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행들 몸 사리기 쏠림현상 다시 돌출
일단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고질병이 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태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4분기 16을 찍어 매우 호의적(태도 완화)에서 분기가 바뀔 때마다 9와 0으로 소폭완화와 중립을 오간뒤 2010년 4분기 3개 분기 연속 22를 찍었다.
2011년 상반기까지 중소기업대출 열기가 뜨거웠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3분기 19로 살짝 낮아졌을 때도 급격한 태도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9에서 올 1분기는 0으로 돌아왔다. 대출태도지수가 0이라 함은 한은 공식 용어로 중립을 뜻한다. 조건을 강화해 축소하겠다는 은행과 늘리겠다는 은행이 비등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은의 이 조사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3일까지 면담한 결과다. 국제경제 하방위험이나 국내 실물경제 위축 전망이 지금보다 약할 때다. 게다가 은행권에선 올해 전략을 완전히 확정한 곳이 드물다. 아직 정기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은행이 본부 부서장들과 지점장이 참여하는 전략회의를 연다면 더욱 보수적 전략과 여신 취급 지침을 확정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 연체율 2% 진입 악몽의 부활 누가 막나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국내은행 부문별 연체율을 보면 위기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다.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2.00%를 찍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중소기업 업황이 나빠진데다 설상가상 신용도 낮은 중소기업 대출이 급경색 됐던 2009년 상반기와 그해 7,8월 2%대를 넘겼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무려 7분기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노란불’을 켠 셈이다. 물론 연말 실적을 포장하기 위해 12월 들어 부실여신 감축 등 은행들이 집중적인 건전성 지표 개선 노력을 한다면 다시 2%대 밑으로 떨어진 수준에서 연체율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은행들이 대출대도를 중립으로 돌렸고 새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심리가 지배하고 있어 설날이 끼어 있는 1월이 지나면 한계상황에 가까운 중소기업들부터 자금난에 빠져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 조사에서 은행들이 내세운 대출태도 돌변 이유는 경기악화 또는 불확실성이 늘고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대출자 쪽 원인과 함께 은행 내부적으로 리스크 수용방침 소극화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왔다.
◇ 마땅한 돌파구나 대출 유인책 불명확
경기가 나빠져서 중소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은행 내부적으로 리스크관리를 강조할 것이니까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는 없다는 고백인 셈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취약 부문 연체 발생요인에 대한 모니터링 및 은행 연체채권 관리 업무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대책만 제시했을 뿐이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들은 올해 경영 방향을 위험관리 강화와 수익성 제고를 꼽고 나섰다. 대출태도는 강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마당에 금융정책 당국이 대출을 늘리라는 주문을 시중은행들이 얼마나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경기 위축기만 되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말고 적극적인 대출노력을 펼 시중은행은 적지 않고 오히려 비 오려니 우산 뺏는 일이 재현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것은 경험칙에 따른 것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