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 분기 걸리던 100조원 증가 6개 분기로 단축
한국은행이 22일 낸 ‘2011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를 보면 가계신용 잔액은 모두 912조 8810억원에 이르렀다. 여기서 가계신용이란 직접 대출로 늘어나는 규모에다 카드 사용이나 할부금융 및 물품 할부구매 등으로 결국 빚이 되는 판매신용 규모를 합한 것이다. 600조원을 돌파한 때가 지난 2006년 4분기였고 7개 분기 뒤인 2008년 3분기 7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800조원과 900조원 돌파가 각각 2010년 2분기와 지난해 4분기 였다.
7개 분기 걸리던 100조원 증가 기간이 오히려 6개 분기로 줄었다.
가계 빚 912조원 시대에 가계 빚 증가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측면이 있지만 거꾸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일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책당국으로선 속 무거운 ‘체증’으로 자리매김할 노릇이다. 특히 지난해 상황을 돌아보면 하반기 집중됐던 가계대출 억제책 덕분에 증가세가 완화됐다는 사실과 연간 증가규모는 전혀 어쩌지 못했다는 한계가 교차했다.
◇ 지난해 둔화, 2010년 큰 폭 증가 따른 착시 가능성
가계신용 잔액을 비교해 본 결과 연간 가계신용 증가 폭은 60조원 선을 기준으로 2009년에만 약 54조 8000억원으로 주춤했을 뿐 60조원에 육박하거나(2007, 2008년) 60조원을 웃돌았다.
특히 2010년과 지난해는 각각 67조 3312억원과 65조 9785억원 불어났다. 문제는 지난해의 경우 증가 폭이 줄었다고 반길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판매신용 규모가 2010년보다 약 2조 4000억원 가까이 줄었기 때문일 뿐이다. 대출 규모만 놓고 보면 2010년보다도 더 많이 늘었다.
게다가 판매신용 증가액이 약 5조 36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여전히 2조원 이상 많다는 점에서 가계 빚 증가세와 재무건전성에 대한 염려가 다시 가중됐다.
특히 전체 가계신용 잔액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권에 들었던 2009년 이후 곡선이 더 가팔라 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를 압박하면서 기업들이 비용절감 등 긴축에 나서면서 일자리 창출이 부진했던 데다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는 사이 빚을 끌어서 집을 사고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경기 하강 싸이클 속에서 가계 빚 1000조 정면 승부 펼쳐야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가계신용 잔액 증가 규모가 조금 줄었다는 수치에 큰 의미를 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2010년 증가 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지난해 둔화된 것으로 풀이하거나 판매신용 잔액이 줄었을 뿐 가계대출을 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접근법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박 위원은 “실물경기가 나빠지는 가운데 대출수요가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계 빚 증가를 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계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자금중개기능 약화, 일부 대부업체 영업정지 등 서민 자금조달 통로가 협소해 지다 보면 자금 융통과정에서 비용이 늘고 제때 끌어 쓰지 못하는 2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실물경제가 악화될 때 금융시스템을 통한 신용창출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기본 임무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가계대출 연착륙에 나선 정부당국의 정책 사이에서 일선 금융기업들은 고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추세대로라면 가계 빚 1000조원 시대는 내년 상반기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과 국내외 경제여건, 가계의 재무상태 등을 망라한 가운데 가계 빚 1000조원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때가 됐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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