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보다 물가를 선택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대다수 동결을 점쳤던 시장의 예상을 깬 깜짝 금리인상이다. 금통위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25bp 올렸다고 밝혔다. 1999년 정책금리(콜금리) 목표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은행이 1월에 금리를 인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문에서 국내경기는 수출호조, 소비증가 등으로 오름세이나 최근 국제원자재가격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압력 지속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상배경에 대해 밝혔다.
전문가들도 이번 금리인상을 놓고 성장보다 물가억제를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서두른 것은 최근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상승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한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하면 중장기적으로 물가상승압력이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SK증권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9%, 3월에는 4.5%까지 올라 한국은행이 목표한 물가안정범위의 상단인 4.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도 하반기엔 인플레이션갭이 플러스로 예상한다. 이는 경제전반적으로 수요가 공급능력을 초과를 나타내는 지표로 인플레이션갭이 플러스면 물가상승압력이 높은 것을 뜻한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갭이 2008년 4분기에서 2010년 1분기까지 마이너스, 2010년 2분기에서 2011년 2분기까지 0 부근, 2011년 3분기부터는 플러스 폭이 확대돼 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추가금리인상유력, 증권사 수익구조 채권평가손에 주목
물가상승이 당분간 피하기 힘든 대세여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연간 네 차례 정도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는데, 인플레요인이 상반기에 좀더 집중돼 상반기말 3.0%나 3.25%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우리선물 최동철 금융공학팀장도 “금리인상의 일등공신은 물가”라며 “하지만 1회 인상으로 쉽게 인플레가 잡히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분기 1회의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 주이환 연구원도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느는 점을 감안하면 3월 인상 또는 상반기 중 두차례 추가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총금리인상폭을 100bp로 제시했다.
한편 금리인상 추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구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증권사의 수익구조에서 채권같은 이자부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탓에 금리변동에 따라 채권평가손익도 출렁거린다. 특히 증권사는 CMA가 주력상품으로 금리변동에 민감한 RP 매매가 많은 반면 채권자기매매비중이 낮아 금리를 올리면 손실, 내리면 이익으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깜짝금리인상을 단행했으나 과거와 달리 채권시장변동폭이 10bp 안팎으로 낮아 평가손실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채권보유비중이 많은 대형사들은 채권평가손은 약 50억원 아래로 과거에 비해 실적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우증권 채권운용본부 관계자는 “금리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움직여 그 변동폭, 채권볼륨, 선물헤지 등에 따라 평가손이 달라진다”며 “이번 금리인상시 채권시장에 미치는 변동폭은 평균 15bp보다 낮은 5~10bp에 불과해 채권평가손규모는 이전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도 “금리인상 당일 중장기물 선물가격이 3일 전 수준과 비슷한데다 변동폭도 낮아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며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채권평가손을 입은 증권사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