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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위력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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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2-08 21:06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토요일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전환시대의 논리>의 저자로 유명한 리영희 씨와 민족문제연구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임헌영 씨가 나눈 이야기를 묶은 <대화>라는 책이다. 책의 띠지에 2005년의 온갖 종류의 상들이 다 들어 있었다. 한국출판문화대상, KBS씨 책을 말하다 방영, 한국간행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등.

이 분은 7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다. 우상이었다고나 할까. 세월이 흘러 이 분의 생각은 어느 정도 와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펴 들었다. 그 사이에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화하였고 리영희 선생의 사상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권력을 쥐게 된 세상인지라 더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 속에서 임헌영 씨는 ‘한국을 비롯한 제 3세계 국가들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리영희 씨의 답은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진보 진영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분들이 현재의 세상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으며 또한 미래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 가를 말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리영희 씨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적당히 버무린 체제가 좋을 것이라는 견해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자본주의의 질병이 그 제도의 골수에까지 심화하여 제도 자체가 붕괴되는 위험을 어느 정도의 선에서 예방하고 존속하기 위해서는, 또 그렇기를 원한다면 사회주의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의 현실에 대해 이 같은 리영희 씨의 견해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이에 대해 ‘체제수렴적 통일론’이란 한 단어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주의가 패배했다는 미국의 사이비 자본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소위 ‘역사의 종언’은 그의 주장이 나옴과 동시에 자기 부정을 당한 셈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남북한도 시장경제와 사회주의를 절반씩 도입해서 비슷한 경제, 문화가 되어야 각기 국민(인민)의 행복이 증진될 수 있어요. 그렇게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절반씩 가미한 제도의 국가는 통합되기가 쉽지, 이 방식이 내가 주장하는 ‘체제수렴적 통일론’이에요.”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현실 사회주의는 몰락하였지만 이론 사회주의는 몰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된다. 북한 체제의 장점이 무엇인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 속에 떠올릴 수가 없다. 남한과 북한을 절반씩 합친 체제란 결국 전부가 절대 가난으로 가는 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큰 간격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책들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의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가난한 생각, 이른바 빈자의 생각으로 무장 한 체 세상 속에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시대 판단이나 비전은 왜, 나오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진수를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지식인들 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 역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경험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자본주의는 광폭함이나 빈곤격차의 확대 정도로 대표될 가능성이 높다.

리영희 씨는 이 책에서 북한에서 망명한 황장엽 씨를 두고 변절자와 배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끼리 잘 살 수 있는데, 왜 민족간의 전쟁을 부추기는 따위의 발언을 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글 속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1994년 가을에 산본의 아파트로 이사 와서 최소한의 문화적 생활이라는 것을 처음 하게 된 겁니다. 내 나이 65세 때요.’ 나는 이 대목에서 왜, 많은 사람들이 관념의 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는 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자의 생각과 빈자의 생각의 간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글 읽기였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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