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계부채 증가 속도 감속 실패한 듯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 대비 0.6%까지로 제한하는 강수를 두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직접 억제했다. 덕분에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감속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열 한 달 동안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22조 6967억원으로 5.26% 증가에 그쳤다. 2010년 21조 9532억원 늘어나 5.36% 증가했던 것보다 낮은 수치다.
12월 증가액까지 반영하면 증가율이 더 높아질 수 있지만 연말 실적 관리에 집중하는 12월의 특성상 은행권 가계대출은 한 풀 꺾였을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예금취급을 하는 비은행과 비예금취급 비은행 금융회사를 합하면 그다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징후는 읽기 어렵다. 〈그래프 참조〉
예금취급 비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11월까지 19조 3704억원 늘었고 예금취급을 않는 비은행기관 가계대출은 9월말까지 집계한 증가규모만 10조 7066억원이다. 은행 대출을 억제한 상황에서 비은행 대출이 가파르게 늘었다는 것이 금융계의 일반적 지적이기 때문에 당국의 가계부채 진정책은 성과가 미미한 셈이다. 가처분 소득은 늘지 않고 일자리 정책은 겉돌면서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의 경우 1%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총액은 892조 4571억원이고 금리부담이 높은 2금융권 중심으로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는 근본적인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 부채상환능력 취약기업 증가 쌍곡선
금융계로선 반갑지 않은 분석결과가 또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상장사 부채상환 능력을 살핀 결과 취약기업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재는 ‘이자보상배율’이 2010년 4.1배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3.9배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업 원금상환능력을 재는 데 유용한 영업현금흐름 대비 차입금 배율(차입금·EBIDTA배율)은 2010년 2.5배에서 지난해 2.9배로 높아졌다고 파악했다. 상장사 가운데 25.0%인 163개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으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로 몰려 있고 차입금·EBIDTA배율이 6배를 넘어선 기업은 182개로 27.9%에 이른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영업현금흐름을 초과하는 투자현금흐름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고 차입금 규모가 늘면서 원금상환 능력이 저하됐다”며 원인을 파헤쳤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자금운용이 보수화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기업들의 채산성 및 자금사정 전망이 ‘100’ 미만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자금사정은 특히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한국이 따르려는 선진국 모델 현지에선 반성론이 지배
대형화 겸업화 추종주의 또한 금융·경제계가 함께 성찰해야할 이슈로 꼽힌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금융계의 추가 대형 M&A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산은금융지주 참여를 놓고서는 정치권이 맹렬히 비판하면서 당국이 한 발 물러선 반면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는 정책당국이 아직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한 상황이지만 증권가에선 주가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금융계와 전문가 그룹 안에서도 추가 M&A를 해서 대외신인도를 높여야 국제화와 해외자금 조달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논리와 국내 시장 지배력 경쟁은 포화단계인 만큼 해외 M&A나 직접진출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미국 등 선진 금융권에서는 대형화와 겸업화에 대한 집중적인 반성과 대안 모색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 한 민간연구기관 용역 분석 결과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 M&A는 규모의 비경제 즉 대형화 결과 효율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국제적 추세와 그 동안 반복됐던 M&A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던 점을 비춰보면 국내 추가 M&A에 대한 검토가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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