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에 따라 업계의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수출에 목을 매단 중소기업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환율변동을 전혀 헷지하지 않았을 경우 5%의 환율하락은 중소기업의 일년 장사를 그대로 날려 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채상환부담이 많거나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업계는 표정관리가 한창이다. 작년에 원유가의 급등으로 고전했던 항공업계에게는 원화절상이 가뭄 끝의 단비였을 것이리라. 연초부터 들썩이던 물가에도 원화절상은 뜻하지 않은 원군이 되었을 것이다.
이상에서 드러났듯이 환율의 변동은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예측되지 않은 환율변동은 폭풍우가 비닐우산을 날려 버리듯 아주 쉽게 기업의 실현된 채산성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환율변동은 이론적으로도 단기적으로 과도조정의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른 명암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물론 환위험을 사전에 헷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이 환위험을 보다 쉽게 헷지할 수 있도록 거래비용을 낮춰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환위험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환위험 헷지의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각종 노력을 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도덕적 해이만 잘 통제할 수 있다면 아주 잘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환율하락에 대한 정부정책이 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재경부이다. 몇 년전에 외국의 투기시장을 이용해 환율을 통제하려다가 수조원을 날렸던 재경부는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국민들을 외국의 투기시장으로 내몰려고 하고 있다. 외환거래 자유화 일정을 앞당기고 투기성 자산에 대한 대외투자도 대폭 허용하겠다는 발표가 바로 그 증거다.
이 발표는 언뜻 보면 자유 시장 경제의 원리에 매우 충실한 정책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발표의 이면에는 환율하락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고,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가격조정이 아니라 수량조정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지극히 비시장적인 아집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재경부의 이런 위험한 발상은 환율변동이 가지는 두 번째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보다 정확히는 실질환율)은 수출재와 수입재 혹은 국내재와 해외재간의 상대가격이다. 우리가 외환위기 이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경상수지 흑자를 기조적으로 경험하고 있고 그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는 현실은 이 상대가격이 잘못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수출하는 국내재화는 싼 값에 팔고, 수입하는 외국재화는 비싸게 사왔다는 것이다. 이러니 내수가 꽁꽁 얼어붙고 수출이 단군 이래의 호황을 누리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재경부의 정책이란 이런 양대 부문의 불균형을 지속하기 위해 환율은 계속 붙들어 매 놓고 우리 재화 싸게 팔아서 들어오는 외화를 투기용으로 다시 내보내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다가 이런 투자가 부실화될 경우의 후폭풍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수출기업에 부당하게 암묵적인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환위험의 실체를 알리고 그들이 스스로 이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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