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자구노력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는 은행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추가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이 리스크관리에는 신경 쓰지 않고 대출확대 등을 통한 외형성장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본연의 업무의 수신 확대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영업에 치중, 손쉽게 돈을 벌어 임직원들의 배만 불려왔다는 냉담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무위와 기획재정위 국감은 ‘은행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여야 의원은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채, 방만한 경영으로 이번 금융위기 사태를 키웠다”며 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금융위는 “지급보증에 대한 개별은행과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MOU에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은행들이 추가적인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최대 20억원에 달하는 은행장과 임원들의 연봉을 10~20%정도 줄이는 등의 은행 자구책은 우스운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자구책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MOU를 체결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은행들을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4일 정무위 국감에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에 투입된 공적자금 86조9000억원 중 아직도 29조3000억원이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은행 스스로 고 비용구조 해소 등 구체적인 자구노력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외형적 자산불리기에만 급급하며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은행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부실분담 원칙을 세우고, 책임자에 대해 철저히 문책할 필요가 있다”며 “또 정부의 지급보증 이후 외화차입시 투기적 성격의 차입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성남 의원도 “MOU체결후 위반시 처벌근거를 명확히 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촘촘히 MOU를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은행의 구체적인 자구책의 방안도 제시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발표된 은행의 자구책으로는 부족하며 은행 임원 임금을 절반으로 삭감하고 스톡옵션 등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그간 과도한 몸집불리기로 늘어난 지점도 통폐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MOU체결시 은행의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 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도 “보증기간 동안 은행 직원들의 임금동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3일 기획재정위 국감에서도 지급보증에 대한 담보설정 요구와 함께, 채무 상환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은행들이 지급보증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에 대해 외화자산을 담보로 받는 추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정치권 반응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영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은행 전체를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과한 느낌이다”며 “현재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지표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상황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자금흐름상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인데…”라고 한탄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