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행장과 비길만한 은행장 경력을 가진 사람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장, 김승유 하나금융회장, 윤병철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정도다.
김승유 회장은 1997년2월부터 2005년 3월까지 하나은행장으로 8년여의 최장수 은행장 기록을 갖고 있고 라응찬 회장은 1991년2월부터 1997년2월까지 6년간 신한은행장을 역임했다.
윤병철 전 우리금융지주회장도 1991년부터 1997년까지 6년간 하나은행 은행장이었다.
물론 라회장과 김회장은 각각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 회장을 이어가고 있어 금융계 최장수 CEO 기록은 이들의 연임이 언제까지냐에 달렸다. 윤 전 회장 역시 우리금융지주 3년을 보태면 9년이어서 은행권 최장수 CEO로서는 하영구 행장과 맞먹는 셈이 된다.
어쨌건 하 행장의 사실상 연임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씨티은행의 분위기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은행 한 책임자급 관계자는 “사실상 하 행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았고 최근 고위직 인사에서 하 행장의 입김이 반영돼 연임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이클 징크 전 기업금융그룹장이 중국 광동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하 행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진회닫기

이러한 인사를 놓고 당시 행내에선 “ARR부에 한국인을 임명했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라며 “그동안의 부진끝에 올해부터는 토착화로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간주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바 있다.
행내에선 특히 이번 하 행장의 연임으로 토착화에 가속도가 붙고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단 노조와의 임단협이 마무리단계로 이번주 조합원의 찬반투표만 남겨놓고 있어 한때 문제시됐던 노사문제도 일단락 돼 옛 씨티와 옛 한미의 물리적 통합을 눈앞에 둔 데다, 하 행장도 통합은행장 2기에는 뭔가 보여주려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 행장은 연초 소호시장진출 선언을 시발점으로 한국씨티은행의 토착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먼저 싱가포르에 있던 카드와 기업부분 전산시스템을 한국으로 옮겨올 예정이다. 복잡한 한국현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씨티은행의 전 세계 네트워크 가운데 전산시스템을 자국 것으로 하는 곳은 한국씨티은행이 유일하다.
영업조직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 가계금융비중이 7:3으로 높았다면 일정금액 이상의 대출 기업을 가계담당 지점이 담당케 하면서 기업금융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입지가 약해졌던 기업 심사역을 키우기 위해 직원 재배치도 시작했다.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는 지난해보다 약간 줄어든 4150억원. 하지만 직원들은 경쟁은행에 비해 한발 뒤쳐졌던 규모에서 올해부터는 맞붙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임기 3년을 더 맡게 된 하 행장이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금융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영구 은행장 프로필〉
1972 경기고등학교
1976 서울대학교 무역학 학사
1981 노스웨스턴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1 씨티은행 서울지점 입행
2001.5 한미은행 은행장
2004.11 한국씨티은행 은행장 (한미은행, 씨티은행 통합)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