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형확대에서 수익성강화로 전략수정
“오는 하반기부터 해외대형딜을 추진하는 등 해외매출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삼성증권 황성준 홍콩법인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투자차원에서 단행된 현지법인설립, 애널리스트 채용, 백업인력확충같은 인프라구축이 끝나고 매출발생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황법인장은 오는 3분기에 현지우량기업 대상으로 대형IPO를 진행하면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이 해외진출전략방향을 잇따라 수정하고 있다. 기존 전략은 외형확대. 현지시장개척을 위해 현지법인, 사무소설립같은 교두보마련에 주력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개의 증권회사의 해외점포수는 지난해 83개(현지법인 45개, 지점 2개, 사무소 36개)로 불과 3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이들 점포의 업무가 약 절반 이상이 조사업무에 집중돼 수익성은 신통치않다. 최근 해외네크워크 구축같은 초기투자가 끝났다고 판단한 증권사들이 이들 점포를 거점으로 삼아 현지큰손들을 상대로 IB를 본격화하고 온라인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나서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지난 2008년 홍콩현지법인을 세운 뒤 유명애널리스트를 영입하고 지원, 세일즈의 인프라를 갖추며 현재 인력이 1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절반이 리서치인력으로 커버지리를 홍콩, 중국, 대만 등 400개 종목으로 넓혀 IB은행의 수준의 영업이 가능해졌다는 자평이다. 삼성증권측은 인력, 시스템같은 인프라가 마련되고 큰손들 대상으로 영업도 본격화됨에 따라 올 하반기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해외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매출발생을 기대하는 단계다. 홍콩법인은 종합증권사로 현지에서 중개업무, IB업무, PI투자, IPO을 진행하면서 현지 기관투자가들에게 국내 주식형펀드도 팔고 있다. 한국의 펀드가 해외에서 판매했다는 점에서 한국금융시스템의 수출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수수료배분 모델도입, 하반기 매출본격화 기대
또한 베트남 증권시장 가운데 외국인 최초의 합작종합증권사를 세워 하노이, 호치민에 영업점도 오픈했다. 특히 이 합작법인은 베트남 국영 건설사인 비나인콘(VINAINCON)의 IPO주관업무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아시아증권사 최초로 브라질 중앙은행으로부터 종합증권사 설립 인가를 획득하고 브라질법인도 세웠다. 이 법인은 지난 1월 17일 현지최초로 브라질 거래소 호가시스템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오픈했으며 첫 날 동시접속자가 4천명에 이르는 등 현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2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본궤도에 오르면 2020년에는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해외사업에서 거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신증권도 국내처음으로 해외 현지 증권사와 위탁매매수수료를 배분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인도네시아 온라인 주식거래시장에 진출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7일 만디리증권과 온라인제휴를 맺고 온라인 증권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유지보수 및 온라인 거래에 관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또한 만디리증권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을 만디리 측과 배분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해외증권사와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처음 있는 사례”라며 “하반기부터 매출발생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국내시장규모가 한정된 반면 경쟁은 치열해 추가수익원을 찾는 차원에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적개선속도는 해외투자규모가 크고 그룹차원의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는 대형사가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