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연간 10조원 규모의 제2금융권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은행권 캐피탈 자회사들의 진출로 구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캐피탈사들은 총성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전망되고 있다.
캐피탈사 한 관계자는 “IMF와 2차 신용대란을 거치며 신용정보 공유 등의 인프라가 보다 견고히 갖추어지고, 고객의 소득 수준에 맞추어 대출 한도를 제공하는 DTIR(Debt To Income Ratio)의 적용이 일반화 되는 등 리스크관리 능력이 향상되면서 수익성 높은 신용대출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나게 됐다”면서 “특히 시중은행의 진출로 시장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새로운 물결 은행계 캐피탈사
현재 캐피탈 시장은 자동차 할부금융 기반의 여신전문 금융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편리한 신용카드 할부가 활성화 되면서, 자동차 할부금융만이 할부금융업의 영역으로 남게 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캐피탈사들은 또 다른 수익원을 찾게 되면서 신용대출 시장으로 진출하게 됐다. 현재 캐피탈사들이 신용대출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규모는 3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A캐피탈사 관계자는 “안정적이지만 저마진 구조의 자동차할부금융만으로 안주할 수 없었던 할부금융사들이 유사한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신용대출로의 진출은 당연한 흐름”이라며 “이에 우리파이낸셜, 하나캐피탈, 기은캐피탈 등 은행계 캐피탈사들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이 지난 6일 ‘우리모두론’을 출시해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을 했다. 금리는 최저 7.39%에서 최고 38.9%며 건별 한도는 최대 9000만원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을 통해 지난 2월 연 13~37% 금리의 소액신용대출 상품인 미니론을 출시했다. 기업은행 자회사인 기은캐피탈도 현재 개인금융사업단을 발족해 6월 상품출시를 목표로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자회사로 캐피탈사 인수를 통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씨티파이낸셜, SC캐피탈 등 외국계 은행의 계열사들은 이미 시장에 진출해 주요 경쟁자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시중은행의 자회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은행 계열사들 특히 금융지주사의 계열사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B캐피탈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에도 은행과 소비자금융회사의 합작형태로의 결합이 보편화 되어왔다”면서 “일본의 금융환경과 비슷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런 흐름은 당연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금융지주회사와 시너지를 내기에 더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이들 중심으로 큰 흐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은행이 직접 진출할 수 없는 고금리 시장으로 자회사를 통한 진출이 불가피 하다”면서 “막강한 인프라를 보유한 은행계 캐피탈사들의 진입에 기존 시장 지배자들의 수성을 위한 노력이 불꽃 튈 전망”이라고 말했다.
◆ 은행권 참여로 대출금리 20%대로 낮춘다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서민금융지원은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현재 소액신용대출 시장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대출금리는 40%대 후반이다. 제도권 금융기관인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역시 대부업체와 경쟁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원인으로 이윤을 내야만 하는 민간 기업의 노력만으로 서민금융지원 확대를 한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캐피탈사의 영업채널은 주로 대출모집인(DSA)들을 활용하고 있어, 영업력 있는 모집인의 확보가 관건인 상황이다. 또한 캐피탈사들을 주축으로 하는 2금융권 기관들의 가장 큰 화두는 은행에서 대출 거절된 고객들의 선점과 수익성 있는 고금리 시장의 신속한 대출과 리스크 관리 능력 확보다. 이같은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 캐피탈사들은 금리를 낮추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시장에 새로운 은행계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은행권 시장과 대부업, 사금융과의 차이가 좁아지며 시장 논리에 의한 접근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에서 계획중인 ‘신용회복 기금’의 운영이 가세한다면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서민금융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20%대로 낮춰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우리파이낸셜 저비용 구조…향후 롤모델 제시
지난 6일 우리모두론을 출시한 우리파이낸셜이 이같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파이낸셜은 운용비용을 낮춰 저비용구조로 대출금리인하 효과를 본다는 계획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영업실적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김능환 개인금융본부 상무는 “대출금리가 49%를 육박하는 저신용자 고금리 시장에서 저비용 구조로 금리를 내리는 효과를 봐 20%대 금리로 시장을 활성화 시킬 계획”이라며 “향후 금융지주회사들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파이낸셜이 내세운 저비용구조는 은행의 대출 거부고객의 허들역할과 대출모집인 운용의 효율성을 높힘으로써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이 거부된 고객은 바로 30~40%대의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는 은행 자회사라는 시너지를 살려 이들 고객을 은행에서 바로 인계받아 대출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집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이 돼 금리인하를 유도할 여력이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재 대부분 캐피탈에서 주요 소액신용대출 수단으로 운용되고 있는 대출모집인의 활용도와 비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경우 보통 10~20개 가량의 지점을 운용해 각 지점당 10여명씩 모집인을 두고 있는데 우리파이낸셜은 수도권의 경우 크게 2개 지점만을 구축해 최대 200여명을 운용한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점수를 크게 줄임으로써 지점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전략이다.
김 상무는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은행과 연계한 고객 확보로 운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 “또 현재 모집인 가운데 20%만이 전체를 먹여살리는 구조를 가지고 가고 있는 상황인데 모집인의 효율성을 20%만이 아니라 전체로 넓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며 지점 수를 타사 수도권 지점의 경우 20개 정도 됐지만 이를 2개로 줄여 지점 운용비 절감을 통해 또 한번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김 상무는 “비용절감으로 금리는 20%대로 떨어트릴 수 있게 돼 향후 이같은 추세가 업계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2금융팀
< 캐피탈별 대출 지점 및 모집인 현황 >
(단위 : 억원)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