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 고금리 격차커져 엔캐리트레이딩 유리
엔케리트레이딩이 일본 대지진 쇼크에서 벗어나 부활할까. 이 자금의 유입으로 흔들리는 증시에 단비가 될까. 일본 금융시장이 대지진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면서 엔케리트레이딩 부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밖으론 엔화약세가능성이 큰 데다 안으론 경기부양에 따른 유동성공급으로 저금리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일본 외의 신흥국들이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서는 등 엔캐리거래의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엔케리트레이딩은 엔을 빌려 고금리국가 투자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이 거래가 성립되려면 빌리는 쪽은 저금리, 투자하는 쪽으로 고금리가 형성되어야 한다.
엔케리부활을 기대하는 이유는 세계금융시장에서 이같은 금리격차가 커지는 징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호적인 변수를 보면 엔화의 경우 대지진 이후 초강세를 보였으나 G7이 엔화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공조에 나서며 한풀꺾였다.
또 복구자금마련을 위해 대대적인 해외자산 매각에 나서 엔화가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눈에 띄는 ‘엔의 환류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해외자산 청산의 불안감이 진정됨에 따라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엔캐리의 경우 환차익도 기대된다는 점에서 호재라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엔화 가치도 일본의 피해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 보험금 지급 및 해외자산 청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엔화가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엔화강세 진정은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지수를 높여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재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엔캐리자금유입시 증시 레벨업 기대
대지진 사태로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불가피한 것도 긍정적이다. 실제 일본은 지진복구를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단기유동성 흐름을 나타내는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잔고는 지난 3월 29일 기준으로 40.3조엔으로 지진 사태 이후 약 21.8조엔(82엔 기준으로 약 2,700억 달러) 급증했다. 일본정부가 앞으로 3년동안 최대 25조엔 이상의 자금투입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저금리기조의 유지는 불가피하다.
반면 일본 외에 신흥국들은 앞다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예컨대 호주는 지난 2009년 10월 이후 7차례의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가 현재 4.75%에 달한다. 최근 미국도 경기회복에 따른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밝히며 조기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나라별 금리차가 확대되며 엔캐리트레이딩의 매력이 커졌다. 예컨대 현재 일본엔화(JPY LIBOR 3개월)의 조달금리는 거의 0%대로 이를 빌려 호주에 투자하면 약 4%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호주 외에 중국, 우리나라 등 신흥국도 금리인상기에 접어들어 국가별 투자포트폴리오의 구축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엔캐리트레이딩이 본격화될 경우 새로운 수급주체로 떠올라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과거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던 시기(`05.2월~`07.12월)에 코스피는 2000p를 돌파하는 등 강세장을 연출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성현 연구원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엔캐리트레이드부활은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호재”라며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반할 수 있지만 글로벌 유동성 측면에서 주식시장 및 원자재 시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도 “일본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가능성은 엔캐리트레이드의 여건이 개선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투자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증시 입장에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가 더욱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