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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가치’ 회복 당분간 기대 불능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2-01-15 22:33

대출늘려 버티던 수익성 작동한계 가시화
내재가치 퇴조세에 시장평가 하향이 대세
국내 투자자 외면 회복후 수혜도 외인 몫

은행들 ‘가치’ 회복 당분간 기대 불능
국내 은행들의 대외적인 몸값은 물론 내재가치 역시 적어도 앞으로 1년 동안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대세를 이뤘다. 단지 복수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하향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추정치가 확인해 주고 올해와 내년 전망치가 염려해주는 것을 읽으면 은행권 기업가치는 퇴보와 약화가 있을지언정 회복이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올해 대출 증가 5%대?, 저성장기의 재앙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권 누적 총 당기순이익은 13조 1000억원대다. 2009년과 2010년 같은 분기 누적 순익보다 각각 약 2.3배와 1.8배에 이른다. 경기 하강이 걱정되는데 은행들이 제 배만 불렸다는 공격을 받은 이유는 겉으로 드러난 순익 규모 때문이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조선·해운·건설 등 취약업종 업체를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급격히 늘어났던 2009년과 2010년에도 순이익을 냈다. 은행들이 순익을 내는 원동력은 대출을 늘렸던 데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대출 증가 규모는 2007년과 2008년 각각 104조 2938억원과 113조 3860억원을 내달렸다. 증가율 면에서도 각각 14.91%와 14.11%로 급증을 너머 폭증했다고 할 만하다. 비록 2009년과 2010년은 약 36조원과 34조원 늘려 증가율이 3.97%와 3.52%로 주저 앉았지만 이 당시 부실채권을 대거 상각처리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시 두 해 동안 은행들이 대손상각으로 떨어 낸 규모를 합하면 7조 2105억원에 이른다.

이어 지난해 다시 82조 8315억원의 대출을 늘려 증가율은 8.39%를 나타냈다. 은행권을 둘러싼 걱정은 바로 이 대목에서 발생한다. 올해 대출 증가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많아야 5% 안팎의 증가율을 점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줄이고 중소기업 가운데 대출을 선뜻 늘릴 만한 곳이 많지 않아서다. 대출을 많이 늘리지 못한다면 이자이익의 안정적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 이자마진, 수수료 감소에 사회공헌 등 비용은 증가

대출 증가율로 이자이익을 늘린 덕에 순이익을 유지했던 은행들에게 악재는 겹치고 있다. 일단 대형은행에 바젤Ⅲ가 은행지주회사들에게 바젤Ⅱ가 적용되는 등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자본력을 재측정하고 적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부 여신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달리 적용하면서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예상된다. 은행채에 대한 지급준비금 부과가 추진되고 있으며 앞으로 경기가 나빠져 연체율이 솟고 부실 발생이 늘면 대손충당금과 부실채권 처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미 가산금리를 부분적으로 인하한 상태인데 정책당국과 사회여론은 중소기업 및 서민대출 이자 감면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11~12월 일부 외국계 은행을 뺀 모든 은행이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낮췄고 신용카드 부문을 안고 있는 은행들에게는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사회공헌 확대 요청에 은행마다 적극 부응하고 나선 것까지는 은행권 안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공감대와 함께 능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예산과 조직을 늘려 놓았다. 소소하지만 이 말고도 점포 임대료 상승 등 판매관리비 상승요인이 겹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생겨났다.

이들 악재들이 끼칠 영향을 수렴한 결과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올해 은행권 순익 전망치 하향조정 폭을 적으면 10% 가깝게 많으면 두 자릿수까지 늘려 잡는 경우까지 나왔다.

◇ 배당 자제 압박 속 은행주 외국인 비중은 그대로

국내 은행들 또한 벌기만 할 뿐 사회를 위한 기여가 부족하다는 일반 여론을 주도하는 층에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발생한 손실이 은행권에 2009년과 2010년 순차적으로 반영된 사실은 크게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박병원 신임 은행연합회장이 비판한 바와 같이 은행 이익 추이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펼친 주체도 없다. 이렇다 보니 사회공헌 조직과 예산 확대, 금리 및 수수료 수익원 축소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순환구조가 정착된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은행주를 지니고 있을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서 팔고 있는 반면에 외국인들은 올 들어 순매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당 규모를 놓고 금융감독당국이 압박하고 있는 와중에 외국인이 국내 개인투자가들의 주식을 사고 있다면 결과는 이익률이 낮더라도 순이익은 발생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록 배당성향이 낮을지언정 그 과실은 대부분 외국인이 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은행의 내재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은행산업 내부 관계자로서는 실물경제에 기여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염려를 낳는다.

또한 이 와중에도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다면 은행이 거둔 수익은 장기적으로 외국인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은행 수익구조를 옥죄는 사회적 압력이 포퓰리즘의 발호에 기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이런 현실에서 비롯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규모 수익에 대해 탓하는 여론의 파고는 높지만 그런 은행 주식에 투자해서 외국인 비중을 낮추고 배당의 과실을 누림으로써 국내에 환원하려는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은행수익의 생성과 집행 과정 전반을 보지 않은 편견을 드러낸 소치라는 지적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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