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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와 원高’ 한국경제의 두 가지 시련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5-14 20:26

이재웅 성균관대학교 경제학 교수

최근에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국제유가와 급락하는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 때 배럴당 68달러를 넘었다. 이란 핵문제로 인한 긴장, 일부 산유국의 정정불안 및 테러 위험, 중국, 인도 등의 원유 수요 급증, 원유생산 능력의 한계 등이 유가폭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시장불안과 수급차질로 앞으로 상당기간 고유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원달러 환율도 크게 떨어져서 930원대에 이르렀다. 8년 6개월여 만에 최저치이다. 최근 선진국(G7)의 위엔화 및 아시아 통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환율은 더 떨어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우리경제가 내성이 생겨서 유가와 환율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심지어 유가급등에 따른 부담을 원화절상이 상쇄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안이 하다기 보다 무책임하다. 말하자면 정부는 고유가와 원고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거다.

세계는 지금 에너지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 러시아는 유럽지역에 공급해온 천연가스를 일시 공급중단해서 자국의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연합(EU)을 추위와 공포에 떨게 했다. 최근에 베네쥬엘라, 볼리비아 등 남미 산유국들은 에너지 국유화를 시작했다. 이제 세계경제는 고유가도 문제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에 생존이 걸려 있다. 이런 판국에 우리나라는 과연 어떠한 에너지 안보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우리는 왜 그렇게 무사태평이고 무대책이란 말인가.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하듯이 국제유가가 조만간 100달러에 이르고 환율도 900원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도 정부는 올해의 원유도입 가격을 연평균 54달러로 예상하고 경상수지 흑자와 5% 경제성장을 장담하고 있다. 과연 정부의 예상대로 되겠는가.

유가는 이미 당초 예상 보다 10달러 이상 올랐다. 따라서 국내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원유 수입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올해의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고유가와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위축되고 경기침체와 실업증대로 우리경제가 또 다시 어려움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벌써 30여 년 동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유가파동에 대해 아직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70년대 오일 파동 이후 에너지 절약, 열효율 개선, 대체에너지 개발 등으로 석유의존도를 대폭 줄여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산업구조가 에너지 과소비형을 면치 못하고 에너지 효율도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에너지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선진국 보다 2배 이상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대책도 승용차 요일제, 조명, 냉난방 온도제한 등 급할 때만 호들갑을 떠는 정책발표가 고작인 것 같다. 평상시에는 대책 없이 에너지 소비를 장려하다가 유가가 크게 오르면 그냥 당하는 것이 무슨 대책인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유가 파동이 있었다. 유가가 오를 때만 반짝하는 강제절약 보다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고 장기적, 근본적으로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제고를 촉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면 물가안정 기조가 깨진다는 둥 또는 서민생활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둥 하는 정치적 배려와 인기영합 때문에 에너지 대책이 무대책으로 일관해온 것이 아니었을까. 휘발유 값이 리터당 1600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수준으로 치솟는데 겁 없이 석유를 펑펑 쓰고 거리에는 자동차가 홍수를 이루는 것은 무언가 잘 못된 것이다.

석유 낭비가 물가안정이나 서민들의 민생대책이 될 수는 없다.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기업이 경쟁력이 있을 수는 없다. 불안정한 유가급등에 대비해서 장기적이며 일관성 있는 정부의 에너지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석유 비축을 확대해서 비상시기에 대비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핵에너지 개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에너지 절약이며 이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인식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자원 외교를 강화하고 산유국들과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해외 유전개발 펀드를 마련해서 국내에 넘치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한다면 생산적인 해외투자를 통해서 고유가와 원고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는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고유가와 원고의 극복은 결국 생산성 향상과 국제경쟁력 강화로 귀결된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두 가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기업, 노조, 가계가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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