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는 국내은행의 경우 직접적인 위험노출도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외화조달 등에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금융불안과 경기위축에 따른 여신건전성 문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국내 금융기관의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에 대한 익스포져는 각각 7억2000만 달러 수준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리먼브러더스 투자규모는 대출 3000만달러, 유가증권 3억달러, 파생상품 3억9000만달러 등 총 7억2000만달러이고, 이중 은행은 1억2000만달러(대출 3000만달러, 유가증권 9000만달러)정도다.
또 메릴린치 관련 익스포져도 7억2000만달러로 파악됐지만, 합병주체인 BOA(Bank Of America)가 채무를 승계함으로써 피해 가능성이 최소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진표 굿모닝 신한증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의 리먼과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금액은 전체 자산의 0.1%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들 익스포져가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하락시킬 위험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위도 “개별금융기관의 익스포져도 자산과 자본 대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내금융기관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릴린치에 대한 KIC와 하나금융의 투자액은 각각 약 20억달러와 5천만달러로 지난 7월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는데 전환가격은 주당 약 27.5달러”라며 “따라서 BOA가 하나금융 등의 지분을 주당 29달러에 사준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대출과 유가증권보다는 주식파생결합상품(ELS)에 대한 익스포져가 크다는 점에서 은행보다는 증권사의 익스포져가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글로벌 투자은행의 파산위험에 대한 은행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겠지만, 향후 추가적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추가 부실 발생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의 다른 해외자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은행들이 중장기적으로는 외화조달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건전성이 적정하며 필요자금도 미리 확보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이 단기간에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금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외화유동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대부분의 국내 차입이 단기자금이고 향후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구조화 커버드본드 발행 지원, 공기업 등을 통한 외자유치, 해외 IR 추진,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등을 통해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 및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둔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시중 여유자금이 은행권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역 머니무브’ 현상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안전자산 선호현상 부각으로 시중 여유자금의 은행권 유입이 제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수신금리 및 은행채 조달비용 하락을 초래해 순이자마진(NIM)이 제한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불안과 경기위축에 따른 여신건전성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