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자산 성장 속도가 뚝 떨어진 가운데 한계에 이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계 주도권은 손실흡수능력이 빼어나고 이익창출력의 안정성을 입증한 그룹이 틀어쥘 것으로 내다본다. 이익의 규모는 물론 건전성 지표 면에서 앞서고 있는 신한지주는 물론, 모든 은행지주사들에게도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 신용등급 잇단 상향조정, 포지션 재확인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불안요인이 오히려 국내 은행권으로선 상대적 안정성을 부각시킬 기회요인도 제공했다. 다수 은행과 금융공기업 신용등급이 도리어 올랐고 신한금융그룹의 주력자회사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도 수혜를 봤다. S&P가 지난 6일 신한은행 신용등급을 A-에서 한 계단 높은 A로 상향한 것이 두드러진다.
이에 앞서 역시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지난 9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Stable)로 조정했다. S&P는 신한은행이 전체적으로 뛰어난(Striong) 경영구조를 갖추고 경영관리 및 전략적 구사능력이 경쟁은행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신한지주 주력자회사 신용등급 상향조정과 관련 피치 한국지사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남아 있어서였을 뿐 내실 면에서 적정한 대접을 받는 단계로 되돌아 간 것”이라고 논평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국내 은행권이 경기변동성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응하느냐 여부와 경영 실적 움직임에 따라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시장이 나빠져도 믿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주자’
신한지주의 전통적 미덕은 한 증권사가 평가한 대로 “금융위기가 오거나 불황이 올 때마다, 항상 실적 둔화 폭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 실적을 유지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신한지주는 경쟁 금융그룹보다 이익창출력에서 꾸준히 앞섰고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 부실채권 비율 면에서도 우세를 점해왔다. 이익창출력은 KB금융지주가 출범한 2008년 이후 3대 은행지주사 평균치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맞 비교해서 신한지주를 꾸준히 압도하는 그룹은 없다.
올해 들어 저력을 회복한 KB금융지주와의 수익지표 우열은 앞으로 자연스레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지표는 하나금융을 올 들어 하나금융보다 조금 높아진 것을 빼면 뛰어난 수준이다. 물론 그룹 내 관계자들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신한금융그룹의 최장점은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가장 잘 갖춰 놓음으로써 겸업화를 촉진하고자 했던 지주사 제도 도입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비은행 수익기반의 다각화는 실속 없는 훈장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 부진에 빠지더라도 동반 침체에 빠지지 않는 독보적 경쟁력으로 입증된 바 있다.
◇ 이익-건전성-내적 가치, 확고한 신뢰의 시대 연다
신한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건전성 지표는 과거가 지금 투영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위험관리를 누가 얼마나 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본규제가 강화되다 보면 손실흡수 능력이자 성장 동력의 건실함을 살피는 자본적정성 이슈 역시 당면 과제로 꼽았다. 다행히 신한지주를 포함해 국내 은행지주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본확충에 나선 바 있고 올해 큰 규모의 이익을 바탕으로 자본효율성을 높일 여유가 넉넉한 편이다. 민간 연구기관 한 전문가는 “GDP성장률의 둔화와 선진국 경제 전망의 불투명함은 모든 금융그룹에 동일한 시련이 될 것”이라며 “시련을 겪는 동안에도 지금까지 이익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거나 오히려 안정정과 수익기반 혁신 성과를 낼 수 있는 금융그룹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진출에 앞선 포트폴리오와 ‘신한카드-신한생명-신한금융투자’로 이어지는 자회사 네트워크에 매트릭스 도입을 통해 시너지 극대화에 나서는 신한금융그룹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가치 극대화다. 그룹 관계자는 “무리한 성장 시대가 끝나고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을 때 강한 경쟁력을 공인 받는 가치주가 출현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그 가치는 소속 임직원과 투자자, 그리고 금융계를 둘러싼 우리 경제 전반에 이로운 가치가 될 것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