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회사는 상품·서비스 통한 고객만족 극대화에 역량집중
주주권-이사회 독립·전문성 바탕 둔 견제 구도확립 절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지배구조가 대대적인 혁신의 기로에 섰다.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법과 별개로 새로운 규준과 모델 정립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뜻 있는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혁신이라 해서 이사회나 사외이사의 역할,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등 법적 권한과 역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획정할 것인가에 국한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과정 자체가 지주사를 정점으로 한 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바람직하게 리모델링하는 지름길이라는 지적도 있다.
◇ 사업구조·운영성과 10년 지나도록 미완 머물러
은행지주사 금융그룹 체제가 처음 선 보인지 올해 4월로 10주년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물론 금융계 내부에서도 지주사 사업구조와 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평가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한 초대형 금융그룹 고위관계자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올라 서야 할 단계가 눈 앞에 펼쳐진 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안에선 현직 CEO로부터 “겸업화하고 대형화 하려고 도입했지만 은행 비중이 대부분인 가운데 비대해진 지주사가 주력자회사인 은행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걸 보면 지주사 제도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반증”이란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비록 은행지주사를 축으로 한 금융그룹이 지난 2001년 4월과 9월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연 이어 출범했어도 그룹 답게 형상을 갖춘 것은 2005년 전후로 봐야할 만큼 일천한 탓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미가 가장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신한지주가 앞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굿모닝증권, 2007년 엣 LG카드를 각각 인수했고 조금 앞선 2005년에 신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시켰기에 가능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2004년 말 옛 LG투자증권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고 이듬해 우리증권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으로 출범시키면서 은행 극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마당에 2008년 이후 봇물을 이루며 출범한 지주사들이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가 빈약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은행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야 했을 뿐 아니라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하는 등 나쁜 경영여건에서 벗어나야 했다.
여기다 시스템 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도 경쟁이 격화되고 시장이 급변하는 등 객관적 상황도 지주사 지배구조가 틀을 다잡는데 한계로 작용했다.
때문에 금융연구원 구본성 선임연구위원은 “전략적 통합기능이 취약한 게 사실이지만 지주사의 역할과 자회사들의 역할이 분명히 정립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갖추는 과정이 절실하고 그렇게만 된다면 지배구조에도 큰 진전을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위원은 “과거에는 지주사와 자회사를 단일체로 보고 지주사가 주로 경영지원과 후선 업무 성격의 관리에 집중하는 대신에 각 자회사들의 경영자율성이 높았다면 이제는 관계 설정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주사가 전략·인사·위험관리 통합 리더십 지녀야
회계나 IT 통합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과 당면 중점 경영방침으로 경영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또,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인력관리, 재무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적 기반과 역량을 갖춰야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못박았다. 물론 그는 아무런 준비 체계 없이 가능한 리는 없다고 봤다. 전략, 재무, 인사, 위험관리 등에 대한 통합 리더십은 장기투자 주주 또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유할 수 있는 주요주주를 확보한 가운데, 이사회가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경영에 나서서 고객과 주주 그리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에 이어 유럽재정위기까지 연이어 봉착한 상황에서 유럽계 금융그룹 가운데는 핵심사업 매각 등 자구노력 등으로 주주를 설득해 증자에 성공하는 등 위기를 벗어난 모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그는 소개했다.
◇ 위험 적극 감수하는 장기주주 확보는 절대적 과제
장기 주주는 단기성과주의를 멀리하며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하고 이같은 관점에서 경영진의 승계와 선임 및 평가보상을 모니터링하기 마련이다. 같은 이유로 위기가 닥쳤을 때는 배당 유보는 물론 심지어 혹독한 조건을 제시할지언정 증자에 나설 수 있는 버팀목이자 금융그룹 생존력의 원천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장기 주주 또는 적어도 장기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해야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와 리더십은 진전된 모델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돨 수 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의 전문성, 독립성, 책임성은 상임 이사에 준하는 자격요건을 갖추고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금융그룹의 중추로서 지주사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규정했다.
지주사가 스스로의 것은 물론 자회사들의 집합체인 그룹 경영성과의 제고 전략과 목표를 제시하는 동시에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까지 아우를 수 있다면 자회사는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고객 만족 및 소비자보호에 주력하는 영업·마케팅 주력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다고 ‘탑-다운’만 존재하는 지배구조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적어도 자회사 CEO들이 지주사 등기 임원으로서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지주사와 자회사 임원 모두가 책임을 함께 지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정책판단보다 주주 등 이해관계자 중시 긴요”
구 위원의 혁신론이 지주사의 리더십과 자회사간의 관계설정과 관련한 해법 도출에 유용하다면 고려대 박경서 교수의 통찰은 은행지주 금융그룹의 자각적 역할정립에 중요한 단서를 준다.
박 교수는 은행이 국가 금융자원을 배분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경영과정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정책기구와 감독기구가 맡아 일반 기업보다 높은 투명성을 확보한 상태라고 전제했다. 사회적 역할이 중요한 만큼 당국의 정책적 판단과 감독활동을 통해 금융시스템 리스크 발생을 막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했다. 아울러 그는 “은행지주 그룹이 시스템위험을 통제하는 동시에 주주권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시장 시스템 위험에 대한 통제를 이유로 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해 내부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관점을 견지했다.
그는 주주권의 강화와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해 경영진과 상호견제 함으로써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자로서 당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봤다.
박 교수 역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는 리더십은 사외이사의 역할 강화와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며 주주권이 형성돼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 노동계 정책제안에서 발굴할 만한 보완 요소
비록 박 교수가 ‘주주-경영진-사외이사-정책 및 감독당국’ 등 이해관계자의 역할 정립을 강조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의제가 제출돼 향배가 주목된다.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은행지주사와 은행 임원 자격 요건 강화 주장은 이채롭다. 사내 임원 가운데 국내 상시거주 요건을 부여해 주로 외국에 거주하면서 높은 보수를 누리고 있는 외국인 임원들의 선임을 최소화 하고 내부인사 우선 선임 원칙을 세우자는 것이다. 지주사의 과도한 자회사 경영간섭을 방지하기 위한 지주사 권한, 역할,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지시나 명령을 할 때는 문서로 근거를 남기고 자회사 경영에 손실을 끼친 경우 처벌조항의 근거 또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계는 금융회사 이해관계자 가운데 직원대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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