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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상장,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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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7-23 20:27

이상묵 삼성증권 상무,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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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학생에게 드는 매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약이 되려면 선생이 학생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워서 때리는 것인지, 사랑의 마음으로 잘되라고 때리는 것인지를 매를 맞는 당사자인 학생은 느낌으로 안다. 매에 미워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느끼면 겉으로 어떤 그럴듯한 명목을 대더라도 학생은 그 매에 수긍하지 않는다.

또, 매를 들이 대며 요구하는 것이 학생의 능력 범위 밖에 있으면 그 매는 사랑의 매가 아니라 미움의 매, 때리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매 일 수밖에 없다.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욱박지르며 때리는 매가 어떻게 앞으로 잘하라는 사랑의 매일 수 있는가.

얼마 전에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공청회를 통해 생보사 상장에 대한 기본시각을 밝힌 이후 시민단체는 이런 저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비판은 사랑의 매인가, 미움의 매인가. 생보사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시민단체는 국내 생보사가 계약자를 봉으로 알아왔다거나, 계약자의 등을 쳐서 성장했다는 식의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미움과 증오가 가득 배어 있다. 시민단체가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생보사는 정말로 그렇게 못된 짓만을 일삼아 온 것일까. 생보사가 그동안 비난받을 소지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인데 어떻게 도덕적으로 흠결이 하나도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모든 계약자들이 하나같이 눈이 먼 장님이 아닌 한에야 주주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계약자의 등을 치는 것을 일삼는 보험회사가 자산규모가 100조인 거대 금융회사로 성장할 수는 없다.

더욱이, 소비자에게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해서 상장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상장차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6~70년대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모두가 정부의 산업지원 시책의 덕을 보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종의 기업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상장을 하고 있고, 상장차익을 소비자에게 배분하라는 요구를 받은 바도 없다. 유독 생보사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

시민단체는 생보사의 경우 유 배당 상품이라는 특이한 상품을 팔았기 때문에 다른 업종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유 배당 상품의 배당은 감독규정과 약관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생보사들이 과거에 실시한 배당이 감독규정과 약관에 따라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문제 삼을 수는 있다.

그리고 배당이 적정하지 못했다면 감독당국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계약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교정조치가 상장의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다. 그러한 조치는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취해져야 한다. 상장을 하려는 회사는 과거의 잘못을 시정해야 하고 비상장 상태로 남아있는 회사는 잘못을 시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상장논의가 있을 때에만 이런 문제를 제기하여 상장 논의를 혼돈 시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이다.

시민단체는 또한 생보사가 과거에 실질적으로 파산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주주들이 증자 등 주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상장차익을 온전히 누릴 자격이 없다고 한다. 파산이란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상황을 의미한다. 지금 남아있는 생보사 중에서 계약자에 대한 채무를 불이행했던 회사는 하나도 없다. 그런 회사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생보사가 금융회사이어서 새로운 계약자의 돈으로 기존의 계약자에 대한 채무를 이행할 수 있었을 뿐이며 자본이 잠식되었던 시기가 있었음에도 증자를 하지 않았으므로 실질적으로는 파산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변한다. 증자를 하여 빚을 갚은 것이 아니라 빚으로 빚을 돌려 막는 일을 했으므로 사실상 파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장해 있는 기업 중에서 7~80년대에 자본잠식을 경험하거나 빚으로 빚을 갚는 일을 겪지 않았던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시민단체의 논리대로라면 그런 기업들도 모두 과거에 실질적인 파산상태를 경험한 것이 되고 주주가 증자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상장차익을 온전히 누릴 자격이 없는 것이 된다. 그런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가.

설사 법적으로는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정서를 감안하여 생보사의 자발적인 성의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립할 수 없으며 국민정서도 기업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그러나 성의표시가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고 일상적인 경영판단 범위 내에 드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것이 상장의 전제조건이 되거나 법적으로 주식회사인 생보사가 취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외환위기 직후의 국민정서는 삼성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자동차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국민정서에 따라 삼성 계열사가 행한 지급보증 행위는 이제 주주에 대한 배임행위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 국민정서에 부합되는 행위가 내일에는 배임행위가 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보험은 은행, 증권과 함께 금융의 3대 축을 이루는 업종이다. 대형화, 겸업화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보업의 상장과 자본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17년 이상 논란만을 거듭해온 생보사 상장문제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미움의 매가 아니라 사랑의 매를 들어야 한다.

또, 국내 생보사가 법적으로 주식회사인 한에는 실정법인 상법과 보험업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는 국민정서라는 이름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기본 전제로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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