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중소형사 감사직만 싹쓸이
이달말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보험사들의 주총이 이어질 가운데 임기만료로 나온 감사자리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줄 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보험사의 경우 금감원 인사가 내정된 상황이다.
반면 외국계보험사의 경우 금감원 출신 인사가 전무, 대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 손보업계, 금감원 출신 ‘싹쓸이’
16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달 임기만료가 되는 손해보험사 감사자리에 금감원 출신인사가 속속 내정되고 있다. 이달말 주총을 개최할 삼성화재는 금감원 출신의 김광진 감사의 추임에 전 금감원 보험검사1국장이었던 손광기 인력개발실 교수가 내정, 바통을 이어 받을 예정이다.
또한 메리츠화재의 오중관 감사의 후임에도 수개월 전 이상일 전 금감원 소비자센터 팀장이 내정, 내달 14일 개최될 주총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내달 김순환 사장과 함께 임기만료가 되는 황희주 동부화재 감사의 후임에도 금감원 인사가 유력시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임기 만료되는 감사자리에 금감원 출신 인사가 속속 내정되고 있는 가운데 재임중인 감사들 역시 대부분 금감원 출신이다.
코리안 리의 경우 유양기 감사는 전 금감원 보험검사 1국장이었으며 지난해 신규선임된 LIG손보의 유흥수 감사 역시 금감원 부원장 출신이며 현대해상의 김종성 감사도 금감원의 전신인 보험감독원 부원장 출신이다.
다만 손보업계에서 한화손보와 흥국쌍용화재, 그린화재 등 3곳이 비금감원 출신인사로, 2곳 모두 금감원에게는 부담되는 기관인 감사원 출신이며 그린화재는 예금보험공사 출신인사로 금감원이 물밑경쟁에서 한발 물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생보, 빅3 및 외국계 제외 ‘독과점현상’ 뚜렷
생보업계 역시 손보업계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내달 임기만료인 동부생명의 박인원 감사는 연임이 확정된 상태로 유일한 보험업계 출신으로 명맥을 이어갈 예정인 가운데 이미 지난 1월 임기만료였던 동양생명의 감사에 김용걸 금감원 팀장이 선임됐다.
또한 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은 금호생명 박일수 감사의 후임에 이미 금감원 출신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흥국생명 감사로 선임된 권영종 감사의 경우 파격적인 인사로 기록되고 있는데 통상 국장 및 팀장급 인사가 감사로 선임되는 점을 감안할 때 3급 수석조사역 신분이었던 권 감사의 선임은 당시 매우 파격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 신한생명의 강승추 감사를 비롯해 미래에셋생명 김종옥 감사, LIG생명 박종옥감사, 녹십자생명 장명식 감사 등이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이처럼 규모가 커 처우가 괜찮은 대형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생보사들의 감사직을 금감원 출신들의 독점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외 감사직이 없어 기용여지가 없는 보험업계 유관기관들의 경우는 아예 경영진들로 채우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안공혁회장이 전 보험감독원 원장 출신이며 김치중 전무가 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출신이다.
또한 금감원 출신의 황영만 전무의 바통을 이어받은 생명보험협회 박창종 전무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출신이다.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보험개발원장의 후임에 그나마 금감위 출신인 정채웅 현 기획행정실장이 유력시 되고 있을 뿐이다.
◆ 빅3사 및 외국계엔 없는 게 있다?
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금감원 출신이 손을 뻐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험사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감사의 임금 등 처우에 있어 여타 보험사에 비해 월등해 기관간 자리싸움이 매우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감원이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더 막강한 권력기관인 감사원과의 파워싸움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삼성생명의 경우 감사원 출신의 인사가 대부분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상황이며, 금감원에서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아직까지는 녹록치 못한 상황이라는게 중론이다.
대한생명은 재임 중인 오동환 감사의 경우 재경부 출신으로 기획특구단장을 역임한 인물이며 교보생명의 이순한 감사가 국내보험사로는 유일한 내부출신 인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계생보사의 경우 금감원 출신이 거의 전무한 상태로 국내보험사와 비교할 때 관료가 아닌 보험전문가로 구성, 매우 대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ING생명 조기병 감사는 뉴욕생명 출신이며 메트라이프생명의 경우 티모시 제이 오브라이언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김서현 감사는 업계 유일한 설계사 출신으로 내부승진을 거쳐 감사로 선임된 케이스며 PCA생명의 이길행 감사도 보험인 출신이다.
AIG생명은 감사위원직이 아예 없다.
다만 알리안츠생명의 최재식 감사가 금감원 출신이지만 이 경우 국내보험사였던 제일생명을 독일 알리안츠가 인수한 경우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여타 외국계생보사와 비교해 예외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따라서 외국계보험사에는 상근감사위원으로 재임중인 금감원 출신인사가 전무한 불모지인 상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피 감독기관인 보험사 입장에서 감독기관인 금감원 출신의 인사를 감사로 기용하는 것은 일종의 보험”이라며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금감원 출신 인사에 대한 기용을 거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금감원외에도 여타 정부기관의 요청도 적지 않지만 관계기관이고 또한 실무업무에 대한 전무지식을 보유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금감원 출신을 기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감사직도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임금차이 등 처우가 달라 소위 잘 풀린 인사의 경우 대형사로 가려는 경향이 커 금감원 내부에서도 감사직을 놓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양규 기자 kyk7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