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컬럼] 리스크관리의 어려움을 이해하자](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101818000097730fnimage_01.jpg&nmt=18)
리스크 관리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분위기 필요
우리 속담 중 삼척동자도 아는 ‘누워서 떡 먹기’ 혹은 ‘식은 죽 먹기’란 말이 있다. 금융 뿐만 아니라 비금융 업무에 역여반장(易如反掌,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쉽다)과 같은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세상만사가 자신의 의지대로만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지난해 9월에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촉발시켰던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되새겨 본다면, 리스크관리의 범위가 얼마나 방대하며 또한 그 관리방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직접적인 파산원인으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증권에 지나치게 투자한 것이 문제였지만, 월가의 투자은행들을 위기의 수렁에 빠뜨린 근본 원인이 임직원의 지나친 고액 연봉과 상여금에 기인한 결과라고 보는 일부의 진단도 있다. 고무풍선처럼 빵빵한 배낭 가방을 축 늘어진 어깨에 메고,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누런 종이 박스를 양 손으로 힘겹게 들고 쓸쓸히 본사의 현관문을 빠져 나오는 월가 직원들의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 보았다. 나 역시 금융업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인생과 회사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헌신한 많은 직원들이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게 몰려 떠나는 것은 아닌지 패잔병으로서의 그들 모습에 매우 안타까웠다.
만약 리먼브러더스가 금융투자에 성공했다면 세인들의 평가는 아마도 180도 달랐을 것이다. 정확한 시장예측과 철저한 리스크관리, 그리고 과학적인 선진투자로 무장한 최고의 엘리트들을 활용하여 리스크와 수익의 최적화를 이루었다고 한층 추켜 세웠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투자’라는 행위는 항상 ‘리스크와 수익’이라는 칼날의 양면을 다스려야 하는 힘들고도 어려운 일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무뎌지면 칼로서의 기능은 상실한다. 더구나 칼날의 양면을 세우면서 베이지 않도록 만전을 기울여야 하니 여간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니다. 개인도 개인이지만 국가경제와도 매우 밀접한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실패의 영향은 158년 동안 쌓아온 일류기업의 명성을 너무도 한 순간에 날려 버린 리먼브러더스의 사례가 말해 주듯이 매우 심각하다.
‘고위험과 고수익(High risk & High return)’ 원칙은 투자의 기본이다.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아예 리스크가 없거나 극히 낮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또한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발생할 개연성이 존재하면 즉시 위험을 중립화(neutralization)시키는 투자전략을 수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리스크란 단면의 칼날은 관리했지만 수익이란 나머지 단면의 칼날은 누가 보장해 주는가? 우도할계(牛刀割鷄)란 말이 있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인데, 리스크를 잡는다고 수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투자전략을 수행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영속기업(on-going business)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며 충분한 수익이 지극히 당연한 요소인 것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리스크관리는 종종 상품의 딜링과 대출업무를 수행하는 프런트 오피스(front office)와 충돌을 일으킨다. 리스크와 수익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아야 하는 리스크관리의 어려움이 바로 이것이다.
게다가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상품투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리스크 발생의 원천은 사람이나 사물 외에도 정책 등에 의해 발생한다. 발생원인을 살펴보면 주가, 금리, 부동산 등과 같은 기본적인 시장요인의 변화 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변화, 대내외 경제 및 금융 환경의 변화, 천재 및 인재, 감독기관의 규제 대응 실패, 글로벌 금융정보의 부재, 경영진의 경영정책 실패, 임직원의 도덕적 불감증 등 너무 다양하여 일일이 열거하기 불가능할 정도다.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를 이러한 상황들을 정확히 예측하고 사전에 대처 능력을 요구하는 분야가 바로 리스크관리이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올 8월에 침체된 세계경제가 상승 후 다시 하강하는 W자형의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하였다. 그러나 9월에는 U자형의 세계경제 회복가능성을 언급하였다. 물론 출구전략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향후 경기가 W자형이냐 U자형이냐에 따라 보수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취할지 아니면 다소 공격적 접근으로 전환할지 리스크관리 전략은 분명 달라진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리스크관리를 수행해야 할지 헷갈린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드니 역시 리스크관리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는 흔히 리스크관리의 성공요인으로 1) 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적절한 대응 2) 시장환경변화에 부응하는 시스템의 구축, 3) 인센티브를 통한 적절한 보상체계의 구축, 4) 리스크관리자에 대한 권한 확대 등 여러 요인을 제시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수십년 아니 수백년의 명성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들고 어려운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리스크관리자에게 먼저 용기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우생순’과, 우피 골드버그가 농구감독으로 나와 뉴욕 닉스를 강팀으로 이끌었던 ‘에디’란 두 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승리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선수이고, 고로 선수 개개인의 고충과 그의 일에 먼저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이 새삼 와 닿는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