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앞으로 2~3개월 관리가 중요하다”](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8120809014791110fnimage_01.jpg&nmt=18)
과거 외환위기 때와 달라 대처 쉽지 않아
극약처방도 과감하게 대책은 패키지로 해야
이명박 정부의 금융위기에 대한 시각이 안일하다는 지적과 대처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이헌재 전 부총리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정책의 실패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한 향후 2~3개월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 강연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주저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날 강연을 지면으로 풀어봤다.
◇ 국내 금융위기는 ‘진행형 위기’
이 전 부총리는 국내의 금융불안은 국제적 금융위기와 함께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한국경제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계속 나빠지고 있고 국내 경제 현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는 것.
글로벌 위기 초기에 상황판단에 안일함과 정책의 신뢰상실 등으로 문제가 계속 가중돼 왔고 이는 국내 시장으로 전이돼 가중되고 있는 일종의 진행형 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록 문제의 시발점은 국제금융위기의 불안정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나 국제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이 국내경제로 전이돼 국내에 내재돼 있는 불안요인과 결합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대로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서비스업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대출이 기업을 상대로 한 생산자 금융의 형태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 부동산 대출 등 소비자 금융으로 전환돼 대상자들이 넓어지면서 위기도 커졌고 이에 따른 리스크관리 등도 근본적으로 향상돼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나름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총리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아도 2003년 신용불량자나 카드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조만간 현실문제로 대두되도록 예정돼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민층을 지원하고 중산층을 육성하는 적극적 경제정책을 펴는 대신 주택가격의 억제와 같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소극적 정책의 실패로 주택시장 자체가 실종되는 결과를 야기해 시장 자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같은 상황에서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기관을 단기 외화자금시장에서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고 주식시장의 경우도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외환위기 때와 부채구조는 다르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위기가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선 부채구조가 크게 다르다는 것.
이 전 부총리는 “당시 부채구조는 평균 400~500%가 넘어갔는데 지금은 100% 안팎으로 비교적 개선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외환보유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고 국제 수지 움직임도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97년도에는 과잉투자 과잉차입에 의한 대기업의 유동성 문제였다”고 설명한뒤 “지금은 대외노출이 심했던 중소기업 가계 중소건설회사 등이 어려움에 처해 대상이 실질적으로 많이 늘어나 있는 상황”이라고 제기했다. 취급 기관에 있어서도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등 다수의 중개기관이 연계돼 있어서 구조대상의 수가 크게 확대돼 있다는 것.
또한 금융상황을 봤을 때 97년에는 금융시스템이 붕괴됐다고 본다면 지금은 붕괴되지 않고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더욱 대처하기에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붕괴되기 직전에 어떤 방향이 옳고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선진 금융시장 쫓아갈 수 있는 기회
이 전 부총리는 항상 위기는 기회와 같이 온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 정책을 신속하고 적절하게 집행하면서 중장기 경제회복계획을 잘 세우고 추진한다면 나름대로 우리경제가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극적 미봉책으로 현재 위기를 대충 넘기려한다면 결국은 일본이 겪었던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부총리는 “잘못된 정책을 쓸 경우 바로 경제 파국으로 갈 가능성마저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앞으로 2~3달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금융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커져버린 위기는 아니지만 진행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재도약 가능성에 대해 진단했다.
그는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우리나라 혼자 처리해야 할 문제를 글로벌 위기와 같이 처리할 수가 있어 여유가 생겼다”며 “정책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과거에 몇 차례에 걸친 유가 오일 쇼크를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존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책의 과감한 도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어차피 우리 경제가 구조적 조정기에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과감한 정책으로 초기 진화해야
이 전 부총리는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처다사지시(處多事之時) 용과사지기(用寡事之器) 비지자비야(非智者備也)’란 구절을 인용하며 “바빠 죽겠는데 한가한 정상시기의 제도와 정책에 매달리지 말라”며 “보다 과감한 정책을 써야 한다”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또 현재의 금융위기는 남대문 화재와 비교해 초기 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초기 진화를 했으면 기와장 몇장 깨지는 것으로 끝났을 텐데 결국 전소에 이른 남대문 화재와 똑같다”며 “지금도 자칫하면 비슷한 사태가 있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부총리는 정부에 대고 “유동성 부족 문제는 유동성 공급으로, 건전성 문제는 구조조정으로 풀어야지 거꾸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나라가 금리를 내릴 때 우리는 올린다든지, 전세계 중앙은행이 유동성 풀 때 우리는 묶는다든가 하는 건 좋지 않다”며 세계 정책기조를 거스르지 말라고 주문했다.
최근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소극적 움직임에 대해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원인을 찾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며 “옛날 국가주도 시대나, 대통령 명령이면 통하던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 필요하면 극약 처방도…패키지로 한꺼번에
아울러 경제와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이원화된 감독조직과 위기중에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에만 치중하는 듯한 늑장대응 및 보수적·소극적 정책대처, 부처간의 자기업무 챙기기와 책임 떠넘기기, 이런 것들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국민 위기의식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총리는 “정책기관간의 협조와 내부의 목소리 통일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데 정책기관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면 시장과 국민은 더 불안해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부총리는 “정부가 할 일 중앙은행이 할 일 양자가 협조할 일을 명확하게 해야 하고 같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시장을 안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위기관리 정책과 장기정책을 명확히 구분해서 시행하고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요하면 극약 처방도 서슴치 말아야 한다”며 “가능하면 순차적이 아니라 패키지로 한꺼번에 해야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부총리는 “국민들이 볼 때도 뭔가 집중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소수 정예 몽골기병대와 칭기즈칸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때 사용하던 말이지만 기동성과 집중력이 뛰어난 소수 정예의 몽골기병과 이를 이끈 칭기스칸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부 내에 위기나 경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점검 판단하고 대처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통합 대책기구를 한시적으로 설치·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He is…
< 학력 >
1962~1966 서울대학교 법학
1980~1981 보스턴대학교대학원 경제학 석사
< 주요경력 >
1968 제6회 행정고시 합격
1973 대통령 경제비서실 근무
1984 대우반도체 대표이사 전무
1985. 02 기업금융정보센터 사장
1985. 02 한국신용평가 대표이사 사장
1998~1998 제18대 은행감독원, 제8대 증권감독원 원장
1999~2000 초대 금융감독원 원장
2000~2000 제3대 재정경제부 장관
2001. 06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자문기구 중소기업경영전략위원회 위원장
2002. 03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
2004~2005 부총리 겸 제7대 재정경제부 장관
2005 김&장법률사무소 비상임고문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