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증권사로의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 통장 및 고객군별 특화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이탈이 심화되자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한 고객잡기로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일례로 기업은행은 특화상품이 아닌 고객 맞춤형 특화서비스를 통한 고객이탈 방지 전략을 선택, 12일(오늘)부터 ‘눈으로 보는 텔레뱅킹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 서비스는 은행 최초로 휴대전화 화면을 보면서 각종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중장년층 고객몰이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년층의 경우 기존의 텔레뱅킹에 익숙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기업은행은 기존 텔레뱅킹과 같이 전화를 걸면 발신 즉시 휴대전화에 거래 안내 화면이 나타나 고객이 안내 화면을 보면서 이체나 조회 등 각종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모바일뱅킹과 같이 금융칩 및 별도의 프로그램을 장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점도 이 서비스의 특징이다.
e비즈니스부의 이재진 차장은 “음성지시를 들은 뒤 다시 휴대전화 버튼을 보고 숫자를 눌러야 하는 기존의 텔레뱅킹의 불편함을 없앤 것”이라며 “특히 모바일 뱅킹이나 인터넷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금융업무거래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편리성을 더하고 특히 폰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청각장애인에게도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이러한 은행권의 전략변화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기존 은행들의 고금리 특화상품 전략만으로 고객이탈 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으로, 실제로 은행들은 증시활황으로 CMA 통장으로의 수신이탈이 급속해지자 6%대의 고금리 상품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은행권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2조1000억원과 2조2000억원 줄어든 반면 펀드 등 수익증권은 8월 5조4000억 늘면서 전달 7조9000억 원에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경우 연 5.9%의 정기예금까지 출시하고 있지만 전체 정기예금 잔액은 9월말 현재 40조1642억원으로 6월 말보다 2조원가량 감소한 상태다. 국민은행(57조1100억원)이나 신한은행(32조4100억원)도 겨우 6월말 수준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한 금융 관계자는 “은행 특성상 아무리 고금리 전략을 펼친다고 해도 증권업계와 금리경쟁에서 결국 패할 수밖에 없으며, 승리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금리 차이를 보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 등의 편의제공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