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 대기자금 1인당 1668만원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시중 단기자금은 811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통계청 추계인구(4860만6787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1668만원가량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예금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지난해 말 180조1000억원에서 4월 말 현재 192조3000억원으로 12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의 실세요구불 예금은 63조6000억원에서 70조원,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는 88조9000억원에서 119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표지어음 등을 합친 121조5000억원(4월 말 현재)과 증권사 고객예탁금 14조3000억원 등도 단기자금으로 분류된다.
◇극단적 쏠림 현상=시중 단기자금이 급증하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수익이 예상되는 곳으로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13~14일 실시된 하이닉스반도체 유상증자 공모 청약에 26조원이 몰린 것이 단적인 예다. 대기업들도 불확실한 경제상황 등을 이유로 설비투자는 꺼린 채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당초 정부는 금리를 낮춰 돈을 풀면 실물부문으로 시중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물경제는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와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만 급등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이후 40% 가까이 상승했고, 부동산 시장도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따.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을 늘린 덕분에 경기침체는 조기에 극복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칫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인플레이션을 가져와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시중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올해 4·4분기쯤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민하는 정부=정부는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유동성 확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원하는 쪽으로만 시중자금이 가도록 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재정부 관계자는 “시중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거품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 부문으로 가도록 유도하려면 매우 섬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커지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관리자 기자 adm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