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와 비슷한 상황 때문에 빚을 갚을 목적으로 살고 있는 집 등의 부동산을 처분하겠다는 자산 10억원 이상 부자가구가 약 23만 가구나 된다. 안정적 직업 또는 일자리가 아예 없는 무직 가구나 저소득층 가구야 그렇다 손 치더라도 자영업자와 부자가구 가운데 사실상 빚 상환 불능상태에 놓인 비중이 높은 등 가계부채에 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경종을 울리고 있다.
◇ 소득 45% 이상 빚 갚는 데도 형편 호전 안돼
국회 정무위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통계청의 ‘2010년 가계금융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 빚 상환 부담에 취약한 계층을 분석한 결과 통상적인 인식을 깨는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처분할 수 있는 소득으로 이자 또는 원금을 갚는데 얼마나 쓰는지를 재어본 ‘채무상환비율(DSR)’을 통해 보면 무직가구는 이 비율이 46.8%에 이르고 소득 1분위 가구는 무려 59.3%, 소득2분위 가구는 44.8%다.
그런데 46.8%를 원리금 갚는데 쓰는 무직가구보다 10억 이상 부자가구 채무상환비율이 51.6%로 훨씬 높다. 자산이 5억초과 10억 미만 가구가 소득으로 원리금 갚는 비율이 30.9%에 불과한 것을 보면 10억 이상 거액자산가 중에는 빚내서 쌓아올린 자산이 오히려 덫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가구는 비록 부채상환비율만은 34.7%로 높지 않지만 주로 사업자금을 마련하느라 가구당 9595만 7000원의 빚을 연평균 6.5% 금리로 빌렸기 때문에 취약하다. 거치식 대출 비중이 높고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이 낮아서 부채상환비율이 낮을 뿐,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 상환 압박을 받으면 곧바로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대출 상환 불능+만기연장으로 연명=260만 가구
이들의 취약함은 이미 대출 상환이 어려운 가구가 많을 뿐 아니라 현재의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리금을 본격적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연체개시 가능성이 높은 등 결국 상환불능 상태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가구 숫자도 눈에 띄게 많다.
자영업자 가운데 16만 6000가구는 대출상환이 이미 불가능하고 만기 연장이 안되면 버틸 수 없다는 가구가 66만 3000가구다. 저소득가구 역시 상환불능 32만 8000가구에다 만기연장 해야만 갚을 수 있는 가구가 66만 1000가구다.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가구 가운데 이처럼 사실상 상환불능가구 비중은 각각 42.8%와 49.7%이며 가구 숫자는 무려 82만 9000가구와 98만 9000가구로 각각 나타났다. 무직가구는 상황상 79만 1000가구 가운데 상환불능 가구가 50.1%로 더 위험하다. 자산 10억 이상 부자 133만 가구 중에서는 이미 대출상환이 어려운 가구가 8만 4000가구로 부자집단다운 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만기연장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가구가 33만 6000가구로 만만치 않다.
이들 가계 빚 취약층의 사실상 빚 상환 불능가구는 모두 합해 약 260만. 4인 가족 기준으로 본다면 약 1000만 인구가 빚 상환 시한폭탄에 운명을 걸고 있는 셈이 된다. 자영업자, 저소득층, 무직가구는 빚 상환 부담 때문에 소비를 축소하고 있어 국내 경제의 내수 활성화가 얼마나 요원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 “맞춤형 대책에 소득향상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병행해야”
이에 이성남 의원은 이들 가계부채 취약집단별로 특성에 걸맞은 맞춤형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무직가구에겐 당연히 일자리 알선과 채무상환을 연계한다거나, 저소득가구를 위해 ‘근로소득보전세제’ 수급대상을 대출상환 취약층으로 확대하되 대출 상환과 연계하는 등의 맞춤형 대책이 여럿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생계형 취약계층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높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소득향상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자영업자, 무직, 저소득 등의 가구의 경우 비사업용 부동산이나 살고 있는 집을 처분 또는 유동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대출상환을 전제로 삼는 방식도 제안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