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같은 후순위채 발행이 장기적으로는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후순위채 발행은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나중에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올해 9월말 BIS 비율(바젤Ⅱ기준)은 10.79%로 6월 말에 비해 0.5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는 대내외 금융시장 여건 악화에 따른 유가증권 평가손실 확대 등으로 자기자본이 6조4000억원 감소한 반면, 환율 상승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4조원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 하나, 외환, 대구, 부산, 농협, 수협 등 7개 은행의 BIS비율이 전분기말에 비해 상승한 반면 신한, SC제일, 씨티, 국민, 광주, 제주, 전북, 경남, 산업, 기업, 수출입 등은 11개 은행은 하락했다.
이중 국민(9.76%)과 씨티(9.50%), 수출입(8.75%) 등 3개 은행은 BIS 비율이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이처럼 국내은행들의 BIS비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감원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BIS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후순위채를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은행 등 주요 6개 은행이 올해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후순위채 규모가 6조원을 넘는다. 이는 지난해(2조9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BIS비율이 10%미만으로 하락한 국민은행은 10일부터 일선 영업점에서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판매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또 필요할 경우 연내에 후순위채 추가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미 3450억원을 발행한데 이어 연내 1조 원을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올해 1조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발행할 계획이다. 그간 78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하나은행도 조만간 5300억원 규모를 추가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후순위채 발행이 단기적으로는 BIS비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조달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며 “이에 대출 등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최근의 경기 침체에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은행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후순위채 금리는 5%대 초반이었지만, 최근에는 8%대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10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후순위채의 금리도 7.7%다.
이처럼 후순위채 금리가 높은 이유는, 채권확보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 채권자들에게 진 빚을 모두 갚은 후에야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후순위채 금리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것이 보통이다.
이같은 지적 때문에 금감원도 “후순위채 발행이 은행 경영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도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조달금리가 높기 때문에 후순위채를 너무 과다하게 발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은행 경영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IS비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주 본부장은 “자본의 성격상 기본자본을 증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본자본 증액을 위해서는 증자를 하거나 신종증권을 발행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은행별 BIS 자기자본비율 추이 >
(단위 : %, %p)
* 주 : 1) `06∼‘07 자료는 바젤Ⅰ기준 2) ’08.9월말 자료는 잠정치로서 추후 변경될 수 있음
(자료: 금감원)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