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융 공기업의 민영화 작업으로 인해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간 M&A를 통해서 앞으로 초대형 은행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메가뱅크’탄생 여부의 중심에는 우리금융이 있다. 우리금융은 향후 금융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피인수자가 아닌 인수자로서의 역할도 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 취임한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11년까지 자산규모를 500조~600조원으로 늘려 세계 30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경영전략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런 경영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의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 회장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산업 구조개편에서 우리금융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의 추가 M&A나 자생적 성장에 주력한 뒤 해외에서도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업계에서는 “금융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메가뱅크’방안이 가시화되면, 우리금융이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이나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등을 인수해 ‘메가뱅크’화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배정현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재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기관으로는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있는 반면 이를 인수할 수 있는 국내은행으로는 하나금융이나 국민은행 정도”라며 “현재 메가뱅크가 탄생할 수 있는 경우는 은행간 M&A를 통해서인데 가능한 시나리오는 우리금융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우리+산업+기은 조합과 함께 하나+우리, 국민+하나, 우리+국민 등의 조합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은행과 하나금융도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강 행장은 지난 1일 월례조회를 통해 “정부의 금융 공기업 민영화 계획과 자통법 시행 등을 계기로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부문 전반에서는 이미 M&A물결이 거세지기 시작했다”며 “국민은행도 우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M&A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행장의 발언은 금융산업 재편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소외될 경우 ‘리딩뱅크’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측은 우선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이다. 론스타와 HSBC의 매각 계약이 파기되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될 경우, 국민은행은 그 대안으로 기업은행 인수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테일 부문의 절대 강자인 국민은행과 중소기업특화 은행인 기업은행이 합병하면 외형성장 뿐아니라 이에 따른 시너지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법인세 문제가 해결된 하나금융도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에 주력한다는 전략이지만, 민영화가 예정된 금융 공기업에 대한 인수전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도 “자산규모면에서 ‘빅3’에 뒤쳐지고 있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당장 업계 1위로 나설 수 있다”며 “하나+우리 조합은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은행권 자산규모 >
(단위 : 원, 올 1/4분기 기준)
(자료 : 각사)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