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판예금, 유동성 해결사 역할
지난해부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은행들이 ‘특판예금’판매가 급증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최근 증시 불안 등으로 안정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시중자금이 은행들의 고금리 정기예금 특판상품으로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31일까지 국가고객만족도(NCSI) 2년 연속 1위 달성 등을 기념해 최고 연 6.5%(이하 1년 만기)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고객사랑정기예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29일 현재까지 무려 3조7000억원이 판매됐다.
이달말까지 특판이 진행되면 4조이상의 금액이 몰릴 것으로 국민은행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소액의 고객이 몰리면서 계좌 발급 좌수가 11만좌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 2일부터 오는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최고 6.1%의 금리를 지급하는 ‘하이미키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당초 최고 6.6%의 금리를 지급했지만 판매가 몰리자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5%포인트 정도 인하했다. ‘하이미키 예금’의 경우 29일까지 무려 2조300억원의 거액이 몰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떨어지면서 하이미키 예금의 금리를 조정하게 됐다”며 “하이미키 예금이 인기를 끌면서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다소나마 해소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경우 특판예금인 ‘골드마우스 정기예금’이 이미 한도가 소진, 판매가 종료됐다. 최고 6.4%의 금리를 지급하는 ‘골드마우스 예금’은 지난 2일부터 영업 8일만인 8일에 5000억원 한도가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상품의 계좌 발급 좌수는 2만2000여좌에 이르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한 고객들의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특판예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한도가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부터 이달 말까지 판매할 예정이던 하나은행의 ‘e플러스공동예금’도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면서 판매가 종료됐다. 1년만기의 경우 최고 6.82% 금리를 지급하는 ‘e플러스공동예금’은 지난 25일 영업 10여일만에 2000억원의 한도가 조기 소진된 것이다. 발급 좌수는 8600여개 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의 경우 인터넷 고객기반 확보하기 위해 특판 형태로 판매됐다”며 “온라인의 경우 100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해 소액고객들을 중심으로 상품에 몰리면서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농협의 특판 상품인 ‘큰만족실세예금’도 인기 상품이다. 농협의 ‘큰만족실세예금’은 최고 연 6.4%의 금리를 지급하며 31일까지 판매된다. 지난 28일 현재까지 2조6678억원을 유치했다.
농협 관계자는 “특판예금의 판매가 호조를 띠면서 유동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며 “이달 말까지 특판예금에 3조원 정도의 금액이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외환은행은 창립 41주년을 맞이하여 고객에게 금리우대와 해외봉사활동 참여기회를 제공하고, 판매금액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출연하는 공익상품인 ‘KEB나눔예금’을 30일부터 한시 판매한다. 가입시 적용금리는 최고 0.7%의 우대혜택으로 29일 기준으로 1년 만기 최고 6.4% 금리가 적용된다.
◇ 정기예금 금리 인하 등 후폭풍
이처럼 은행들의 특판예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은행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금리로 끌어 모았던 특판예금이 은행들의 수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리가 급락하면서, 시장금리에 비해 특판예금 금리가 너무 높아 조달코스트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D금리 및 3년만기 국고채와 은행채 등 채권금리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등으로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압력도 커져 금리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채권 금리 등이 급락하면서, 역마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특판예금의 추가 판매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특판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시중금리가 하락세로 접어들 조짐이 보이면서 당분간 특판예금 판매를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 라며 “또 최근 특판예금 판매로 유동성도 충분해, 새로운 특판예금 상품 출시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들은 시중금리 인하로 인한 특판예금의 조달코스트 상승 등으로 수익성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최고 5.9%로 0.2% 인하했으며, 신한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0.4%포인트 낮췄다. 여기에 농협과 국민은행 등도 이달말 특판 판매가 끝나는 대로 정기예금 금리를 5%대로 내리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 관계자는 “특판예금 판매가 끝나는 대로 시중금리에 맞춰 정기예금 금리를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인하 폭, 시기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