히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종이 사용을 줄이면 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국제적 의무인 지속가능경영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데다 은행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창구 대기시간 단축 등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은행권은 기대하고 있다.
◇ 7대 대형은행 공동 모색 농협은행부터 시범운영
지난해 4월 금융결제원과 신한·국민·우리·하나·외환·기업·농협 등 7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전자문서 워킹 그룹이 구성돼 은행 공동창구 전자문서 환경 도입을 위한 추진방안 및 향후계획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진행됐다. 이는 은행들이 페이퍼-리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금융당국이 오는 2015년까지 은행에서 발생되는 종이문서의 50%를 감축할 것을 권고한 것도 어느 정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7개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이 현재 전자창구 시범운영을 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은행으로 점차 확대된다. 때문에 은행들의 창구 업무가 페이퍼리스화 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전자기기 통해 신청서 작성 등 효율성 향상
페이퍼리스화 되면 고객은 ATM처럼 생긴 전자기기에 (기존 신청서와 동일) 신청서를 입력·저장하고 자기 차례가 되면 창구로 가 창구 직원과 계좌번호 등 미리 작성한 신청서의 세부 사항들을 확인·상담 등을 할 수 있다. 창구 직원은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고객이 작성한 신청서를 확인하고 그 후 관련 확인 서류(영수증)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E-mail 또는 종이서류로 고객에게 전달해준다.
또한 안내장을 나열하며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태블릿PC 등을 통해 금융상품 정보 제공 등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종이문서 사용으로 인한 구매·보관비용 감축은 물론 전산처리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이에 따른 고객 창구 대기시간도 단축돼 고객 편의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