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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실패땐 정부가 직접 나서라”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08-11-30 23:51

이헌재, 정부 위기대응에 작심하고 쓴소리

“시장 실패땐 정부가 직접 나서라”
“위기는 진행형…앞으로 2~3개월 중요”

“국내-국제금융 통합하고 감독은 일원화”

“외환위기 때 사용하던 말이지만 기동성과 집중력이 뛰어난 소수 정예의 몽골기병과 이를 이끈 칭기스칸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와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 이후 재도약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시장이 실패했을 때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사회적 논란 두려워서, 명분 축적하기 위해 시간 끌다 보면 사태는 더 악화된다. 사전적 예방비용보다 사후적 수습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사진〉는 현 정부의 금융 경제위기 대처법과 경제리더십에 대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또 정책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며 은행더러 움직이라` 명령할 게 아니라, 못 움직이는 원인을 찾아서 이를 풀어주라고 조언했다.

위기는 진행형이고, 앞으로 2~3개월이 우리경제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런 중요한 때 정부의 대응에 대해 기획재정부, 금융감독당국, 한국은행을 가리지 않고 모두 날서게 비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지난 28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이 주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 강연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處多事之時(처다사지시) 用寡事之器(용과사지기) 非智者備也(비지자비야)’(복잡한 시대에 일이 적던 시절의 수단을 쓰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준비가 아니다) 구절을 인용하며 “바빠 죽겠는데 한가한 정상시기의 제도와 정책에 매달리지 말라”며 “보다 과감한 정책을 써야 한다”고 독설을 날렸다.

또 사후 수습보다는 예방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초기 진화를 했으면 기와장 몇장 깨지는 것으로 끝났을 텐데 결국 전소에 이른 남대문 화재와 똑같다”며 “지금도 자칫하면 비슷한 사태가 있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 전 부총리는 정부에 대고 “유동성 부족 문제는 유동성 공급으로, 건전성 문제는 구조조정으로 풀어야지 거꾸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나라가 금리를 내릴 때 우리는 올린다든지, 전세계 중앙은행이 유동성 풀때 우리는 묶는다든가 하는건 좋지 않다”며 세계 정책기조를 거스르지 말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인 정책 수단은 시장친화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전 부총리는 “타깃팅한 정책을 쓰든 무차별 지원 정책을 하든, 일단 기본 정책을 쓰고 나머지는 시장이 알아서 처리하게 하는 유동정책을 병행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문제되는 건설사·키코·주택금융 문제의 명분과 원인, 책임을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일단 현안을 우선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또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원인을 찾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며 “옛날 국가주도 시대, 대통령 명령이면 통하던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제적 은행 자본 확충 필요성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 은행 BIS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확충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건설시장이 움직이려면 부동산 거래 시장이 정상화돼야 하며, 너무 지나치게 명분에 휘말리면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일갈했다. 경제와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이원화된 감독조직과 위기중에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에만 치중하는 듯한 늑장대응 및 보수적·소극적 정책대처, 국가 위기를 아랑곳 않는 부처간의 자기업무 챙기기와 책임 떠넘기기, 이런 것들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국민 위기의식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필요한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며 “먼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한사람이 해야 하고, 두 조직이 당장이라도 같이 움직일 수 있는 합동 작업반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이어 “재정부-금융위-한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데, 부처간 업무영역을 떠나 국내-국제금융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과 정부간 정책 공조 체제 채널을 구축 가동시키라”는 주문도 내놓았다. 미국의 FRB와 영국 영란은행이 위기시에 정부와 정책공조를 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다.

아울러 정부 내에 위기나 경제 어려운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점검 판단하고 대처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통합 대책기구를 한시적으로 설치·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강연의 말미에 “위기에는 위기에 걸맞는 조직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소수 정예의 몽골기병대와 징기스칸의 리더십이 다시한번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최근 홍준표 의원이 그의 이름을 거론했던 것과 관련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묻자 “주변 사람들은 내가 다시 공직에 나가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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